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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상철 시인의 '그곳의 흔적'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그곳의 흔적



시인 모상철






고즈넉한 고택 뒤뜰
고혹蠱惑한 향기 흐트러지고
발자국 소리 따라나선 가슴속을
헤매는 달빛 그림자는
은밀한 그들의 약속을 바라본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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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상철 시인은 문단에서 주목 받는

중견 시인이다.

그는 작품에서 인생의 깊은 내면과 자연의 조화를 주로 다룬다. 그는 감정의 진솔함을 추구하며,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인간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하고자 한다.

특히 그가 자주 사용하는 자연의 이미지는 삶과 시간, 그리고 인간관계의 다양한 양상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이러한 시적 세계는 모상철 시인의 내면적 성찰과 더불어, 그가 추구하는 삶의 철학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그의 시에서 볼 수 있는 은밀하고도 고요한 자연의 이미지는, 현대인의 바쁜 삶 속에서 잊히기 쉬운 순수한 감정과 순간의 아름다움을 상기시킨다.

"고즈넉한 고택 뒤뜰"

첫 행은 고요하고도 평화로운 장면을 묘사하며, 독자를 시의 공간으로 인도한다. "고즈넉한"이라는 표현은 고택이라는 오래된 공간과 함께, 그 속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정적을 강조한다.

이 공간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적 공간을 상징하는 동시에, 과거와의 연결고리를 나타낸다.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힌 감정이나 기억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장소로 해석될 수 있다.

"고혹蠱惑한 향기 흐트러지고"

두 번째 행에서 시인은 향기를 통해 감각적인 이미지를 불러일으킨다. "고혹蠱惑한"이라는 형용사는 감정을 자극하는 강렬한 매력을 지닌 무언가를 암시한다.

이 향기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흐트러지는 기억과 감정을 의미할 수 있다. 또한, 향기가 흩어짐으로써 과거의 기억이 점차 희미해지거나 새로운 의미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암시한다.

"발자국 소리 따라나선 가슴속을"

여기서 발자국 소리는 과거를 상기시키는 요소로 등장한다. 발자국 소리는 누군가가 남긴 흔적이며, 이는 시인이 과거의 기억 속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암시한다.

"가슴속을"이라는 표현은 이 발자국이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에서가 아니라, 시인의 내면에서 큰 울림을 남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흔적을 남기고 다시금 되살아나는지를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헤매는 달빛 그림자는"

달빛은 시적 공간 속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달빛은 어둠 속에서 빛을 제공하며, 미지의 세계를 밝혀주는 역할을 한다. 이 행에서는 달빛이 그림자를 통해 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이미지로 묘사된다.

달빛의 은은한 빛과 그림자의 대비는 시인의 내면에 잠재된 감정의 복잡성을 상징하며, 이는 감추어진 감정이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동시에 존재하는 모순적인 상황을 반영한다.

"은밀한 그들의 약속을 바라본다"

마지막 행에서 "그들"은 구체적으로 설명되지 않지만, 이는 시인이 기억 속에서 상상하는 존재들이나 과거의 관계를 암시할 수 있다. "은밀한 약속"이라는 표현은 비밀스럽고 개인적인 감정을 담고 있으며, 이는 시인의 내면에서 오랫동안 간직해 온 기억이나 다짐을 상징한다.

달빛이 그들의 약속을 바라본다는 것은 시인이 그 기억을 되새기며 그 속에서 위안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모상철 시인의 시는 감정의 섬세한 흐름을 자연의 이미지와 연결시키며, 내면의 깊이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이 시에서 사용된 "고택", "향기", "발자국", "달빛"과 같은 자연적이고도 일상적인 이미지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시인의 내면세계를 반영하는 중요한 상징들이다.

시인은 고요한 순간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하며, 다시금 살아나는지를 그려내고 있다.

특히, 이 시의 구조는 각 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감정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첫 행에서 고요한 공간을 설정한 후, 향기를 통해 감각을 자극하고, 발자국 소리를 통해 과거와의 연결을 시도하며, 달빛 그림자를 통해 감추어진 감정을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은밀한 약속을 통해 시인은 인간관계 속에서의 복잡한 감정을 암시하며, 그 감정이 단순히 사라지지 않고 여전히 시인의 내면에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중요한 점은 이미지의 사용과 감정의 흐름이다. 시인은 일상적인 이미지 속에 깊은 철학적 의미를 담아내며, 이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성찰하도록 이끈다.

또한, 시에서 흐르는 감성적 측면은 고독과 회한, 그리고 희미한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시인의 세계는 고요하면서도 깊고, 그 속에서 인간의 다양한 감정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모상철 시인의 이 시는 자연과 인간의 감정을 긴밀하게 연결시키며, 감각적이고도 철학적인 시적 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의 시적 표현은 단순한 묘사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시인의 내면과 교감하게 하며, 동시에 자신의 감정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시 속의 은유와 상징은 다층적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이는 독자에게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모상철 시인은 이처럼 감정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인생의 깊은 진리를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강렬한 여운을 남기는 시를 창작하고 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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