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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월 시인 '고향집'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고향집



시인 은월 김혜숙






명절의 고향집은

식솔들이 우르르 바리바리

손에 들고 오는 물건보다

반가운 얼굴 한 번 보는 날


현관 댓돌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신발 중 하나

마당에 개가 물고

숨겨버린 가난

못 버는 아들의 케케묵은

구두 한 짝 볏단에 숨겨진

거름 향에 섞인 그 냄새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어머니는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


추위에 밤새 별이 쏟아지듯

고향집 다복한 부유란

그렇게 가난한 집 둘레를

감싸고 웃음이 쌀을 씻고


휘영청 밝은 둥근달은 흔들리는

굴뚝을 끌어안고 차가운 방구들을

데운 어머니는 사랑 하나 더듬고

사랑 하나 토닥이다 새벽닭이 울자

슬렁 술렁대는 새 떼를 맞이했다가

훨 날아가듯 뜰이 한둘 횡 비워낸다


모두 쏙쏙 빼가고 해는 중천에

들 때쯤 아랫목에 벽장을 보고

누워있는 텅 빈고향 집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은월 김혜숙 시인은 고향에 대한 깊은 애정을 작품 곳곳에 담아내며, 삶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 진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의 시는 도시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가난하고 소박한 고향의 정취를 통해 독자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묻는다. "고향집"은 은월 시인의 이러한 시적 철학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고향의 집에서 느낄 수 있는 소박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전하면서도, 현대 사회에서 잊혀가는 가치를 되새기게 한다.

이 시는 가족과 고향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하며, 현대인이 놓치기 쉬운 본질적 감정들을 상기시켜 준다.

"명절의 고향집은 식솔들이 우르르 바리바리 손에 들고 오는 물건보다 반가운 얼굴 한번 보는 날"은 명절을 맞이하여 고향집에 모인 가족들을 묘사한다.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의 얼굴을 보는 것이라는 시인의 가치관이 드러난다. 이는 시인이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주며, 현대인들에게 잃어버린 가족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현관 댓돌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신발 중 하나 마당에 개가 물고 숨겨버린 가난 돈 못 버는 아들의 케케묵은 구두 한 짝"은 현실적인 고향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그려낸다. 어지럽게 널린 신발들 사이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것은 ‘가난 돈 못 버는 아들’의 낡은 구두다. 이 장면은 시인이 현실의 아픔을 솔직하게 직시하는 동시에,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가족 간의 애정을 표현한다. 낡고 케케묵은 구두가 상징하는 것은 경제적 빈곤이지만, 동시에 가족 간의 변함없는 사랑과 애틋함도 내포하고 있다.

"볏단에 숨겨진 거름 향에 섞인 그 냄새를 쉽게 찾을 수 있어 어머니는 쓴웃음이 절로 나온다"는 어머니의 복잡한 감정을 나타낸다. 거름 냄새 속에서 어머니가 느끼는 감정은 그리움과 슬픔, 그리고 약간의 체념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쓴웃음’은 이러한 감정을 단순한 슬픔으로만 치부하지 않게 한다. 어머니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살아가는 강인한 존재로 그려진다.

"추위에 밤새 별이 쏟아지듯 고향집 다복한 부유란 그렇게 가난한 집 둘레를 감싸고 웃음이 쌀을 씻고"는 가난하지만 행복한 고향집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이 행에서 별과 쌀을 씻는 행위는 고향의 순수함과 풍요를 상징한다. 이는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따뜻함과 그리움을 담고 있으며, 물질적 부유보다 정신적 부유가 중요하다는 시인의 가치철학을 엿볼 수 있다.

"휘영청 밝은 둥근달은 흔들리는 굴뚝을 끌어안고 차가운 방구들을 데운 어머니는 사랑 하나 더듬고 사랑 하나 토닥이다"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이 고향집의 모든 것을 따뜻하게 감싸는 장면을 그린다. 달빛과 굴뚝, 어머니의 손길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이미지는 고향집의 아늑함과 어머니의 무한한 사랑을 상징한다. 굴뚝과 어머니는 집안의 기둥과 같은 존재로, 가족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존재로 묘사된다.

"새벽닭이 울자 슬렁 술렁대는 새 떼를 맞이했다가 훨 날아가듯 뜰이 한둘 횡 비워낸다"는 명절이 끝나고 고향집을 떠나는 가족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새벽닭과 새 떼의 움직임은 가족들이 떠나는 모습을 비유적으로 나타내며, 그들의 떠남이 자연스러운 일상임을 암시한다.

