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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13. 2024

정순영 시인의 '남한산성에서'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남한산성에서





                                         시인 정순영




남한산성 성벽아래서
붉은 그림자를 띤 쪽빛 큰 제비고깔을 만나고는
울음이 차올라
우거진 풀숲을 헤쳐 나오는 바람
꽃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보랏빛 꽃송이마다에
이슬로 맺혀 있는
조선의 한恨
임금의 눈물을
보았다.
등 굽은 역사가 햇빛을 받아
이리도 슬퍼 보이고
쪽빛 하늘이 아려 붉은 그늘로 비치면
보랏빛 아픔 꽃 핀다.
바람 한 자락이
성벽을 어루만지며 흐느끼고 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순영 시인은 한국 현대시의 중요한 목소리로, 그의 작품은 주로 역사적 사건과 민중의 고통을 중심으로 다루어진다. 그는 자신의 시를 통해 잊혀 가는 역사적 사건과 그 속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되살리려 한다.
정순영 시인의 시는 그가 겪은 삶의 경험과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여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감정을 자극한다. 특히, 그는 조선의 역사적 사건과 그로 인한 민중의 슬픔과 한을 시어로 표현하며,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이러한 그의 시적 세계관은 역사와 민중, 그리고 그 속에서의 개인적 고통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을 바탕으로 한다.

 "남한산성 성벽아래서"

첫 번째 행은 시의 배경을 설정하고 있다. 남한산성은 한국 역사에서 중요한 장소로, 특히 병자호란 당시 조선의 항전을 상징하는 장소이다. 이 배경은 시인의 역사적 의식을 반영하며, 단순한 장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남한산성 성벽 아래는 단순한 자연경관이 아닌, 역사적 고통과 저항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시는 그 배경에서 시작해 역사와 개인의 경험을 엮어가는 작업을 수행한다.

 "붉은 그림자를 띤 쪽빛 큰 제비고깔을 만나고는"

두 번째 행에서 '붉은 그림자를 띤 쪽빛 큰 제비고깔'은 색채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강하게 전달하고 있다. '붉은 그림자'와 '쪽빛'은 상반된 색으로서 감정적 긴장감을 유발한다. '큰 제비고깔'은 조선 시대의 전통 의복이나 머리 장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이는 당시의 사회적 신분과 상황을 상징하기도 한다.
이 이미지는 시인이 역사적 아픔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으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조선의 역사를 시각화하고 있다.

 "울음이 차올라"

세 번째 행에서는 '울음이 차올라'라는 표현으로 감정의 고조를 드러낸다. 이 울음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지만, 집단적 아픔을 대변하는 울음으로도 볼 수 있다. 이는 남한산성이라는 역사적 공간에서 느껴지는 고통과 비애의 정서를 표현한 것이다.
이 한 줄에서 시인의 감정이 고조되는 순간이 드러나며, 독자에게 강한 공감을 일으킨다.

 "우거진 풀숲을 헤쳐 나오는 바람"

네 번째 행은 시각적 이미지에서 청각적 이미지로 전환된다. '우거진 풀숲을 헤쳐 나오는 바람'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느낌을 준다. 바람은 역사 속의 사건과 현재를 잇는 매개체로서, 시인의 내면적 상처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풀숲을 헤쳐 나오는 바람의 이미지는 시인이 느끼는 고통의 흐름과도 연결되며, 억눌린 감정이 터져 나오는 듯한 인상을 준다.

 "꽃대에 주렁주렁 매달린 보랏빛 꽃송이마다에"

다섯 번째 행은 보라색 꽃송이라는 시각적 이미지로 넘어가면서, 보랏빛은 슬픔과 고통의 색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주렁주렁 매달린'이라는 표현은 이러한 슬픔과 고통이 한 개인의 것이 아닌, 집단적이고 다수의 것임을 암시한다. 이는 시인이 느끼는 역사적 아픔과 한을 표현하는 중요한 이미지로 자리한다.

 "이슬로 맺혀 있는 조선의 한(恨)"

여섯 번째 행에서는 '이슬로 맺혀 있는'이라는 비유적 표현을 통해 슬픔과 고통이 자연 속에 스며든 모습을 그려낸다. '조선의 한'은 조선 역사 속에서 쌓여온 집단적 고통과 비애를 의미하며, 이는 시인의 역사적 감수성과 민족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중요한 대목이다. 이러한 비유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민족의 감정적 심리를 깊이 있게 파고든다.

 "임금의 눈물을 보았다."

일곱 번째 행에서는 '임금의 눈물'이라는 표현으로 조선 왕조의 아픔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임금의 눈물은 단순한 개인적 슬픔이 아니라, 국가적 비극과 그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함축하고 있다. 이는 시인이 역사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등 굽은 역사가 햇빛을 받아 이리도 슬퍼 보이고"

여덟 번째 행은 '등 굽은 역사'라는 비유를 통해 고통스러운 역사의 무게를 느낄 수 있게 한다. '햇빛을 받아 이리도 슬퍼 보인다'는 표현은 고통스러운 역사적 진실이 드러나는 순간을 상징하며, 시인이 느끼는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쪽빛 하늘이 아려 붉은 그늘로 비치면"

아홉 번째 행에서는 '쪽빛 하늘'과 '붉은 그늘'이라는 대조적 이미지를 통해 감정의 대립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시인의 감정적 상처와 그 치유 불가능성을 상징하며, 역사적 고통과 현재의 감정이 혼합된 느낌을 전달한다.

 "보랏빛 아픔 꽃 핀다."

열 번째 행은 '보랏빛 아픔'이라는 상징적 표현으로 시의 주제를 집약하고 있다. 보랏빛은 슬픔과 고통의 색상으로, '아픔 꽃 핀다'는 표현을 통해 고통이 자연의 일부로 승화되는 모습을 그려낸다. 이는 시인의 역사적 아픔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시적 전략을 보여준다.

 "바람 한 자락이 성벽을 어루만지며 흐느끼고 있다."

마지막 행에서는 '바람 한 자락이 성벽을 어루만지며 흐느끼고 있다'는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를 마무리한다. 바람은 역사를 증언하는 듯하며, 성벽을 어루만지는 장면은 역사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시인의 손길처럼 느껴진다. 이는 고통과 슬픔을 자연과 역사 속에서 치유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도를 드러낸다.

정순영 시인의 '남한산성에서'는 역사적 아픔과 개인적 감정을 결합하여 깊이 있는 시적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는 역사적 사건과 민중의 고통을 고유한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표현하며, 독자로 그 아픔을 함께 느끼게 한다. 특히 시인의 색채 사용과 자연 이미지의 활용은 시적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이 시는 단순히 역사적 사실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깊은 감정과 철학적 성찰을 담아내고 있다. 시인의 표현 방식은 독창적이며, 그가 지닌 가치철학은 시의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유기적으로 작용하여 시적 완성도를 높이고 있다.
'남한산성에서'는 단순한 시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역사와 인간, 그리고 그 고통의 속성을 깊이 있게 탐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정순영 시인


하동출생.
1974년 <풀과 별> 추천완료.

시집;
“시는 꽃인가”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조선 징소리”
“사랑” 외 7권.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장,

국제 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등 역임.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한국문예대상, 외 다수 수상.
<4인 시> <셋> 동인.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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