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호 시인의 '풍경 짓는 사람은'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Aug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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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짓는 사람은
시인 백영호
조경이란
풍경을 짓는 일이구
인류 구하는 학문이지
풍경 건축은 8할이
살아있는 생물 다루기,
현대 풍경 건축에선
첨단미가 줄줄 흐르고
고대 풍경 건축에선
고태미가 물씬 물씬 풍기지
오늘 나의 풍경 짓기는
조경 설계 두뇌 작업이다
스케치 북 펼쳐
그리며 궁리하며
계획하고 고치면서
발상의 전환과
만인이 박수치는 정원
취하고 탐함이니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느꼈고
느낀 만큼 다채론 조화론
여백 있는 풍경 채워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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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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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호 시인은 조경造景학자이자 시인으로, 자신의 전문 분야인 조경을 예술과 철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리며 조경의 미학과 인간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아내는 작품을 남겼다.
그의 시에는 풍경을 단순히 자연의 한 부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삶과 정신을 반영하는 살아있는 존재로서의 풍경을 중요시하는 철학적 사유가 깃들어 있다.
그는 조경을 '인류를 구하는 학문'으로 정의하면서, 자연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서의 풍경을 새롭게 바라본다.
이는 현대 조경이 단순한 기술적 작업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철학적 시도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조경이란 / 풍경을 짓는 일이구 / 인류 구하는 학문이지"
백영호는 조경을 '풍경을 짓는 일'로 정의한다. 여기서 '짓는'이라는 표현은 단순한 조성이나 건축을 넘어서, 창조와 예술적 작업으로서의 조경을 의미한다. 풍경이 인간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하며, 이를 통해 인류를 '구하는 학문'이라고 표현한다. 이는 조경이 단순한 자연 조성이 아닌, 인간 정신과 환경의 조화로운 관계를 창출하는 중요한 학문임을 역설力說하는 것이다.
"풍경 건축은 8할이 / 살아있는 생물 다루기,"
풍경 건축의 8할이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일이라는 표현은 조경이 생태적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된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건축적 요소가 아니라, 식물, 동물, 인간이 공존하는 생태계를 조화롭게 관리하고 창조하는 것이 조경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백영호의 조경 철학은 생명을 다루는 데 있어서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에서 생태학적 관점과 일맥상통한다.
"현대 풍경 건축에선 / 첨단미가 줄줄 흐르고"
'첨단尖端미'라는 표현은 현대 조경 건축의 기술적 진보와 미적 혁신을 의미한다. 이는 현대 기술이 조경에 통합됨으로써 이루어지는 다양한 창의적 실험과 스타일의 발전을 나타낸다. 백영호는 이러한 기술적 혁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것이 단순한 외형적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조경의 본질적 가치와 연결될 때 진정한 의미를 지닐 수 있음을 암시한다.
"고대 풍경 건축에선 / 고태미가 물씬 물씬 풍기지"
이에 반해, 고대의 풍경 건축에서는 '고태古態미'가 두드러진다고 표현한다. 이는 전통적이고 고유한 미적 가치가 살아 숨 쉬는 고대의 조경 양식을 일컫는다. 백영호는 현대와 고대의 조경 건축을 비교하면서,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미적 가치를 보존하는 고유함을 찬양하고 있다.
"오늘 나의 풍경 짓기는 / 조경설계 두뇌 작업이다"
백영호는 조경 작업을 '두뇌 작업'으로 표현하며, 물리적 활동이 아닌 지적인 창조 과정으로서의 조경을 부각한다. 이는 조경이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예술적 감각과 철학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고도의 정신적 작업임을 드러낸다.
"스케치 북 펼쳐 / 그리며 궁리하며 / 계획하고 고치면서"
시인은 스케치북을 펼치고, 그리며, 궁리하고, 계획하고, 고치는 과정을 통해 조경 작업이 끊임없는 시도와 수정의 반복임을 묘사한다. 이 과정은 창의적 사고와 유연한 발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는 완벽한 풍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고민과 수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에서 예술적 작업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발상의 전환과 / 만인이 박수치는 정원 / 취하고 탐함이니"
백영호는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며, 새로운 접근과 사고의 유연성이 조경 작업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밝힌다. '만인이 박수치는 정원'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조경의 이상을 표현한 것으로, 조경이 단순히 개인의 취향에 그치지 않고, 보편적 아름다움과 가치를 추구해야 함을 나타낸다.
"아는 만큼 보이고 / 보이는 만큼 느꼈고 / 느낀 만큼 다채론 조화론 / 여백 있는 풍경 채워감이다."
마지막 행에서 시인은 인식의 과정에 대해 논한다. '아는 만큼 보이고'는 조경가로서의 지식과 경험이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시사한다. '보이는 만큼 느꼈고, 느낀 만큼 다채론 조화론'은 감각적 경험이 조경의 미적 조화와 연결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백 있는 풍경'은 자연스럽고 조화로운 공간을 의미하며, 이는 백영호가 추구하는 이상적인 조경의 이미지를 형상화한다.
백영호 시인의 시는 조경을 예술과 철학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시도로, 조경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학문임을 역설한다. 그는 조경을 단순한 기술적 작업이 아닌,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고, 현대와 고대의 미를 조화롭게 결합하는 창조적이고 철학적인 과정으로 이해한다. 시인의 조경 철학은 단순히 아름다운 공간을 창출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과 자연의 조화를 통해 인류를 구하는 학문적 가치를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조경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하며, 독자에게 깊은 사색의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시는 조경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하며, 자연과 인간, 예술과 학문이 어떻게 조화롭게 결합될 수 있는지를 탐구하는 중요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