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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가 된 인간들








호랑이가 된 인간들




청람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


이 말은 호랑이와 인간의 삶과 죽음 이후 남는 것들을 비교한 것이다. 호랑이는 강인한 가죽을 남기고, 인간은 명성과 이름을 남긴다.

호랑이가 남긴 가죽은 인간의 손에 들어가 외투가 되고, 사람들은 그 가죽을 입고 호랑이인 척한다. 결국, 인간이 호랑이가 된 것처럼 보이는 이상한 상황이 펼쳐진다.

도시를 돌아다니면 수많은 '호랑이'들을 볼 수 있다. 그들은 사무실을 오가고, 지하철을 타고, 거리에서 분주히 움직인다.

그들이 입고 있는 호랑이 가죽은 진짜가 아닌 가짜다. 그들은 호랑이가 아니라, 단지 호랑이의 가죽을 걸친 인간일 뿐이다. 그들은 더 강하고, 더 용맹한 존재로 보이길 원하며, 더 두껍고 화려한 가죽을 걸친다. 그렇게 해야 자신이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고 믿는다.

이런 욕망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분명한 것은 인간은 누구나 ‘이름’을 남기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이름을 남긴다는 것은 자신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영향을 미쳤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이름을 새기려 한다. 산속의 바위에, 나무에, 바닷가의 모래 위에까지도 말이다.

산을 오르다 보면 무수한 이름들이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그것이 위대한 업적이라도 되는 듯, 그들은 만족해한다.

바위 위의 이름들은 결국 비바람에 씻겨 사라진다. 바닷가 모래 위에 적힌 이름도 마찬가지다. 바닷물이 밀려오면 이름은 사라진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이름을 남기려 애쓴다. 그것은 자신이 이곳에 존재했음을 잠시라도 확인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바다의 파도는 인간의 흔적을 남김없이 지워버린다.

이름을 남기려는 인간의 욕망은 결국 자신이 특별한 존재임을 증명하고 싶어서다. 자신이 남긴 이름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 잠시 머무르다 사라지더라도, 마치 바위에 새겨진 이름처럼, 모래 위에 적힌 이름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는 이름 남기기에 집착하는 사람들로 가득하다. 사람들은 높은 직위를 얻기 위해, 유명해지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한다. 그들은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큰 명예를 얻기 위해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밟고 올라선다.

그들이 입고 있는 호랑이의 가죽은 진짜가 아니다. 그것은 그저 가짜일 뿐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남겨야 할 것은 이름이 아니다. 이름은 일시적이고, 사라지기 마련이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남긴 작은 선의와 사랑, 그것이 만들어낸 사람들 사이의 유대와 관계다. 호랑이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스스로 호랑이라고 믿는 것은 어리석다. 진짜 호랑이는 자신의 가죽을 걸친 채, 그저 자신답게 살아간다. 인간 역시 이름을 남기기 위해 애쓰지 말고, 그저 자신답게 살아가면 된다.

세상에는 이름을 남기지 않고도, 조용히 자신만의 삶을 살며 남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은 심산유곡의 바위에 이름을 새기지 않고도, 바닷가 모래에 이름을 적지 않고도 세상에 존재감을 남긴다. 그들은 자신의 이름이 아니라, 자신이 남긴 작은 선의와 사랑으로 세상에 흔적을 남긴다.

호랑이가 죽어 가죽을 남기는 것은 자연의 섭리다. 인간이 죽어 남겨야 할 것은 가죽도, 이름도 아니다. 우리가 남겨야 할 것은 우리의 마음과 진심, 그리고 그것을 통해 연결된 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관계다. 이름을 남기려는 욕망을 버리고, 우리가 남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것을 생각해 보자.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진정으로 남길 수 있는 유산일 것이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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