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박철언 시인의 [단테의 '신곡'을 다시 읽고]를평하다

청람 김왕식









단테의 '신곡'을 다시 읽고



시인 박철언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 어찌하여
썩고 부패할 수 있는가
인간의 육신은 변함없이 부활하는 것인가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의 의문은 깊었다

숲 속 같은 어둠 속을 방황하던
35세의 단테는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에게 인도되어
지옥의 골짜기를 방문하고
천태만상 인간들의 죄와 벌을 목격한 다음
구원의 연인 베아트리체의 영접을 받고 천국에 이른다
성베르나르의 안내로
천상 속에서 삼위일체의 신비를 맛본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의 지혜와 판단을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성 바오로 사도 영혼과의 문답을 통해
인간의 운명과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깨닫는다
하느님의 위대한 능력을 믿는다

단테의 기쁨은 지상의 인간들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바뀌고
찬미와 탄식이 노래로 흘러나온다
사랑의 기쁨으로 충만하여
하느님께로 솟아오르는 신비로움과 억제할 수 없는 환희를 느낀다
창조의 신비와 하느님의 위대함을 찬양하는 시를 읊는다

단테는 아홉 살 때 자신의 인생항로를 좌우한
동갑내기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순간
홀로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그녀는 25세에 요절하여
하늘나라 천사가 된다
그녀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 속에 드디어 그녀의 안내로
7일 6시간 동안 천국 순례를 마치고 돌아온다
정쟁에 휘말려 추방되어 방랑하며 56세 말년까지 집필에 몰두한다

한 여인 베아트리체에 대한
지고지순한 사랑은
인류 문학사상 불후의 금자탑이라는
'신곡' 하늘나라 이야기를 쓸 수 있게 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철언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작가 중 한 명으로, 삶의 고난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시는 대개 개인적 경험과 인문학적 사유를 결합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단테의 ‘신곡’을 주제로 한 이 시 역시 그의 철학과 문학적 정수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시는 단테 알리기에리의 서사시 ‘신곡’을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인간 존재와 구원, 사랑, 그리고 신에 대한 사유를 촘촘히 엮어낸다. 단테의 삶과 여정을 박철언 시인의 시적 언어로 풀어내며, 시인은 독자들로 단테의 신비로운 여행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체험하게 한다.

시의 첫 연은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것이 어찌하여 썩고 부패할 수 있는가 / 인간의 육신은 변함없이 부활하는 것인가"라는 의문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시인은 단테의 철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인간의 유한성과 영혼의 불멸성이라는 주제를 던지며, 이는 단테가 ‘신곡’을 통해 고민했던 근본적인 문제들이다. 하느님의 창조물로써 인간이 왜 부패하고 죽는가, 그리고 죽음 이후에 육체는 부활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이 질문은 독자들로 하여금 인간 존재의 본질과 운명을 되돌아보게 한다.
이 연은 단순한 서술을 넘어 신학적이고 철학적인 질문을 시적으로 변주하여 전달하고 있다.

다음으로, "숲 속 같은 어둠 속을 방황하던 / 35세의 단테는"이라는 구절은 단테가 중년의 위기와 같은 삶의 어둠 속에서 방황하던 시기를 묘사한다. 이 어둠은 인간의 무지와 죄악, 그리고 삶의 고통을 상징한다. '숲 속 같은 어둠'이라는 표현은 길을 잃고 방황하는 인간의 내면세계를 상징적으로 나타내며,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이 신의 가르침을 잃고 방황할 때 느끼는 절망과 혼란을 암시한다.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에게 인도되어 / 지옥의 골짜기를 방문하고"라는 대목에서는 베르길리우스가 인간 이성의 상징으로 나타난다.
베르길리우스는 단테를 인도하여 지옥의 골짜기를 여행하게 하며, 이는 인간의 죄와 벌의 현실을 직시하게 하는 과정이다. 여기서 시인은 인간의 이성적 판단만으로는 영적 구원에 이를 수 없음을 암시한다.
이 연은 단테의 여정을 통해 인간의 죄악성과 그에 따른 고통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유도한다.

