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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초병의 봄은 정녕 언제 오나요

배선희 ㆍ박성진 작가, 그리고 문학 평론가 청람 김왕식











겨울 초병의 봄은 정녕 언제 오나요




시인 박성진









스산한 하늘

엉켜진 DMZ 들풀들아!

초병들이 순찰하는 길만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한 북녘의 새로운 길은

오늘도 지뢰밭이다


엉킨 풀들은 떨어지지 않는

74년 고통의 세월 되어

엉켜서 서로 힘을 겨루고 있다

기억의 한은 더 아득히

멀어져 가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비둘기는

영문도 모른 채 자유롭게 날건만

초병들이 잠자면 죽는 곳

DMZ 가 웬 말이냐?


오늘도 사슴과 노루들이 눈발을

가로지르며

예쁜 눈망울 신호하며

철없이 높이 뛰기를 자랑하듯

뛰어오른다.

남과, 북의 초병들이 순찰길에 목숨이

위협받는

철의 장막아!

DMZ여! 이곳에서 천년백설 되지 말자

긴 철조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풀벌레 울음소리 반짝이는 반딧불도

반짝반짝 빛을 뿜는다

자연도 하나되어 통일의 봄소식을 기다리는데


가느다란 철사들이 X자로 서로 엉켜

아픈 휴전선 뼈 마디 마디!

다가오는 일백 년이 성큼 오기 전

부끄러운 철조망을 거두어 가렴


차가운 눈발들이 거칠게 쏟아져도

아! 한 많은 핏빛으로 물들여진

더 이상 흘리지 말아야 할 겨울의 초병들아!


잠에서 깨어나라

길고 긴 잠에서 깨어나라

'초병의 겨울"의 노랫소리

남과 북이 손잡은 "초병의 노래"를

듀엣으로 듣고 싶구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박성진 시인의 삶은 한반도의 분단과 그로 인한 고통을 직접적으로 느끼며 살아온 현대 한국인의 현실을 대변한다. 그의 시는 그가 경험한 분단의 아픔과 그것이 한 사람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깊이 반영하고 있다. ‘겨울 초병의 봄은 정녕 언제 오나요’라는 시는 그러한 삶의 투영 속에서 분단의 현실을 체감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고 있다.
이 시에서 박성진 시인은 비통한 분단의 역사와 그로 인한 고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을 시적 이미지로 그려내고 있다.

"스산한 하늘 엉켜진 DMZ 들풀들아!"는 험악한 분단 상황과 그것이 주는 무거운 분위기를 상징한다. '스산한 하늘'은 희망이 없는 상태를, '엉켜진 DMZ 들풀'은 분단의 복잡함과 상처를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이 표현은 바로 분단의 땅에 드리운 그늘진 현실을 암시하며, 풀들이 엉켜 있는 모습은 풀리지 않는 남북문제를 은유적으로 담고 있다.

"초병들이 순찰하는 길만 보이고 손에 잡힐 듯한 북녘의 새로운 길은 오늘도 지뢰밭이다"에서 '초병들이 순찰하는 길'은 그저 감시와 통제가 이루어지는 곳임을 나타내며, 동시에 남북 간의 교류와 통합이 막힌 현실을 보여준다. '지뢰밭'은 남북관계의 위험성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갈등의 소지를 상징한다. 이 구절은 우리가 가까이 있는 평화를 갈망하면서도 그 길이 현실적으로 닿지 못하는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엉킨 풀들은 떨어지지 않는 74년 고통의 세월 되어 엉켜서 서로 힘을 겨루고 있다"는 남과 북이 각각 자신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대치하고 있는 상태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엉킨 풀들'은 남북 양측의 갈등을, '74년 고통의 세월'은 한국 전쟁 이후 지속된 분단의 세월을 의미한다. 이는 분단의 오랜 시간 동안 누적된 상처와 그 상처가 해결되지 않고 더 복잡해진 현실을 나타낸다.

