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29.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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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상颯爽한 바람이 불어오니
8월은 그야말로 여름의 절정이자 끝이다. 한낮의 열기는 아직도 불타오르고, 하늘을 가득 채운 태양은 빛의 홍수를 쏟아내며 마지막 힘을 다해 여름의 끝을 잡고 노래한다.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은 이미 가을의 속삭임을 담고 있다.
나뭇잎 사이를 흐르며 미묘하게 서늘한 감각을 남기는 그 바람은, 8월이 어느새 지고 있는 계절임을 은근히 알려준다. 한낮의 강렬한 햇빛 뒤로 길어지는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9월이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8월의 끝자락에 서서 우리는 어딘가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여름의 뜨거운 정열은 서서히 식어가고, 햇빛은 이제 조금 더 부드러워진다.
가만히 귀 기울이면 풀벌레 소리가 점점 더 선명하게 들리고, 밤은 점점 길어지기 시작한다.
이 순간 우리는 자연스럽게 마음속에 자리 잡은 여름의 기억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찬란했던 태양 아래서의 순간들, 바다의 푸른 물결과 함께했던 날들, 그리고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던 시간들.
모든 것이 선명하면서도 흐릿하게, 한편으로는 달콤하면서도 아련하게 떠오른다.
우리는 알고 있다.
모든 것은 결국 지나간다는 것을, 그것이 곧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한다는 것을,
8월이 지고 9월이 다가오는 것은,
한 계절의 끝이자 또 다른 계절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여름의 끝을 아쉬워하면서도 동시에 새로운 계절을 기대하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다. 9월은 그러한 우리 마음의 상징과도 같다.
9월이 다가오면, 공기는 점점 더 맑아지고 하늘은 한층 더 깊어진다.
바람은 이제 더 이상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지 않다. 오히려 그 바람은 차분하고 서늘한,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상쾌한 기운을 담고 있다. 그런 삽상颯爽한 바람을 맞으며 우리는 가을의 향기를 느낀다. 이것은 새로운 계절의 序幕이며, 우리의 마음 또한 그 서막에 발을 맞춘다.
9월은 우리에게 성찰과 회복의 시간으로 다가온다.
여름의 뜨거움 속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 뜨겁게 타오르던 순간들 속에서 놓쳤던 것들이 하나둘씩 떠오른다. 우리는 서서히 자신을 되돌아보고, 여름 동안 쌓였던 것들을 정리하며 마음을 가다듬는다. 9월의 서늘한 바람은 그러한 우리 마음을 진정시켜 주고, 차분하게 생각할 시간을 준다.
또한, 9월은 새로운 계획과 꿈을 그려나가는 계절이다.
8월이 주었던 열정과 에너지는 이제 더 깊고 성숙한 형태로 바뀌어,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원동력이 된다. 9월은 우리에게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준다. 여름 동안 뜨겁게 달려왔던 우리가, 이제는 그 열정을 더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가을의 서늘함 속에서 한 걸음씩 내딛기 시작한다.
9월은 단지 새로운 시작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또한,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길을 더욱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지나온 시간을 반추反芻하고, 그 속에서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우리는 가을의 문턱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한다. 그 길은 더 이상 여름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무작정 달려가는 길이 아니다. 그것은 더 깊고 차분하게, 우리의 발걸음을 조심스럽게 내딛는 길이다.
8월을 보내고 9월을 맞이하는 마음은, 마치 한 권의 책을 덮고 새로운 장을 여는 것과 같다. 책의 첫 장은 다소 무겁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 무게는 곧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리는 묵직함이다. 우리는 그 무게를 즐기며,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나갈 준비를 한다.
8월의 뜨거움을 뒤로하고 9월의 서늘함을 맞이하며, 우리는 다시금 새로운 계절의 리듬에 몸을 맡긴다. 자연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도 변화하고 있음을 느낀다.
그 변화 속에서 우리는 다시 한 번 삶의 의미를 찾고, 우리 자신을 발견한다. 9월은 그리하여, 우리에게 끝이자 시작, 마무리이자 도약의 계절로 다가온다.
이제 우리는 서서히 찾아오는 9월의 바람을 맞이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 바람은 우리의 피부에 닿아 서늘하게 스며들 것이며, 우리의 마음을 한층 더 맑게 만들어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바람 속에서, 새로운 계절의 첫 발자국을 내디딜 것이다. 8월이 지나고 9월이 찾아오는 이 순간, 우리는 또다시 삶의 여정 속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ㅡ 청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