"구원의 연인 베아트리체의 영접을 받고 천국에 이른다"라는 구절에서 베아트리체는 신성한 사랑과 구원의 상징으로 묘사된다.
단테에게 베아트리체는 단순한 사랑의 대상이 아닌, 그를 천국으로 인도하는 영적인 안내자다.
박철언 시인은 이를 통해 인간이 영적 구원에 이르는 길에는 신성한 사랑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나야 하며, 신의 사랑과 은총을 통해 구원을 얻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어서 "성베르나르의 안내로 / 천상 속에서 삼위일체의 신비를 맛본다"에서는 단테가 성 베르나르의 안내로 천상에서 신의 신비를 체험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는 신학적 사유의 정점에서 인간이 신의 본질과 신비를 깨닫는 순간을 표현한 것이다. 성베르나르는 신앙과 신뢰의 상징이며, 이 구절은 인간이 신의 신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적인 노력뿐만 아니라 신앙적 헌신도 필요함을 말해준다.

"성 토마스 아퀴나스는 인간의 지혜와 판단을 / 과신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는 부분에서는 신학자 토마스 아퀴나스의 충고가 언급된다.
이는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지혜와 판단에 대한 과신이 오히려 구원의 길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메시지다.
박철언 시인은 이 부분을 통해 겸손한 신앙과 절대적 신뢰의 중요성을 시사하고 있다.

"단테의 기쁨은 지상의 인간들에 대한 연민의 정으로 바뀌고 / 찬미와 탄식이 노래로 흘러나온다"는 구절에서는 단테가 신의 신비를 체험한 후 느낀 감정이 지상의 인간들에 대한 연민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인간의 고통과 죄를 목격한 후, 단테는 신의 사랑을 찬양하며 동시에 인간의 죄에 대한 탄식을 노래로 표현한다. 이는 시적 언어로 인간의 불완전함과 구원에 대한 갈망을 아름답게 표현한 부분이다.

"사랑의 기쁨으로 충만하여 / 하느님께로 솟아오르는 신비로움과 억제할 수 없는 환희를 느낀다"는 부분에서는 단테가 신의 사랑을 통해 경험한 영적인 환희와 기쁨을 묘사한다.
이는 인간의 영혼이 신의 사랑으로 충만해질 때 느끼는 최상의 경지를 표현하며, 시인은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신비로운 사랑의 체험을 상상하게 한다.

"단테는 아홉 살 때 자신의 인생항로를 좌우한 / 동갑내기 베아트리체를 처음 본 순간 / 홀로 사랑에 빠진다"는 대목에서는 단테와 베아트리체의 사랑이 인간의 사랑을 넘어 영적인 사랑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설명한다.
베아트리체의 존재는 단테의 신앙과 구원의 여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이는 시인의 철학적 가치관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다.

"정쟁에 휘말려 추방되어 방랑하며 56세 말년까지 집필에 몰두한다"는 구절에서는 단테의 삶의 고난과 그의 문학적 헌신이 강조된다.
박철언 시인은 이를 통해 단테가 신의 사랑과 인간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한 인물임을 상기시킨다.

시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을 보면, 박철언 시인은 단테의 ‘신곡’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과 구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이를 시적 이미지와 철학적 사유를 결합하여 심도 있게 풀어낸다.
그는 단테의 여정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면서, 신과 인간 사이의 관계, 사랑의 본질, 구원의 의미 등을 다층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이 시는 인간의 유한성과 신의 무한성을 대비시키며, 독자들에게 신비로운 사랑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박철언 시인의 시적 언어는 단순하면서도 강렬하며, 그의 철학적 깊이는 독자들에게 긴 여운을 남긴다.



ㅡ 청람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침 강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