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희 시인의 시 '백목련'을 청람 평하다

청람 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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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목련




                                                   시인 배선희






아기솜털의 고깔모자를 쓰고
쓱 얼굴을 내밀어 세상 구경하는 목련

제비 새끼처럼 입 뾰족 벌리고
봄볕을 한 움큼 받아 꿀꺽 삼키고 있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의상 걸쳐 입고
임 마중 나오셨나?
그린 임은 어디에 숨기셨나?
뽀오얀 얼굴 살포시 웃고 있네.

어둠이 내리는 제주에서
마지막 길손 기다리는 백목련
하늘 보기마저 부끄럼인가
모두 고개 숙인 사연 모르겠네.

고귀하게 나를 반겨주는
홀로 빛나는 너였기에
제주 백목련 꽃그늘은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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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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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선희 시인은 삶의 여정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내면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깊이 있는 감수성을 시로 풀어낸다.
배선희 시인의 시는 삶과 자연의 연결고리를 탐구하는 데에 집중하며, 일상의 평범한 순간을 예리한 통찰과 독특한 상상력으로 재해석한다.
'백목련'은 시인의 시세계가 지닌 순수함과 인간 존재의 근원적인 아름다움을 그려낸 작품으로, 제주라는 공간적 배경 속에서 피어나는 백목련의 이미지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삶의 근원적인 진실을 표현하고 있다.
 
 "아기솜털의 고깔모자를 쓰고 / 쓱 얼굴을 내밀어 세상 구경하는 목련 제비 새끼처럼 입 뾰족 벌리고 / 봄볕을 한 움큼 받아 꿀꺽 삼키고 있다"

첫 연에서는 백목련이 아기 솜털의 고깔모자를 쓴 모습으로 등장한다. '아기솜털'은 순수하고 연약한 이미지를 연상시키며, '고깔모자'는 이 시적 대상을 사랑스럽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로 나타낸다.
목련이 세상 구경을 하는 장면은 마치 제비 새끼가 첫 비행을 시도하는 모습처럼 묘사되며, 새로운 세상을 향한 호기심과 생명의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봄볕을 한 움큼 받아 꿀꺽 삼킨다"는 표현은 자연의 순수한 에너지를 받아들여 성장하는 생명체의 모습을 상징하며, 생명의 원초적 본능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의상 걸쳐 입고 / 임 마중 나오셨나? / 그린 임은 어디에 숨기셨나? / 뽀오얀 얼굴 살포시 웃고 있네."

이 연에서는 목련이 '세상에서 가장 깨끗한 의상'을 입은 모습으로 그려진다. 여기서 '깨끗한 의상'은 백목련의 흰 꽃잎을 의미하며, 순수함과 결백함을 상징한다. '임 마중 나오셨나?'라는 질문은 목련이 어떤 존재를 맞이하기 위해 피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며, 이는 자연의 순수함이 인간의 순수한 감정과 연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그린 임'은 시적 화자의 내면에 자리 잡은 이상적인 존재나 사랑을 의미하며, 그 대상이 현실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혹은 감춰진 상태임을 암시한다.
마지막 구절에서 '뽀오얀 얼굴 살포시 웃고 있네'라는 표현은 목련의 조용한 미소를 통해 순수함 속에 담긴 고요한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어둠이 내리는 제주에서 / 마지막 길손 기다리는 백목련 / 하늘 보기마저 부끄럼인가 / 모두 고개 숙인 사연 모르겠네."

세 번째 연에서는 어둠이 내리는 제주라는 배경 속에서 백목련이 '마지막 길손'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그려진다. 여기서 '마지막 길손'은 일종의 종말이나 끝자락에 서 있는 존재를 상징하며, 목련의 고요한 기다림 속에 담긴 고독과 인내를 엿볼 수 있다.
 '하늘 보기마저 부끄럼인가'라는 표현은 목련이 자신을 드러내는 것조차도 조심스러워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그 고귀함과 겸손함을 동시에 드러낸다. '모두 고개 숙인 사연 모르겠네'는 목련의 고개 숙임이 단순한 겸손을 넘어선 어떤 깊은 내면의 이야기나 고통을 암시하고 있다.

 "고귀하게 나를 반겨주는 / 홀로 빛나는 너였기에 / 제주 백목련 꽃그늘은 행복이다"

마지막 연은 백목련을 시적 화자가 개인적으로 고귀한 존재로 느끼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고귀하게 나를 반겨주는'이라는 구절은 목련이 단순한 꽃 이상의 존재로 시적 화자에게 다가오며, 존재 자체로 위로와 감동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홀로 빛나는 너였기에'라는 표현은 백목련이 가진 독특한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강조하며, 그로 인해 화자는 제주 백목련의 꽃그늘을 '행복'으로 느낀다고 고백한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넘어, 그 안에 담긴 깊은 정서적 울림과 정신적 위안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을 시화한 것이다.

'백목련'은 배선희 시인의 자연에 대한 섬세한 감수성과 인간 내면의 정서를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백목련이라는 자연적 소재를 통해 순수함, 고독, 기다림, 그리고 고귀함이라는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투영하고 있다. 특히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독자가 목련의 흰 꽃잎을 떠올리며, 그 속에 깃든 감정을 함께 느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시의 힘이 드러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서정적 이미지와 은유적인 표현이 두드러지며, 각 행마다 시적 화자의 감정이 섬세하게 드러난다. 시의 흐름은 목련이라는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그 대상에 비치는 시적 화자의 내면으로 흘러가며, 그 속에서 독자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배선희 시인은 이 시를 통해 자연과 인간, 그리고 그 사이의 본질적인 교감을 그려내며, 삶의 근원적인 아름다움과 진실을 탐구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