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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연희 시인의 '거제도 망치 몽돌 해변'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거제도 망치 몽돌 해변





시인 文希 한연희





오고 오는 세월이 다듬은
도리암직한 몽돌이 정겨운데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역사적 간극이 안타깝다

캄캄한 밤 별빛처럼
쫘악 깔린 윤슬 아래
살아 숨 쉬는 것들을 품고
씨름하는 파도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랴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내어 맡기고 살아온 그대 있어
말의 한계를 뛰어넘는 몸짓만으로
푸릇한 소망이 잔잔하게 채워졌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한연희 시인은

삶의 여정을 시적 언어로 승화시켜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를 구축해 온 시인이다.

그녀의 시에는 자연과 인간, 시간과 역사의 교차점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정서들이 깊이 스며있다.
한연희 시인의 시 세계는 주로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성찰하고, 그 안에서 희망과 사랑을 발견하는 데 있다.
이는 '거제도 망치 몽돌 해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시인은 고요한 자연의 풍경을 배경으로 삼아 인간의 삶과 시간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며, 그 속에서 시적 화자의 사유와 감정을 풀어내고 있다.

"오고 오는 세월이 다듬은 / 도리암직한 몽돌이 정겨운데"라는 구절은 자연의 오랜 시간 동안 다듬어진 몽돌을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도리암직한 몽돌'은 단순한 돌이 아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오랜 시간 동안 연마된 자연의 결과물로서 인간의 삶을 비유하고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자연이 가지는 무한한 인내와 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이 과정은 인간의 삶과도 닮아 있다. 인간 역시 세월이 지나며 다듬어지고, 그 안에서 본연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존재임을 암시하고 있다.
‘정겨운데’라는 표현은 이러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 따스한 정서적 유대감을 느끼고 있음을 드러낸다.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 / 역사적 간극이 안타깝다"는 구절은,
시인이 느끼는 시간의 간극과 인간의 한계를 표현한다.

몽돌이 겪어온 역사적 세월과 인간이 이를 이해하는 데 있어 발생하는 소통의 어려움은 곧 인간의 인식의 한계를 의미한다.
이는 시인이 자연과의 대화 속에서 인간의 유한함을 깨닫고, 동시에 그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이 ‘역사적 간극’은 비단 자연과 인간 사이뿐만 아니라, 인간과 인간, 세대와 세대 사이의 소통의 부재를 암시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시인은 이를 안타까워하며, 보다 깊은 이해와 소통을 희구하고 있다.

"캄캄한 밤 별빛처럼 / 쫘악 깔린 윤슬 아래 / 살아 숨 쉬는 것들을 품고 / 씨름하는 파도를 어찌 사랑하지 않으랴"라고 노래한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밤하늘의 별빛과 윤슬, 그리고 그 아래 살아 숨 쉬는 존재들을 통해 자연의 생명력과 그 안에 내재된 생의 의지를 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파도는 시인의 표현에 따라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며 자연과의 씨름을 벌이고 있다.
이는 인간이 삶에서 겪는 역경과 고난을 연상시키며, 그 과정 자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는 시인의 감정이 드러난다. 파도는 변함없이 밀려오고 부서지기를 반복하지만, 그 안에는 삶의 에너지가 깃들어 있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의 삶 또한 마찬가지로 고난 속에서도 빛나는 순간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 내어 맡기고 살아온 그대 있어 / 말의 한계를 뛰어넘는 몸짓만으로 / 푸릇한 소망이 잔잔하게 채워졌다"는 부분은 시의 절정을 이루며,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더욱 깊이 탐구하고 있다.

바람과 물결은 자연의 힘을 상징하며, 그 속에 자신을 맡긴다는 것은 인간의 겸허한 태도를 나타낸다.
시인은 자연의 섭리 속에서 스스로를 맡기고 살아가는 존재를 통해 '말의 한계를 뛰어넘는' 소통 방식을 제안한다.
이는 언어의 한계에서 벗어나 보다 본질적이고 내면적인 교감을 추구하는 시인의 철학을 반영한다. 결국 이 교감을 통해 '푸릇한 소망'이라는 희망의 이미지가 마음속에 채워지는 것이다.
이 부분은 시의 주제의식과 직결되며,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인간이 얻을 수 있는 평온과 희망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한연희 시인의 이 시는 전체적으로 자연과 인간, 시간과 역사의 조화로운 관계를 탐구하며, 그 속에서 발생하는 정서적 울림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있다. 시인은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인간이 삶에서 겪는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다.
자연의 이미지와 그 속에 깃든 철학적 사유는 시인의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하여 독자에게 감동을 전한다. 한연희 시인의 '거제도 망치 몽돌 해변'은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시가 아닌, 그 속에 인간 존재의 본질과 희망을 담아내는 시로서, 그 깊이와 울림이 남다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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