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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언휘 시인의 '달밤'을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달밤





시인 박언휘








내 고향 울릉도를 닮은 반달
안으로만 차오르는 그리움이 있어
너를 바라본다

달빛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환하고 밝은 소리가
내 가슴을 적셔 오네

이 그리움
차마 혼자 간직할 수 없어
그대 잠든 한밤에
달빛 파도되어 그대 가슴으로
밤새 홀로 철썩이다가

그대 눈뜨는 아침이면
다시
나 홀로 저물어 가리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언휘 시인은 현대 한국 시단에서 독특한 감수성과 섬세한 시적 언어로 주목받는 시인이다.
그의 시 세계는 고향과 자연, 인간의 내면을 연결하는 감정의 흐름을 통해 독자의 마음을 깊이 파고든다. 특히 울릉도를 배경으로 한 시적 상상력은 그의 대표적인 주제 중 하나로, 고향의 자연적 풍경과 개인의 내면적 그리움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이 시 '달밤'에서도 박언휘 시인은 자신의 고향 울릉도를 떠올리며, 달과 바다, 그리고 그 속에 담긴 내면의 정서를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하고 있다. 달의 형상과 그리움의 내면적 고조는 그의 고향에 대한 강렬한 애정을 반영하며, 동시에 보편적인 인간 감정을 끌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다.

"내 고향 울릉도를 닮은 반달"이라고 하여, 시인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달의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울릉도의 고유한 풍경과 반달의 형상은 모두 고즈넉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여기서 '반달'은 아직 채워지지 않은, 미완성된 상태로서의 그리움을 상징한다. 고향에 대한 향수와 그것이 차오르는 느낌이 달의 모양과 겹쳐지며, 시인은 자신이 느끼는 그리움을 자연의 형상에 투영하고 있다.

"안으로만 차오르는 그리움이 있어"에서는 그리움이 외부로 표출되지 않고, 내면으로 깊이 스며드는 모습을 묘사한다. 그리움이 차오른다는 표현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서서히 강해지는 감정의 농도를 보여준다. 이는 고향을 떠난 이방인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그리움의 본질을 보여주는 동시에, 감정의 깊이를 더한다. '차오르는'이라는 동사의 선택은 마치 파도가 서서히 밀려오는 듯한 느낌을 주어, 시 전체의 리듬을 은근히 끌어올린다.

"너를 바라본다"는 달을 바라보며 그리움을 느끼는 화자의 시선을 암시한다. 여기서 '너'는 단순히 달이 아니라, 화자가 그리워하는 대상을 상징한다. 그것이 사람일 수도, 고향일 수도, 또는 그리움 그 자체일 수도 있다. 이 구절은 시인의 섬세한 감정선을 드러내며, 독자에게 감정 이입의 공간을 제공한다. 또한, 이 짧은 문장은 그리움의 대상이 불특정 다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하며, 독자의 해석에 따라 다양하게 느껴질 수 있다.

"달빛에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 환하고 밝은 소리가"는 달빛과 파도소리를 결합하여 감각적인 이미지를 창조한다. 여기서 달빛과 파도는 단순한 자연적 요소가 아니라, 시인의 감정을 투영하는 매개체로 작용한다. 달빛이 환하고 밝은 소리로 들린다는 표현은 시각과 청각이 혼합된 심상으로, 독자에게 달과 바다의 융합된 아름다움을 상상하게 한다. 이는 동시에 시인의 고향에 대한 강한 정서적 연관을 표현하며, 그 속에서 잔잔히 일렁이는 그리움의 본질을 드러낸다.

"내 가슴을 적셔 오네"는 이러한 감정의 결론처럼, 그리움이 가슴 깊이 스며드는 모습을 형상화한다. '적신다'는 표현은 감정이 물리적으로 와닿는 것처럼 느끼게 하여, 시적 감정의 농도를 더욱 짙게 만든다. 이는 단순한 감정의 표현을 넘어, 고향과의 끊임없는 교감을 강조한다. 고향이 주는 감정의 파도는 달빛을 타고, 파도소리처럼 화자의 가슴을 적셔 오며, 그의 내면을 채우고 있다.

