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만길 시인의 '서예 대가 이성숙 명필'을 청람 평하다
허만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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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 대가 이성숙 명필
시인 문학박사 허만길
달 밝은 한적한 밤이면
어느 궁녀 신필가와
구름에 앉아 거문고 들으며
배우고 익히고 의논하고 연구하였는가.
한 글자 한 글자
단정하고 우아하고
예쁘게 앉아
지금이라도 사뿐히 일어서서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올 듯이
아름다운 모습
곱고 맑게 흐르는 물결처럼
봄 하늘 춤추는 새소리처럼
굽이굽이 이어지는 글귀
말하고자 하는 품은 뜻은
또한 어찌 그리 가슴 울리는가.
옛 정취 그윽한
서울 인사동 거리 서성이니
새별 이성숙 한글 명필 묵향
별빛 하늘 오르며 나부낀다.
□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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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만길 시인은 한국 현대 문학사에서 존경받는 중견 작가이다.
시인은 독특한 감수성을 지닌 작가로, 그의 작품들은 삶의 다양한 면모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그의 시 세계는 흔히 인간 내면의 고요한 순간들, 역사적이거나 문화적 정취가 짙은 장면들 속에서 피어나는 섬세한 감정선을 포착한다.
허만길 시인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하며, 전통 예술을 통해 인간의 정신적 승화를 노래한다.
그는 시를 통해 인간 존재의 깊이와 그 내면의 울림을 탐구하며, 이는 독자로 시의 정서적 깊이에 몰입하게 한다.
이 시는 "서예 대가 이성숙 명필"이라는 제목에서부터 한국 전통 예술의 한 영역인 서예에 대한 경외심과 존경을 담고 있다. 제목에 등장하는 '이성숙'이라는 인물은 글씨의 아름다움과 정신적 가치를 지닌 서예가로, 시인은 그의 예술을 통해 무형의 감동을 전달한다.
이 시의 각 행들은 이러한 서예 예술의 세계를 다양한 상징과 비유를 통해 표현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독자들에게 서예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달 밝은 한적한 밤이면 / 어느 궁녀 신필神筆가와 / 구름에 앉아 거문고 들으며 / 배우고 익히고 의논하고 연구하였는가."
이 부분에서는 고요한 밤을 배경으로 서예가의 고풍스러운 모습이 그려진다. '달 밝은 한적한 밤'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상징하며, 이는 서예의 집중과 몰입의 순간을 암시한다. '궁녀 신필가와'라는 표현은 서예가의 예술적 경지를 상징하는데, 이는 마치 과거 궁중의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학문을 탐구하던 시절을 회상하게 만든다.
'구름에 앉아 거문고 들으며'는 시각적 상상력을 자극하며, 예술적 성찰과 조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서예가가 자신의 예술적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을 표현한다. '배우고 익히고 의논하고 연구하였는가'라는 구절은 서예 예술의 탐구와 정진을 함축적으로 나타내며, 끊임없는 자기 계발의 자세를 강조한다.
"한 글자 한 글자 / 단정하고 우아하고 / 예쁘게 앉아 / 지금이라도 사뿐히 일어서서"
여기서는 서예의 글자 하나하나에 대한 감탄이 드러난다. '한 글자 한 글자'라는 반복은 서예 작품을 이루는 구성 요소인 글자의 소중함을 강조하며, '단정하고 우아하고'는 서예의 미적 특성과 품격을 나타낸다. 글자가 '예쁘게 앉아' 있는 모습은 단순히 글자가 종이에 적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예술적 생명력을 지니고 있음을 상징한다.
이는 글자가 '사뿐히 일어서서' 걸어 나올 것만 같은 생동감을 부여하며, 서예 작품의 정교함과 깊이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올 듯이 / 아름다운 모습 / 곱고 맑게 흐르는 물결처럼 / 봄 하늘 춤추는 새소리처럼"
이 부분에서는 서예의 예술적 아름다움이 구체적인 자연 이미지와 함께 표현된다. '환하게 웃으며 걸어 나올 듯이'라는 표현은 서예 작품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느껴지는 생동감을 전달하며, 그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곱고 맑게 흐르는 물결처럼'과 '봄 하늘 춤추는 새소리처럼'이라는 비유는 서예의 유려한 필치와 그에 담긴 자연스러운 흐름을 나타내며, 이는 서예 예술이 단순한 글쓰기 이상의 고도의 예술임을 강조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글귀 / 말하고자 하는 품은 뜻은 / 또한 어찌 그리 가슴 울리는가."
이 행들은 서예가 단순히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것이 아니라, 그 글귀에 담긴 의미와 정서가 독자의 마음을 울리는 힘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한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글귀'는 서예 작품의 흐름과 연속성을 강조하며, '말하고자 하는 품은 뜻은'은 서예가 담고 있는 철학적, 감성적 메시지를 상징한다.
이는 서예의 예술적 가치를 한층 더 깊이 있게 느끼게 하며, 그 감동이 '가슴 울리는' 수준에 도달하게 함을 표현한다.
"옛 정취 그윽한 / 서울 인사동 거리 서성이니 / 새별 이성숙 한글 명필 묵향"
이 부분에서는 서울 인사동의 옛 정취와 서예의 조화가 그려진다. '옛 정취 그윽한'이라는 표현은 서예의 전통적이고도 고풍스러운 아름다움을 강조하며, 인사동이라는 장소적 배경은 한국 전통문화와 예술의 중심지로서 서예 예술의 생명력을 더욱 부각한다.
'새별 이성숙 한글 명필 묵향墨香'이라는 구절은 서예의 예술성과 그 독창적 향기를 의미하며, 이는 한국 전통 예술의 가치와 깊이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별빛 하늘 오르며 나부낀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서예의 아름다움이 별빛 하늘에 오르는 모습으로 비유된다. 이는 서예 예술의 고고한 아름다움과 그 예술적 정수가 하늘 높이 빛나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며, 독자로 하여금 서예의 숭고함을 느끼게 한다. '나부낀다'는 동사는 서예의 유려한 필치와 생명력을 표현하는 데 적합하며, 이로써 서예 작품이 단순한 정지된 예술이 아님을 강조한다.
허만길 시인의 "서예 대가 이성숙 명필"은 서예 예술의 정수와 그 속에 담긴 철학적 깊이를 찬미하는 시이다.
시인은 서예 작품을 통해 한국 전통 예술의 가치를 재조명하며, 서예가 지닌 미적 품격과 정신적 깊이를 다층적으로 묘사한다.
각 행들은 서예 작품의 구체적인 미적 요소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창조하는 과정과 그에 담긴 철학적, 감성적 메시지를 풍부하게 드러낸다.
시인은 생동감 있는 비유와 상징을 통해 서예의 예술성을 강조하며, 독자로 서예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깃든 깊은 의미를 함께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점에서 이 시는 서예 예술에 대한 찬가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전통문화의 가치와 깊이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하는 감동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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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허만길 문학박사
월간 한국국보문학 편집고문.
수상
황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표창.
한글학회이사장 표창.
순수문학 작가상.
문예춘추 청백문학상을 수상했다.
학력
서울대학교 대학원 국어교육학과 교육학 석사
홍익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 박사
경력
문교부 연구사,
교육부 국제교육진흥원 강사
경복고등학교 교사
영등포여자고등학교 교사
당곡고등학교 교장 등 역임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