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현대시 창작에 미치는 영향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0. 2024
□
학창 시절
시학을
배웠다.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
모두
쉽지 않았다.
늘
생각한다.
배운 것은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하여
시학을 통한 현대시
창작을
꾀했다.
옥상옥이 될까
염려가
된다.
■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Poetics)
청람 김왕식
시학은 서양 문학 이론의 기초를 세운 중요한 저작이다. 이 책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문학, 특히 비극을 중심으로 문학 작품의 구조와 원리에 대해 설명하며, 예술 창작의 기본 원칙을 제시한다. 여기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살피고, 현대 시 창작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시 창작 예와 함께 설명한다.
1.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의 개념
《시학》은 문학과 예술을 분석하고 정의하기 위한 철학적 시도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주로 비극에 집중하여 시를 해석하고, 인간의 감정과 행위의 모방(미메시스, mimesis)을 예술의 핵심 원리로 제시한다. 그는 비극을 통해 인간의 경험을 재현하며, 카타르시스(catharsis), 즉 감정의 정화를 유도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작품이 구성되는 기본 요소를 다음과 같이 나눈다:
1. 1 플롯(Plot)
이야기의 구조와 전개로, 모든 비극의 핵심이다. 플롯은 '시작', '중간', '끝'의 구조를 가져야 하며, 사건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1. 2. 성격(Character)
등장인물의 성격과 특성으로, 그들의 행동은 플롯에 적절히 맞아야 하며,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1. 3. 사고(Thought)
주제나 메시지로, 작품이 전달하려는 중심 사상이다.
1. 4. 언어(Diction)
사용된 문체와 표현 방식으로, 등장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드러내는 데 중요한 요소다.
1. 5. 멜로디(Melody)
음악과 음향으로, 특히 비극에서는 합창을 통한 정서적 효과를 강조한다.
1. 6. 장면(Spectacle)
시각적 요소로, 무대 장치와 연출을 통해 감정적 영향을 강화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 관객의 감정적 참여를 끌어내어 카타르시스를 유발하고, 이를 통해 정신적인 해방과 성숙을 이끌어낸다고 본다. 이러한 원칙은 현대의 시 창작에도 적용할 수 있는 유용한 가이드라인이 된다.
2.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 현대 시 창작에 미치는 영향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비극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문학 창작에 있어 중요한 이론적 기반을 제공한다. 현대 시 창작에서 시학의 개념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유용할 수 있다.
2. 1. 플롯과 감정의 흐름 이해
시는 종종 내러티브나 사건 중심의 형식을 가지지 않지만, 내적인 감정과 사고의 흐름을 중요하게 다룬다.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플롯의 '시작', '중간', '끝'의 구조는 시에서도 유효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감정의 고조와 전환, 그리고 결말에서의 정서적 해소는 독자가 시를 통해 깊은 감정적 경험을 하게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 2. 성격과 관점의 활용
현대 시에서는 시적 화자나 등장인물의 성격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성격'의 개념을 바탕으로 시적 화자의 성격을 설계하면 독자와의 정서적 교감을 증진할 수 있다.
2. 3. 사고와 주제의 명확화
아리스토텔레스는 작품의 사고, 즉 주제가 분명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 시에서도 시인이 전달하려는 메시지나 사상이 분명할 때, 독자는 시에 더 깊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다.
2. 4. 언어와 이미지의 중요성
아리스토텔레스의 '언어'는 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시는 압축된 언어로 강렬한 이미지를 전달해야 하며, 이는 독자의 감정과 상상을 자극하는 데 필수적이다.
2. 5. 카타르시스의 추구
현대 시도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를 통해 억압된 감정이 해소되거나, 새로운 통찰을 얻게 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3.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적용한 시 창작 예시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을 바탕으로 현대 시를 창작할 때,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시를 구성할 수 있다.
3. 1. 플롯 설정: 감정의 흐름
현대 시는 이야기를 서술하기보다는 감정이나 사고의 변화를 다룬다. 예를 들어, 사랑의 상실을 주제로 한 시를 쓴다고 가정해 보자. 여기서 플롯은 사랑의 시작, 성장, 그리고 상실에 대한 감정의 전개로 구성될 수 있다.
3. 2. 성격 설정: 시적 화자
시적 화자의 성격을 설정한다. 예를 들어, 사랑을 잃은 사람으로서의 깊은 고뇌와 자기반성을 통해 시가 진행된다. 이 화자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독자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3. 3. 사고 설정: 주제와 메시지
사랑의 상실과 그로 인한 성장이나 자기 성찰이 시의 주제가 될 수 있다. 시인은 독자에게 사랑의 덧없음과 그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인생의 지혜를 전달하려 한다.
