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광일 시인의 '9월의 시'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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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
시인 주광일
9월이 온다는 소식
들은 듯 못 들은 듯
그래도 9월이 왔다네
그렇다면 나 이제
무엇을 걱정하랴
혹독했던 지난여름
견뎌낸 내가 까짓 거
가을을 못 견디랴
그러니 이제부터 나는
9월의 산길을 걷고 싶네
9월의 산길을 걸으며
무거운 마음 지워버리고
9월의 꿈을
노래하고 싶네
아직도 나에겐 갈 길이
많이 남아 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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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주광일 시인은 그의 시에서 삶의 고통과 희망,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진솔하게 그려낸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는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고, 그를 통해 얻은 통찰을 시로 표현해 왔다.
그의 시에는 늘 삶의 깊이가 묻어나며, 현실의 아픔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의 빛을 동시에 담아낸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그는 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하나로 융합시키며,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의 시 "9월의 시" 또한 이러한 그의 시적 철학을 잘 반영하고 있다.
첫 행인 "9월이 온다는 소식 / 들은 듯 못 들은 듯"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모호한 인식을 드러낸다. '들었다'와 '못 들었다'는 상반된 표현을 통해, 시인은 일상 속에서 계절의 변화가 주는 자연의 리듬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대인의 모습을 은유한다.
또한, 이는 삶의 순간순간이 때로는 무감각하게 지나가는 것을 암시하며, 삶에 대한 인식과 태도의 불확실성을 표현한다.
"그래도 9월이 왔다네"라는 구절에서는 앞서 언급한 불확실성에도 시간은 흐르고 계절은 변한다는 필연성을 강조한다. '그래도'라는 부사어는 일상에서의 무심함과 무관심 속에서도 자연의 순환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이는 인간이 가진 의식과 상관없이 삶은 계속해서 흘러가며, 우리는 그 흐름 속에서 무엇인가를 느끼고 깨달아야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다면 나 이제 / 무엇을 걱정하랴"는 시인의 철학적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구절이다.
앞서 언급한 자연의 필연성과 흐름을 받아들이면서, 시인은 무의미한 걱정에서 벗어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변화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태도를 통해 삶의 무게를 덜어내고, 앞으로의 시간에 대한 낙관적인 시선을 제안한다.
"혹독했던 지난여름 / 견뎌낸 내가 까짓 거 / 가을을 못 견디랴"라는 구절은 시인의 자신감과 내면의 강인함을 드러낸다.
'혹독했던 지난여름'은 인생에서 겪어야 했던 고통과 시련을 상징하며, '견뎌낸 내가'라는 표현을 통해 그 모든 것을 이겨낸 자아의 성장을 드러낸다. '까짓 거'라는 표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어조로, 앞으로 다가올 가을이라는 또 다른 계절 혹은 인생의 또 다른 국면도 두렵지 않다는 태도를 보여준다.
"그러니 이제부터 나는 / 9월의 산길을 걷고 싶네"에서 시인은 자신의 의지를 명확히 한다.
9월의 산길은 자연과의 조우, 내면의 탐색, 그리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걷고 싶네'라는 표현은 능동적인 의지를 담고 있으며, 이 산길을 걷는 행위는 시인이 새로운 계절과 삶의 국면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결의를 담고 있다.
"9월의 산길을 걸으며 / 무거운 마음 지워버리고"는 자연과의 만남을 통해 내면의 무거움을 덜어내려는 시인의 의도를 표현한다.
여기서 '무거운 마음'은 삶의 고뇌와 걱정을 의미하며, 이를 '지워버리고'라는 능동적 표현을 통해 떨쳐내고자 하는 시인의 결단을 볼 수 있다.
이 행위는 단순한 자연 속의 산책이 아닌, 마음의 정화와 삶의 회복을 의미하는 상징적인 행위로 읽힌다.
"9월의 꿈을 / 노래하고 싶네"는 새로운 계절이 가져다주는 희망과 가능성에 대한 시인의 열망을 표현한다.
'노래하고 싶네'는 단순한 바람이 아닌, 자신의 의지와 계획을 담은 표현으로, 시인이 꿈꾸는 새로운 삶의 방향성과 목표를 암시한다.
'9월의 꿈'은 그저 계절의 변화만이 아닌, 시인이 새롭게 맞이할 삶의 목표와 기대를 상징한다.
"아직도 나에겐 갈 길이 / 많이 남아 있다네"는
시의 결말에서 여운을 남기며 시인의 인생관을 드러낸다. 아직 남아있는 '갈 길'은 시인이 겪어야 할 앞으로의 시간과 도전들을 의미한다.
이는 곧 시인이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배워야 하고, 겪어야 하는 삶의 과정들을 표현하는 것이다.
또한, '많이 남아 있다네'라는 표현을 통해 끝없는 가능성과 희망을 내포한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자연의 순환과 인간의 내면을 연결 짓는 주광일 시인의 대표적인 철학적 접근을 보여준다. 시인은 '9월'이라는 계절적 상징을 통해 삶의 시련과 희망, 고난과 성장을 교차시켜 드러낸다.
그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연 속에서 인간이 겪는 내면적 성장을 포착한다.
이러한 표현상의 특징은 그의 시적 가치와 철학을 더욱 부각하며, 독자들에게 삶의 고통 속에서도 피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주광일 시인의 "9월의 시"는 일상의 고단함과 무의미함 속에서도 자연의 순환과 함께 새롭게 시작될 수 있는 삶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시적 표현의 정제된 이미지와 감성적 측면은 독자들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며, 앞으로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게 한다.
이는 시인의 삶과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작품으로, 각 행의 상징과 이미지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