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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시인의 '탱자나무'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탱자나무




- 시인 정순영



1

말씀의 소리꾼이 탱자나무 북채로
세상의 박拍과 박 사이를 치고 들어가서
북통을 따악 하고 치면
성령이 죄를 물리치고 생명을 구하나니

2

탱자나무 빼족한 가시울타리에는
멧새들이 곱디고운 세마포를 입고 오손도손 소곤거리네
매가 하늘을 쉼 없이 선회하지만
멧새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평온하게 감사기도를 하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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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시인은 한국 현대 시의 독창적인 목소리를 지닌 중견 시인으로, 그의 작품 세계는 자연과 신앙을 바탕으로 한 깊은 사유와 통찰로 특징지어진다. 시인이 지닌 독특한 문학적 세계관은 그의 시에서 종종 자연의 생명력과 신앙의 본질을 결합시키는 방식으로 드러나는데, 이는 그가 지닌 종교적 신념과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탱자나무"는 그러한 정순영 시인의 시적 언어와 세계관이 고스란히 드러난 작품으로, 이 시는 자연물인 탱자나무를 매개로 인간의 내면적 신앙과 영혼의 구원을 이야기하고 있다.

시의 첫 연에서 시인은 “말씀의 소리꾼”이라는 표현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예언자나 선지자의 이미지를 소환한다.

여기서 ‘소리꾼’은 단순히 소리를 내는 사람이 아닌, 말씀을 통해 세상에 울림을 주는 역할을 하는 자로 해석된다. 그가 사용하는 도구는 ‘탱자나무 북채’이다.

탱자나무는 그 자체로 가시와 고통을 상징할 수 있지만, 동시에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북채’는 그 도구적 속성을 강조하며, 말씀을 전하는 행위를 강렬하게 표현한다. "세상의 박拍과 박 사이를 치고 들어가서"라는 구절은 신의 말씀이 세속의 리듬을 뚫고 들어와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것을 상징하며, 이는 하나님의 권능과 말씀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암시한다.

‘북통을 따악 하고 치면’이라는 구체적인 소리는 독자가 시각적으로 소리의 파급 효과를 느끼게 한다. 이 소리는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죄를 물리치고 생명을 구하는 성령의 권능을 상징한다.

이 구절은 기독교 신앙에서 성령의 역할을 강조하며, 하나님의 말씀이 죄를 물리치고 영혼을 구원하는 과정에 대한 신앙적 확신을 나타낸다.

성령이 죄를 물리치고 생명을 구하는 행위는 인간의 영혼이 거듭남을 통해 새로운 삶을 얻게 된다는 기독교적 구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두 번째 연은 시적 공간을 탱자나무 가시 울타리로 이동시키며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한다. ‘탱자나무 빼족한 가시울타리’는 위험과 경계를 상징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이루어지는 평화로운 생명의 움직임을 대비시키는 장치로 작용한다.

멧새들이 곱디고운 세마포를 입고 ‘오손도손 소곤거리는’ 장면은 순수함과 평화를 표현하며, 이들은 하나님의 보호 아래 있는 순결한 영혼들을 상징할 수 있다.

세마포는 성경에서 자주 등장하는 순결과 거룩의 상징으로, 멧새들에게 이 의상을 입힘으로써 시인은 그들의 영적 순수성을 부각한다.

반면, 매는 위협과 위험을 상징하는 이미지로 등장하지만, “멧새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평온하게 감사기도를 하네”라는 구절에서 멧새들이 매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두려움 없이 감사기도를 드리는 모습을 통해, 신앙의 힘과 믿음의 평온함을 강조한다.

이는 곧 하나님의 보호와 인도 아래 두려움을 이겨내는 믿음의 힘을 상징한다. 매의 선회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될 수 있지만, 그 속에서도 흔들림 없는 멧새들의 기도는 믿음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 시는 감성적으로 강렬하면서도 섬세하다.

첫 연에서 북소리를 통해 독자는 청각적 이미지를 느끼며, 동시에 죄를 물리치는 장엄한 장면을 상상하게 된다.

두 번째 연에서는 시각적 이미지가 중심이 된다. ‘탱자나무 가시울타리’, ‘멧새’, ‘매’ 등 자연물을 활용한 시각적 이미지는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신앙의 주제를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한다.

시인은 자연물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이미지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이를 통해 독자에게 감성적으로 다가가는 힘을 지닌다.

정순영 시인은 자연과 신앙을 통해 인간 내면의 깊이를 탐구한다. “탱자나무”는 자연과 영성의 조화를 상징하며, 시인은 자연물을 통해 인간의 삶과 신앙의 관계를 탐구한다.

시의 흐름은 북소리에서 시작하여 탱자나무 가시울타리로 이어지는 유기적인 구조를 가지며, 이는 곧 말씀과 자연, 인간과 신의 관계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시인은 이러한 유기적 흐름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과 신의 관계를 자연스럽게 사유하도록 유도한다.

"탱자나무"는 정순영 시인이 지닌 신앙적 가치와 자연을 통한 영적 성찰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시인은 탱자나무라는 자연물을 통해 신앙의 본질과 성령의 역할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자연과 영혼의 조화를 강조한다.

그의 시적 언어는 단순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니고 있으며, 각 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독자를 자연스럽게 시인의 세계로 이끌어 간다.

"탱자나무"는 시인의 신앙적 철학과 자연관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으로, 인간 내면의 영적 여정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정순영 시인


하동출생.

1974년 <풀과 별> 추천완료.

시집;

“시는 꽃인가”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조선 징소리”

“사랑” 외 7권.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장, 국제 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등 역임.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한국문예대상, 외 다수 수상.

<4인 시> <셋> 동인.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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