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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

청람 김왕식








9월, 찬란한 태양 아래에서



청람 김왕식






9월의 아침,
찬란한 태양이 서서히 떠오르며 세상을 빛으로 가득 채운다. 아직 이른 시간, 고요한 정적 속에서 자연은 천천히 눈을 뜬다. 찬란한 빛이 온 세상에 퍼져나가고, 차가운 새벽공기가 조금씩 사라지며 따스한 햇살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눈을 감고 그 빛을 온몸으로 느끼는 순간,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드는 빛의 따뜻함이 지나간 하루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게 한다.

한때 마음을 짓눌렀던 우울함과 어두운 생각들이 한 줌의 먼지처럼 바람에 사라진다. 그 자리를 밝고 가벼운 마음이 찾아오고, 몸과 마음은 자연스럽게 새날의 리듬에 맞추어 움직인다. 느리게 발걸음을 내딛으며 9월의 길을 걷기 시작한다. 길 위에 흔들리는 나뭇잎들이 햇살에 반짝이고, 목적지 없이 걸음을 옮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
지금 이 순간,
가을의 길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걷다 보면 꽃길이 나타난다. 연분홍, 진노랑, 순백의 꽃들이 바람에 살랑이며 이야기를 건넨다.
"괜찮아, 모든 게 다 괜찮아질 거야."
꽃잎들의 속삭임을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꽃의 향기가 코끝을 스치고, 그 향기는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모든 것을 자유롭게 만들어준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높고 푸른 하늘이 눈앞에 펼쳐진다. 한 점의 구름 없이 맑은 하늘은 마치 내일을 그려주는 커다란 캔버스 같다. 하늘을 바라볼수록 가슴속에서부터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커다란 꿈을 꾸고 싶어진다. 그 꿈은 단순한 욕망이나 바람이 아니라, 자유롭게 날아오르고 싶은 열망이며, 자신의 본질을 온전히 펼치고 싶은 간절함이다.

그 꿈은 오래전 잃어버렸던 순수한 꿈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부터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세상에 아직 말하지 못한 그런 꿈이다. 이 가을, 그 꿈을 다시 꺼내어 본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입술이 떨린다. 말로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그 꿈을 손으로 하나하나 적어 내려간다. 글자마다 마음을 담고, 문장을 완성할 때마다 내 안의 열정이 조금씩 깨어난다.

그 꿈을 춤춘다.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춤은 아니지만, 내 안에서 자유롭게 펼쳐지는 춤이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시작되어 손끝과 발끝까지 퍼져나가는 그 춤은, 지금까지 느껴본 적 없는 생동감과 자유로움으로 가득하다.
그것은 삶의 찬가이자, 자신에게 바치는 고백이다. 그렇게, 이 가을에 자신의 꿈을 말하고, 쓰고, 춤춘다.

사람들은 가을이 떠나가는 계절이라 말한다. 봄은 피어나는 계절, 여름은 타오르는 계절, 겨울은 쉬어가는 계절이라면, 가을은 떠나보내고 정리하는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렇지 않다.
이 가을에 더 많은 것을 받아들이고 싶다. 지나간 시간들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날들을 준비하는 시간으로 삼고 싶다. 떠나지 말고, 그저 지금 여기에, 이 순간에 머물고 싶다.

이 가을, 사랑은 더욱 깊어진다. 누군가를 향한 사랑일 수도 있고, 자신을 향한 사랑일 수도 있다. 사랑은 때로는 너무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기도 하다. 그 깊어진 사랑이 다시 살아가게 만든다. 더 나아가게 만들고, 더 진실하게 만든다.

가을바람이 불어와 머리카락을 흩날린다. 그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따뜻한 햇살 속에서 가을의 길을 걸어간다.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무엇이든 두렵지 않다.
지금 이 순간,
그저 이 가을을 사랑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찬란한 태양 아래서 길을 나아간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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