3. 4. 언어와 이미지 설정
사랑의 상실을 표현하기 위해 비유적 표현과 강렬한 이미지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겨울의 얼어붙은 나무처럼"이라는 표현을 통해 사랑이 떠난 후의 공허함을 전달할 수 있다.
3. 5. 카타르시스 유도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화자가 상실의 슬픔을 극복하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를 통해 독자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하며 시를 읽는 동안 감정의 해소를 느낄 수 있다.
4.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기반으로 한 현대시
아래는 위의 과정을 바탕으로 한 현대 시의 예시다.
□
겨울의 나무처럼
사랑은 눈처럼 내려와
차가운 겨울 아침의 빛 속에서
우리는 두 손을 맞잡고 걸었다.
시간은 우리의 발자국을 덮고
바람은 그 속삭임을 가져갔다.
그리고 너는 떠났다, 겨울의 나무처럼
모든 잎사귀를 떨구고, 나는 홀로 서 있다.
잃어버린 것들의 이름을 부르며
나는 나의 그림자를 따라 걷는다.
너의 기억은 얼음처럼
내 마음의 호수 위에 떠 있다.
그러나 봄이 올 때,
나는 다시 푸른 잎을 틔울 것이다.
너의 이름은 내 안에 남아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ㅁ
이 시는 겨울의 나무와 사랑의 상실을 비유적으로 모방하고 있다.
사랑의 시작과 끝을 겨울 아침의 눈과 나무의 변화를 통해 표현하면서, 시인은 인간의 감정과 경험을 자연의 이미지에 투영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모방' 개념에 따르면, 이 시는 인간의 정서적 경험을 겨울이라는 자연적 배경을 통해 구체화하여 독자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롯을
'시의 영혼'이라 부르며, 사건들의 연속과 변화를 강조한다.
이 시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랑의 시작, 전개, 그리고 이별 이후의 감정적 여정을 서정적으로 구성한다.
첫 부분에서는
"눈처럼 내려와"라는 표현으로 사랑의 시작과 설렘을 나타내고,
중간 부분에서는
"시간은 우리의 발자국을 덮고 / 바람은 그 속삭임을 가져갔다"는 표현으로 사랑의 소멸과 이별을 묘사한다.
마지막 부분에서는
"봄이 올 때, / 나는 다시 푸른 잎을 틔울 것이다"라는 구절을 통해
재생과 희망을 암시한다.
이러한 구조적 전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강조한 '완결성'과 '변화'의 요소를 충족시킨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비극이든 서정시이든, 감정을 유발하여 청중이나 독자의 감정적 정화를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목적이라 주장한다.
이 시는 사랑의 상실에서 오는 슬픔과 고독, 그리고 그로부터 오는 재생의 희망을 제시함으로써 독자가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궁극적으로 정서적 정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 구절의
"너의 이름은 내 안에 남아 /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는
상실 이후의 수용과 새로운 시작을 암시하여 긍정적인 감정의 정화를 가능하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시의 언어가 사건의 감정을 잘 전달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이 시의 언어는 은유와 상징을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하며, 독자의 감각과 정서를 자극한다.
예를 들어, "겨울의 나무처럼 모든 잎사귀를 떨구고"라는 표현은 비유적 언어를 통해 사랑의 상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너의 기억은 얼음처럼 / 내 마음의 호수 위에 떠 있다"는 표현은
정서적 고통을 차가운 이미지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 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에 따라 인간의 감정적 경험을 자연적 이미지로 모방하고, 감정의 변화를 플롯으로 구성하며, 독자가 정서적 정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이를 통해 사랑과 상실, 그리고 재생의 보편적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서정시로 평가된다.
결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비극의 창작 원칙을 중심으로 문학의 기본 개념을 다루고 있으며, 이러한 원칙들은 현대 시 창작에도 중요한 영감을 제공한다. 《시학》의 핵심 개념인 플롯, 성격, 사고, 언어, 멜로디, 장면은 시 창작 과정에서 시인에게 창작의 구조와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특히 플롯의 구조적 이해와 감정의 흐름, 주제의 명확성, 그리고 이미지의 중요성은 현대 시 창작의 기본 원리로 작용한다.
현대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미메시스와 카타르시스를 중심으로, 독자에게 감정적 정화와 깊은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따라서 시인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품을 더욱 깊이 있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고전 이론이 현대 문학 창작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은 여전히 중요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