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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의 새벽

청람 김왕식









노동자의 새벽





청람 김왕식







노동자의 삶은 언제나 새벽과 함께 시작된다.

그들의 하루는 해가 뜨기 전의 어두운 길에서부터 열리고, 첫 번째 별을 가장 먼저 마주하며 시작된다. 어둠 속에서 홀로 깨어나, 버스 뒷자리 창가에 앉아 창문에 머리를 기댄 채 잠을 청하는 짧은 순간이 그들에게는 유일한 휴식일지도 모른다.

덜 깬 잠 속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노동자의 눈에는 흔들리는 빛들이 일렁인다. 아침의 여명이 시작되기 전의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는 어제의 피곤함과 오늘의 고단함 사이에서 잠시나마 벗어나고자 한다. 그러나 그가 기대어 있는 창문 밖의 세상은 그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공장의 거친 기계 소리, 쉴 새 없이 돌아가는 컨베이어 벨트, 흩날리는 먼지와 시끄러운 함성 속에서 하루를 보낼 생각에 어깨가 무겁다.

첫 버스가 노동자의 몸을 싣고 거리를 달리며, 그는 가만히 고단한 몸을 일으켜 세운다. 수많은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는 혼자가 아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마치 혼자인 듯한 기분이 든다. 새벽의 정적 속에서 들리는 버스 엔진 소리는 그의 심장 소리처럼 느껴지고, 그 짧은 고요함은 마치 태풍 전의 고요함처럼 느껴진다.

잠시 후, 그의 생각은 집으로 향한다.

저 멀리 있는 집,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들이 기다리는 곳.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아빠, 새 운동화 사 주세요!" 하고 보채던 모습이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 순간, 그저 잠을 자고 싶었던 피로한 눈이 번쩍 뜨인다. 하루하루를 사는 그의 이유, 그의 희망이자 사랑이 떠오른다.

“그래, 오늘도 열심히 해야지.”

그는 이내 다짐한다.
노동자의 하루는 고단하고 힘들지만, 그가 일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마주해야 할 삶의 무게는 무겁지만, 그가 지켜야 할 가족은 그보다 더 소중하다. 아들의 작은 소원이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비록 하루의 시작이 피곤함과 무게로 가득 차 있을지라도, 그는 가족을 위해, 아들의 미소를 위해, 오늘도 힘을 낸다.

일터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은 무겁지만 동시에 가볍다. 무거운 것은 그의 어깨에 짊어진 삶의 무게이고, 가벼운 것은 그가 꿈꾸는 미래다. 그 미래에는 아들의 웃음과 아내의 미소가 있다. 그리하여 오늘도, 그는 새벽을 깨우며 버스에 오른다.

산업 현장의 소음 속에서도 그의 마음은 늘 고요하다. 가끔 일터에서 창밖을 내다볼 때면, 그는 자신을 위해 빛나는 별을 찾는다. 비록 해가 떠오르는 아침에는 그 별이 사라지지만, 그는 알고 있다. 별은 언제나 거기에 있었다고. 그리고 그 별은, 그의 내일을 밝히는 희망이 되어 준다고.

오늘도 어김없이 신새벽의 버스 뒷자리에서 그는 창문을 통해 별을 바라본다. 어쩌면 그 별은 그의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누군가의 손길일지도 모른다.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 창문 너머로 지나가는 새벽 풍경을 응시하며 마음속으로 결심한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다해 일할 것을.

세상은 그가 얼마나 고된 삶을 사는지 알지 못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삶의 작은 빛, 그의 작은 별이 그의 가슴속에 남아 있기에 그는 오늘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언제나 새벽을 맞이하며, 그 별을 먼저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면서.

노동자의 새벽은 그렇게 시작되고, 그렇게 이어진다. 그 새벽의 고요함과 짧은 순간의 평화는 그에게 하루를 버틸 힘을 준다. 그리고 그는 매일 그 새벽을 맞이하며, 새로운 다짐과 함께 일어선다. 노동자의 삶이란, 어쩌면 그 별을 향해 나아가는 끝없는 여정일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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