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글 써보는 의사'의 <빗방울>을 평하다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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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
시인 글 써보는 의사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는 단상
거친 생각이 넘쳐흐르고
창틀에 고인다
걱정일랑 흘려버리라고
창틀에 난 구멍
시원해질 때까지
창을 열고
빗소리를 흘려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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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브런치스토리에서
‘글 써보는 의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는 이 시인은 마취과 의사로서 병원에서의 일상과 사람들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글을 쓰는 작가이다.
그의 시는 의료 현장에서 느끼는 생과 사, 인간 내면의 복잡한 감정들을 담아내고 있다.
특히, 그는 의사의 역할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데 관심이 많다.
이 시에서도 보듯이, 그는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글로 풀어내어 독자와 소통하고자 한다. "빗방울"이라는 시는 복잡하고 거친 생각과 감정을 빗방울에 빗대어 표현하며, 삶의 여러 가지 복잡한 단면들을 시원하게 씻어내고 싶은 바람을 담고 있다.
이는 그의 일상과 경험에서 비롯된 철학적이고 감정적인 내면세계의 반영이다.
"세차게 창문을 두드리는 단상"은 강렬한 이미지로 시작한다. '세차게'라는 단어는 마치 생각의 홍수가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며, '창문을 두드리는' 것은 외부에서 내부로 밀려오는 압박과 자극을 상징한다. '단상'이라는 표현은 일상의 단편적인 생각이나 감정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단상들이 마치 빗방울처럼 무수히 창문을 두드리고 있는 모습은 그가 일상 속에서 겪는 다양한 감정적 소용돌이를 잘 드러낸다.
이 이미지는 시인의 삶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민이 마음의 창을 통해 끊임없이 밀려오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거친 생각이 넘쳐흐르고 창틀에 고인다"는 넘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흘러나와 창틀에 고이는 모습을 상상하게 한다. '거친 생각'은 정돈되지 않고, 혼란스럽고 감정적으로 격렬한 생각들을 의미한다.
창틀에 고인다는 표현은 이러한 생각들이 쉽게 사라지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머물러 있음을 나타낸다. 시인의 해설에서 언급한 "창틀 구멍 만한 틈"의 부재는 생각들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고 머무는 상황을 더욱 강조한다. 그는 생각들이 고이고 고여 결국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드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걱정일랑 흘려버리라고 창틀에 난 구멍"에서는 그 해결책이 제시된다. 여기서 '창틀에 난 구멍'은 걱정과 스트레스를 배출할 수 있는 작은 통로를 의미하며, 이러한 통로가 존재할 때 비로소 마음의 평온을 찾을 수 있다는 시인의 바람을 담고 있다.
이 부분은 그의 글 해설과도 이어진다. 그는 머리에 작은 틈이 있어 생각이 빠져나가길 원하지만, '사람을 향한 마음'만은 틈 없이 봉해져 있기를 바란다. 이는 그가 감정을 해소하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과 배려를 지키고 싶어 하는 이중적인 소망을 드러낸다.
"시원해질 때까지 창을 열고 빗소리를 흘려보낸다"는
시의 절정이자 결론 부분으로,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정화하는 행위를 상징한다. '창을 열고'라는 표현은 마음을 열고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이며, 내면의 혼란을 밖으로 흘려보내는 과정이다. 빗소리는 그 자체로 치유의 이미지이며, 감정을 씻어내는 자연의 소리로 작용한다.
시인은 이 과정을 통해 내면의 정화와 치유를 갈망하며, 궁극적으로 더 맑고 시원한 상태에 도달하고자 한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복잡한 감정과 생각의 정화 과정을 그린다.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고, 생각들이 넘쳐흐르는 이미지들은 모두 시인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도를 상징한다. 그는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안식을 찾고, 내면의 평화를 이루고자 한다.
이러한 주제의식은 시인의 직업적 환경과도 밀접하게 연결된다. 마취과 의사로서 그는 환자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끼는 무거운 감정들을 직면해야 한다. 이러한 경험은 시인의 감정적 깊이와 글에 대한 진정성을 더해 준다.
요컨대, "빗방울"은 시인의 복잡한 내면을 섬세하게 드러내는 시로, 시각적 이미지와 감각적인 언어를 통해 독자의 감정을 끌어낸다.
비유적 표현과 상징을 통해 독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시는, 단순히 일상의 고민을 넘어선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진솔하게 드러내면서도, 독자에게도 스스로의 내면을 성찰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처럼 독창적인 시어와 서정적인 표현을 통해 시인은 자신의 가치 철학을 드러내며, 독자와의 깊은 소통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의 시는 단순한 글이 아니라, 인간의 복잡한 마음을 이해하고 치유하는 하나의 도구로 작용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