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선 시인의 '피지 않는 분꽃'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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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지 않는 분꽃
시인 안정선
아침 경로당 모실 때
화사해지는 모친 얼굴
함께 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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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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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선 시인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에서 감정을 끌어내어, 그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시인이다.
그의 시 세계는 주로 일상적인 삶의 풍경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며, 그 속에서 인간의 내면과 관계의 깊이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특히 가족과의 관계, 그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슬픔, 기대와 회한悔恨 같은 감정을 따뜻하고도 진솔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시인의 시는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안정선 시인의 시에서는 화려한 수사보다는 소박한 언어로 감정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두드러지며, 이는 그의 삶과 문학적 신념이 녹아있는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는 일상 속에서 발견한 작은 순간들을 통해, 독자에게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고,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시한다.
'피지 않는 분꽃' 역시 그러한 시인의 문학적 색채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아침 경로당 모실 때"
이 첫 번째 행은 시의 전체적인 감정을 구축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침"이라는 시간적 배경은 하루의 시작을 암시하며, 새로운 가능성과 희망을 연상시킨다.
"경로당"이라는 단어가 더해짐으로써 그 장소는 노인의 공간이자, 일상의 한 부분으로 느껴진다.
"모실 때"라는 표현은 시인이 모친을 공경하며 돌보는 행위를 의미하는데, 이 행위 자체가 시인이 지닌 효심과 가족에 대한 사랑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이 행은 시인이 평범한 아침의 풍경을 통해 가족 간의 유대감을 부드럽게 풀어내는 동시에, 그 속에 숨겨진 애틋함과 정서를 암시한다.
"화사해지는 모친 얼굴"
두 번째 행은 모친의 표정 변화를 묘사하며 감정의 전환을 제시한다. "화사해지는"이라는 형용사는 단순한 얼굴의 변화를 넘어, 모친의 내면에서 비롯된 기쁨과 생동감을 표현하는 데 사용된다.
이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비롯된 행복감을 반영하며, 모친이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과 즐거움을 간접적으로 드러낸다.
이 시적 표현은 독자로 단순한 얼굴의 변화 너머의 감정과 심리를 탐색하게 만든다. "화사해지는"이라는 표현은 모친의 감정이 단순한 표정의 변화에서 그치지 않고, 그의 삶의 질과 관계된 긍정적인 순간을 나타낸다.
"함께 간다는 생각 때문일까"
세 번째 행에서는 시인이 직접적인 질문을 던지며 독자에게 생각할 여지를 준다.
"함께 간다는 생각"이라는 구절은 모친이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 느끼는 안정감과 기쁨을 시사한다.
이 행은 단순한 동행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모친이 느끼는 심리적 만족감의 근원을 탐색하는 역할을 한다.
시인은 이 행을 통해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것이 주는 위로와 기쁨에 대해 사색한다. 이러한 질문형 구조는 독자에게 시적 사유의 여지를 제공하며, 시 전체의 의미를 보다 깊이 있게 만든다.
이 시에서 감성적인 측면과 이미지의 중요성은 매우 두드러진다. 시인은 모친과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 행복과 기쁨을 발견하고, 이를 독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섬세한 언어를 사용한다. 특히 "화사해지는 모친 얼굴"이라는 표현은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모친의 내면 감정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감정적 울림을 제공한다.
시인은 지나치게 화려하거나 복잡한 수사를 피하고, 오히려 단순하고 직관적인 이미지를 통해 감정의 본질을 전달하고자 한다.
이러한 표현 기법은 시의 정서를 더욱 풍부하게 만들며, 독자가 시인의 세계에 더욱 깊이 몰입하게 한다.
안정선 시인의 가치철학은 이 시에서 '함께하는 삶'과 '관계의 소중함'을 중시하는 것으로 드러난다.
시인은 모친과의 동행을 통해 가족 간의 유대와 돌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기쁨과 행복을 노래한다.
시인의 이러한 철학은 시 전체의 유기적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며, 독자에게 일상 속에서의 관계와 감정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또한, 시는 단순한 동행 이상의 감정을 전달하며, 가족이라는 소중한 존재가 주는 안정감과 위로를 재조명한다. 시인이 보여주는 이러한 따뜻한 시선은 독자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며, 삶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제공한다.
안정선 시인의 '피지 않는 분꽃'은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통해 가족과의 관계의 깊이를 탐색하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의 아름다움을 섬세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시인은 모친과의 평범한 아침을 소재로 삼아, 가족 간의 사랑과 돌봄, 그리고 그 속에서 발견되는 기쁨과 위로를 따뜻하게 담아낸다.
특히 시인의 언어는 간결하면서도 정교하며, 독자로 일상 속의 소중한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하는 힘을 지닌다.
이 시에서 시인은 화려한 수사 없이도 감정의 깊이를 표현하며, '화사해지는 모친 얼굴'과 같은 직관적인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감정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시적 표현은 일상적인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들며,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으로 삶을 바라볼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시 속에 드러난 '함께하는 삶'에 대한 시인의 철학은, 우리에게 일상 속에서 관계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고 감사하게 만드는 중요한 메시지를 전해준다.
요컨대, 안정선 시인의 시 '피지 않는 분꽃'은 그 자체로 작은 꽃 한 송이처럼 소박하고도 아름답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감정의 결을 담은 이 작품은, 독자에게 일상 속에서의 사랑과 행복, 관계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드는 소중한 선물과도 같다.
시인의 깊이 있는 성찰과 정서적 풍요로움이 가득 담긴 이 시는, 현대의 독자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