"이 그리움 / 차마 혼자 간직할 수 없어"는 화자가 그리움이라는 감정을 견딜 수 없어 타인에게 전하려는 마음을 드러낸다. 여기서 그리움은 더 이상 개인적인 감정이 아니라, 공유해야 할 어떤 것으로 변모한다. 이는 시인의 감정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나타내며, 그리움을 혼자만의 것으로 남겨두지 않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풀어내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그대 잠든 한밤에 / 달빛 파도되어 그대 가슴으로 / 밤새 홀로 철썩이다가"는 그리움의 구체적 표현이자, 감정의 절정에 해당하는 부분이다. 여기서 '달빛 파도'라는 시적 표현은 감정의 전달 매체로서, 그리움이 밤의 정적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모습을 그려낸다. '철썩이다가'라는 의성어는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며 내는 소리를 상상하게 하며, 시적 긴장감을 유지한다. 이는 화자의 감정이 밤새도록 그대의 가슴에 머무는 과정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그대 눈뜨는 아침이면 / 다시 / 나 홀로 저물어 가리라"는 그리움의 순환을 암시하며, 달과 같은 화자의 존재가 아침이 오면 홀로 사라지는 비유적 표현이다. 이는 그리움이 일시적인 감정이 아니라, 지속적이며 반복되는 삶의 한 부분임을 시사한다. 화자는 자신의 감정이 그대에게 닿았기를 바라면서도, 결국은 다시 혼자서 그리움을 감당해야 한다는 운명을 수용하고 있다.

이 시는 달과 바다라는 자연적 이미지를 통해 인간 내면의 고독과 그리움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달빛과 파도소리, 그리고 그리움의 점진적 고조는 시적 이미지의 강렬함을 더해주며, 독자로 하여금 그 감정의 파동을 체감하게 한다. 시인의 고향에 대한 애정과 인간의 보편적 감정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있으며, 그 속에서 시인의 가치철학이 은근히 드러난다.

박언휘 시인은 감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기보다, 자연과의 연계를 통해 감정의 깊이를 더하며,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이는 그의 시적 언어의 특징이자, 주제의식의 핵심으로, 시 전체에 걸쳐 지속적으로 흐르고 있다. '달밤'은 고향과 그리움, 인간 내면의 감정을 자연스럽게 녹여낸 시로,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인 박언휘 님께,






안녕하십니까. 우연히 '달밤'이라는 시를 접하고 깊은 감동을 받아 이렇게 글을 씁니다. 저는 고향을 떠나 도시에서 생활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어릴 적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고향의 풍경은 이제 모두 아파트와 도로로 뒤덮여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오랜 시간 고향을 그리워하며 살았지만, 그곳에 돌아가도 더 이상 그리운 모습이 남아 있지 않다는 사실이 참으로 가슴 아프게 다가옵니다.

박 시인님의 시 '달밤'을 읽으며 저는 잠시나마 그 잃어버린 고향을 다시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달빛과 파도소리의 이미지가 제 마음속 깊이 스며들어 잊고 지냈던 옛 감정들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도시의 소음과 바쁜 일상 속에서 무뎌져 버린 감정들이, 시인의 시를 통해 다시금 생생하게 깨어난 듯했습니다. 마치 달빛 아래 서서 고향의 파도 소리를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되었고,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하고 따스한 위로를 받았습니다.

고향은 이미 사라졌지만, 시인님의 시 속에서 저는 그리운 풍경과 정서를 다시 만날 수 있었습니다. 고향을 떠나 사는 동안, 그곳의 모습이 점점 더 흐릿해지는 것을 느끼며 안타까움과 슬픔을 많이 느껴왔습니다. 그러나 '달밤' 속에서 묘사된 반달과 파도 소리는 제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는 고향의 기억을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이 시는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저 같은 사람들에게는 하나의 위안이자, 그리움의 대리 충족이 되었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시간이 지나도,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고향의 모습은 변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시인님께서 그려내신 울릉도의 반달과 파도소리처럼, 고향은 우리의 기억 속에서 늘 그렇게 잔잔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입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제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마음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것은 그곳의 풍경이나 장소보다는, 그 안에서 느꼈던 감정과 추억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달밤'은 제게 고향의 진정한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어떤 말로도 이 감동을 충분히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만, 시인님의 시를 읽고 난 후 저는 잠시나마 고향에 돌아가 그곳의 바람과 냄새, 소리를 다시 느끼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시인의 시가 제게 주었던 그 따뜻한 울림과 위로를 잊지 않겠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시를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잊고 지냈던 자신의 고향과 마음속의 정서를 다시금 떠올리고 위안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박언휘 시인님의 앞으로의 활동도 응원하며, 더 많은 작품들을 통해 만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고향을 떠나 사는 모든 이들에게 시인의 시가 큰 위로와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깊이 감사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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