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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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
청람 김왕식
9월의 아침,
찬란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운다. 아직 이른 시간,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자연은 천천히 눈을 뜬다. 찬란한 빛이 온 세상에 퍼져나가고, 차가운 새벽공기가 조금씩 사라지며 따스한 햇살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눈을 감고 그 빛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빛의 따뜻함이 지나간 하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한다.
한때 마음을 짓눌렀던 우울함과 어두운 생각들이 한 줌의 먼지처럼 바람에 사라진다. 그 자리를 밝고 가벼운 마음이 찾아오고, 몸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새날의 리듬에 맞추어 움직인다. 느리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9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길 위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목적지 없이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지금 이 순간,
가을의 길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걷다 보면 꽃길이 나타난다. 연분홍, 진노랑, 순백의 꽃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이야기를 건넨다.
"괜찮아,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꽃잎들의 속삭임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꽃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그 향기는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모든 것을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높고 푸른 하늘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 점의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은 마치 내일을 그려주는 커다란 캔버스 같다. 하늘을 바라볼수록 가슴속에서부터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커다란 꿈을 꾸고 싶어진다. 그 꿈은 단순한 욕망이나 바람이 아니라,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은 열망이며, 자신의 본질을 온전히 펼치고 싶은 간절함이다.
그 꿈은 오래전 잃어버렸던 순수한 꿈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세상에 아직 말하지 못한 그런 꿈이다. 이 가을, 그 꿈을 다시 꺼내어 본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떨린다.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손으로 하나하나 적어 내려간다. 글자마다 마음을 담고,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내 안의 열정이 조금씩 깨어난다.
그 꿈을 춤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춤은 아니지만, 내 안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춤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손끝과 발끝까지 퍼져나가는 그 춤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생동감과 자유로움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삶의 찬가이자, 자신에게 바치는 고백이다. 그렇게, 이 가을에 자신의 꿈을 말하고, 쓰고, 춤춘다.
사람들은 가을이 떠나가는 계절이라 말한다. 봄은 피어나는 계절, 여름은 타오르는 계절, 겨울은 쉬어가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떠나보내고 정리하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렇지 않다.
이 가을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 지나간 시간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고 싶다. 떠나지 말고, 그저 지금 여기에, 이 순간에 머물고 싶다.
이 가을,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일 수도 있고, 자신을 향한 사랑일 수도 있다. 사랑은 때로는 너무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도 하다. 그 깊어진 사랑이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 더 나아가게 만들고, 더 진실하게 만든다.
가을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그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따뜻한 햇살 속에서 가을의 길을 걸어간다.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두렵지 않다.
지금 이 순간,
그저 이 가을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찬란한 태양 아래서 길을 나아간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