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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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끝자락에서
여름이 깊어가는 요즘,
햇볕은 더욱 따가워지고 공기는 후덥지근하다. 우리는 이런 여름을 맞이하며 하루하루를 견딘다. 이 무더위 속에서 흘러내리는 땀방울이 한없이 불쾌하고 고단하지만, 그 땀방울들이 언젠가 희망의 강물로 흘러들기를 바란다. 땀방울이 모여 작은 개울을 이루고, 그 개울이 강으로 이어져 나의 꿈과 만나기를 소망한다.
마치 강어귀에서 만나는 하얀 돛단배처럼, 그 꿈을 가득 실어 기쁨으로 나아가는 삶을 꿈꾸게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기다림 속에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때로는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 한 통을, 때로는 소중한 친구의 반가운 문자를 기다리며, 때로는 한낱 소망조차 바랄 수 없는 그 무엇인가를 기다린다.
이 기다림은 때로 상처로 남고, 또 때로는 눈물로 번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무언가를 기다리며 살아간다. 기다림 속에서조차 희망이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그 기다림이 끝나고 다가올 기쁨을 우리는 믿는다.
약속처럼 찾아오는 그 기다림을 마침내 만날 수 있기를 나는 소망한다.
마치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친구를 기다리던 정거장에서 반가운 얼굴을 마주하듯, 연인을 기다리던 찻집에서 사랑하는 이를 만나듯 말이다. 우리는 그렇게 우리 인생에서도 마침내 기다림의 끝자락에서 꿈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의 꿈은 늘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그것은 우리 곁에 머물러 있다.
다만 우리는 그 꿈을 위해 얼마나 많이 기다렸느냐에 따라, 그 꿈의 소중함을 더욱 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기다림 속에서 한 가지 더 깨닫는다. 우리는 비워내야만 채울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연은 우리에게 이미 그것을 가르쳐주고 있다. 구름은 비를 쏟아내고 나서야 맑게 갠 하늘을 보여준다. 새는 날아오르기 위해 깃털을 가볍게 하고, 바람은 스치듯 지나가며 우리에게 진정한 자유의 의미를 일깨워준다.
우리도 구름과 새, 그리고 바람처럼 비워낼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가벼워지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여름,
욕심의 무게를 내려놓고 싶다.
이 여름을 가벼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더위 속에서도 욕심이 더해지지 않는, 가벼운 마음으로 이 계절을 보내고 싶다.
사실 우리 삶은 늘 채우고 비우기를 반복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더위 속에서 쌓여가는 고단함도, 시간이 흐르면 서서히 식어가고, 그 자리에 가을의 시원한 바람이 찾아오듯이 말이다.
이 여름이 지나가고 가을이 오면,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당신과 나란히 서 있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무더운 여름 속에서도 마음의 짐을 내려놓아야 할 것이다. 욕심을 덜어내고, 단순한 기쁨과 기다림만을 소중히 여기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
이제서야 비로소 깨닫는다.
이 여름의 더위는 우리가 짊어진 욕심의 무게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무더위는 우리를 지치게 만들지만, 그 더위 속에서 우리의 욕심까지 더해진다면, 그것은 이겨낼 수 없는 무게로 우리를 짓누르게 된다. 우리는 그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
마치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혀주듯, 우리는 마음속 욕심을 내려놓고 가벼워질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우리는 더위 속에서도 기쁨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다가오면, 우리는 더 이상 더위에 짓눌리지 않고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욕심을 내려놓고, 기다림 속에서 피어난 희망과 함께 말이다.
그렇게 이 여름을 보내고 싶다. 더위 속에서도 무겁지 않은 마음으로, 그저 단순한 기쁨을 찾으며, 작은 기다림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이제 그 어떤 욕심도 더하지 않고,
이 여름을 견뎌낸다. 더위 속에서도 우리가 무겁지 않기를, 우리의 기다림이 상처로 남지 않기를 바라며, 서로에게 기쁨이 되기를 소망한다.
마침내 이 여름이 지나고 가을의 문턱에 서게 될 때, 우리는 더욱 가벼운 마음으로 서로를 마주할 수 있기를, 그렇게 이 여름을 보내며 새로운 계절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