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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사라진 밤하늘, 잃어버린 동심

청람 김왕식








별이 사라진 밤하늘, 잃어버린 동심




청람 김왕식





어린 시절의 기억은 언제나 아련하고 따스하다. 여름밤, 마당에 멍석을 깔고 누웠던 그 순간이 생생하다. 온 가족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면, 어머니는 부지런히 멍석을 깔아주셨다. 할머니는 나를 끌어안고 하늘을 바라보며 "저 별들 좀 봐라" 하시곤 했다. 하늘엔 별이 가득했다. 그때의 나는 별들이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 혹은 그 별들이 몇 개나 되는지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그 무수한 별들이 금방이라도 얼굴 위로 쏟아질 것만 같았다. 차갑고 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나는 그 별들의 이야기 속으로 스르르 빠져들곤 했다. 별 하나하나가 나에게 속삭이는 듯했고, 그 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내가 자라면서 그 별들도 점점 사라졌다. 어느 순간부터 더 이상 밤하늘에 별을 찾기 어려워졌다. 멍석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아도, 그 옛날 쏟아지던 별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처음엔 내가 자라서 그런가 싶었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이 사라져 버리면서 별을 보는 눈도 흐릿해진 것인지, 혹은 너무 현실에 치여서 동심을 잃어버린 탓인지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단순히 내 시각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도시의 불빛이 밤하늘을 가리고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던 수많은 인공의 빛들이 별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동차의 헤드라이트, 거리를 밝히는 가로등, 상점의 화려한 네온사인들, 그리고 수없이 많은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빛들이 밤을 빼앗고 있었다. 도시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은 밤하늘에 별이 가득했던 시절을 상상할 수도 없을 것이다. 하늘이 검고 고요해야만 빛나는 그 작은 별들이, 이제는 더 이상 빛을 발할 수 없는 세상이 되었다.

환경 문제는 어쩌면 우리 삶의 가장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는지도 모른다. 공기 오염과 함께 밤하늘을 가리는 빛 공해는 우리로부터 별을 빼앗아 갔다. 자연 속에서 별을 보던 그 시절의 기억이 이제는 희미해져 간다. 그리고 그 희미해져 가는 기억은, 동심의 세계 역시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더 이상 하늘을 바라보며 꿈을 꾸지 않고, 그 대신 작은 스크린 속에서 인공적인 별들을 찾아 헤매고 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자연과 함께였고, 자연 속에서 별을 보며 꿈을 키웠다. 밤하늘의 별들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상징했다. 그 별들은 때로는 내 소원이었다. 할머니의 따스한 목소리와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멍석이 깔린 마당에서, 나는 그 별들에게 내 미래를 맡기고 그 속에서 세상을 탐험했다. 그러나 오늘날의 아이들은 어떨까? 그들이 바라보는 하늘엔 별이 아닌, 인간이 만든 빛이 가득할 뿐이다. 그들이 꿈꿀 수 있는 세계는 얼마나 제한적일까? 별을 보며 자란 내가 꿈꾸던 것들이 이제는 그저 과거의 낭만으로만 남아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이제는 단순히 어린 시절의 향수에만 머무를 수 없다. 우리는 환경 문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별이 사라진 하늘은 단순한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자연과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징후이다. 인간이 만든 빛이 어두운 밤하늘을 가릴 때, 우리는 자연의 일부가 아닌, 자연을 잠식하는 존재로 변해버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 아이들의 동심은 사라지고, 더 이상 하늘을 올려다볼 필요도 없는 시대가 오고 있다.

그래서 나는 가끔, 아이들과 함께 시골로 여행을 떠나곤 한다. 도시의 불빛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가서 다시 한 번 멍석을 깔고 하늘을 바라본다. 아직까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만날 수 있는 곳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다행스럽다. 아이들에게 별을 보여주며 나는 어린 시절의 추억을 그들과 나누고, 그들이 잃어버린 동심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되찾길 바란다.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우리는 자연과 다시 연결될 수 있다.

이제는 별이 사라진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그 별들을 되찾아야 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꿈꿀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빛 공해와 환경오염을 줄이고,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지구를 살리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동심과 꿈을 다시 찾아가는 길이다. 별이 사라진 하늘을 바라보며, 우리는 더 이상 아이들의 꿈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별이 사라진 이 밤하늘을 다시 되돌리기 위해, 우리는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별이 쏟아지던 그 밤을 기억하며, 아이들과 함께 그 별을 되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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