"모두 쏙쏙 빼가고 해는 중천에 들 때쯤 아랫목에 벽장을 보고 누워있는 텅 빈 고향 집"은 고향집의 빈자리를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명절이 끝난 후의 공허함과 그리움이 묻어나는 장면이다. 이 공허함은 단순히 물리적인 집의 빈자리가 아니라, 가족이 떠난 후 느껴지는 마음의 빈자리이기도 하다. 이 장면을 통해 시인은 고향집이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가족 간의 정과 추억이 깃든 마음의 공간임을 강조한다.

이 시는 은월 시인의 소박하고 따뜻한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 작품으로, 각 행마다 구체적인 이미지와 감정이 살아 있다. 물질적 가치보다 인간적 정서와 사랑을 중요시하는 시인의 철학이 잘 드러나며, 독자로 잃어버린 소중한 것들을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은월 시인의 "고향집"은 단순한 향수나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삶의 본질을 탐구하며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힘을 가진 시다.







은월 김혜숙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시인님의 시 "고향집"을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독자입니다.

시를 읽는 내내 가슴속에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감정을 느꼈습니다. 마치 오래전 떠나왔던 고향으로 다시 돌아간 기분이 들었고,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 보고 싶었던 풍경들이 눈앞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저는 오랜만에 명절에 고향을 찾는 느낌으로 시를 읽었습니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마치 오랜 기억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듯, 잊고 있던 따뜻한 추억들을 되살려주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시인이 그려내는 고향의 풍경과 가족에 대한 애정이 저에게는 참으로 친숙하게 다가왔습니다. 누구나 가슴 한편에 간직하고 있는 고향의 이미지가 시 속에서 절묘하게 되살아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릴 적 고향집의 따뜻한 기억들이 이 시를 통해 다시금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늘 분주했던 명절 아침,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과의 다정한 인사, 그리움에 가득 찬 어머니의 얼굴까지, 시 속의 풍경이 저의 과거와 겹쳐지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고향집 마당에 쏟아져 있던 신발, 한겨울 새벽에 느껴지던 쌀쌀한 공기, 그리고 어머니가 준비해 주시던 따뜻한 밥 한 그릇의 소중함이 다시금 떠오르며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시 속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따뜻한 햇살과도 같은 느낌을 주었습니다. 어머니의 손길은 가족을 감싸 안으며, 시 속 고향집의 모든 것을 밝고 따뜻하게 만듭니다. 그것이 시에서 느껴지는 가장 큰 감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집이라는 공간을 넘어서, 그곳에 깃든 사람들의 사랑과 추억이 담긴 공간이라는 점에서, 고향집은 언제나 우리 마음속에 머물러 있는 특별한 장소임을 다시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오랫동안 고향을 떠나 생활하고 있지만,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는 그리움으로 남아 있는 곳이 바로 고향집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가끔씩 떠오르는 고향의 기억들, 그 속에서 웃고 떠들었던 가족들과의 순간들, 그런 모든 기억들이 이 시를 통해 한꺼번에 되살아났습니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서 느꼈던 평온함과 안락함을 다시 한번 떠올리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은월 시인님의 시를 읽으며, 우리가 잊고 있던 가치들이 다시금 떠오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현대 사회는 점점 더 바빠지고,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잊어가고 있지만, 그럼에도 고향과 가족의 의미는 여전히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시 속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 그려낸 고향집은 단순히 한 가정의 집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정(情)'의 공간이었고, 그 안에서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를 읽고 나니,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한동안 연락을 드리지 못한 것이 생각나서 바로 전화를 드렸습니다. 시인님의 시 한 편이 저의 삶 속에서 중요한 무언가를 다시 일깨워 주었고, 잊고 지내던 따뜻한 감정을 되찾게 해 주었습니다. 시 속에서 느껴지는 따뜻함과 사랑이 제 일상 속에서도 되살아났음을 느낍니다.

끝으로, 이렇게 마음을 움직이는 시를 써주신 시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시 한 편으로 인해 이렇게 깊은 감동을 받고, 저의 삶 속에 잊고 있던 감정들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글을 통해 더 많은 감동과 위로를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고맙습니다.

독자 드림.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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