"기억의 한은 더 아득히 멀어져 가는데"는 시간이 지날수록 분단의 아픔이 기억에서 멀어져 가는 듯하지만, 그 상처는 여전히 남아 있음을 암시한다. 이는 분단의 현실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 상처에 무뎌져 가는 우리의 의식을 비판하고 있다.

"어디선가 날아온 비둘기는 영문도 모른 채 자유롭게 날건만 초병들이 잠자면 죽는 곳 DMZ가 웬 말이냐?"에서는 비둘기가 평화와 자유를 상징하며, 그것과 대비되는 DMZ의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비둘기'는 통일에 대한 희망을 상징하는 동시에, '초병들이 잠자면 죽는 곳'은 극단적인 경계 속에 놓인 한반도의 현실을 강하게 드러낸다. 이 대조는 통일과 평화를 향한 갈망과 그 사이에 놓인 차가운 현실을 더욱 부각한다.

"오늘도 사슴과 노루들이 눈발을 가로지르며 예쁜 눈망울 신호하며 철없이 높이 뛰기를 자랑하듯 뛰어오른다"는 자연과 동물들이 DMZ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내며, 인간의 분단 현실과 대비된다. 사슴과 노루는 인간이 만들어낸 경계에 구애받지 않으며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는 자연 속에서 인간의 갈등이 얼마나 부질없고 인위적인지를 암시하는 부분이다.

"남과 북의 초병들이 순찰길에 목숨이 위협받는 철의 장막아!"는 남과 북이 서로를 견제하며 경계선을 지키는 초병들의 고통을 표현한다. '철의 장막'은 냉전 시대를 상징하는 표현으로, 남북한의 경계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 장막이 단순히 물리적인 장벽이 아니라, 이념적이고 심리적인 장벽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DMZ여! 이곳에서 천년백설 되지 말자"는 더 이상 이 분단의 땅이 시간이 흘러도 그대로 남아 있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다. '천년백설'은 오랫동안 얼어붙은 분단 상태를 의미하며, 그것이 변하지 않고 지속될 것을 염려하는 시인의 마음이 느껴진다.

"긴 철조망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온다"는 철조망이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아픔을 드러내는 비유적 표현이다. '울음소리'는 분단의 아픔과 고통을 상징하며, 이는 시인이 느끼는 깊은 슬픔을 표현하는 구절이다.

"풀벌레 울음소리 반짝이는 반딧불도 반짝반짝 빛을 뿜는다"는 자연의 소리와 불빛을 통해, 여전히 이 땅이 살아 있음을, 그리고 희망의 빛이 존재함을 상징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는 분단의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희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자연도 하나 되어 통일의 봄소식을 기다리는데"는 앞선 자연 이미지들과 연계되어 자연의 순리 속에서 통일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인간의 분단과는 달리, 자연은 이미 하나로 존재하고 있음을 강조하며, 인간 또한 그 순리대로 다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가느다란 철사들이 X자로 서로 엉켜 아픈 휴전선 뼈마디마디!"는 휴전선이 서로를 단절시키는 상징이자, 그로 인한 고통을 표현한 구절이다. '뼈마디마디'라는 표현은 그 고통이 깊이 스며들어 있음을, 그리고 단순히 외면적인 상처가 아니라 내부적인 아픔까지 포함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 행에서 "다가오는 일백 년이 성큼 오기 전 부끄러운 철조망을 거두어 가렴"은 시인의 간절한 소망을 담은 결말이다. 백 년이 더 흐르기 전에 분단의 상징인 철조망이 사라지고, 남북한이 하나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강하게 드러난다.

시 전체에서 박성진 시인은 분단의 현실을 넘어 통일을 염원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의 분단을 초월하는 화합의 가능성을 암시하고,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강한 감동을 전달한다. 분단의 아픔을 극복하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와 철학이 시 전반에 걸쳐 유기적으로 흐르고 있으며, 시인의 표현 방식은 섬세하면서도 강렬하다.

















박성진 시인과 배선희 작가님께



청람 김왕식




배선희ㆍ 박성진 두 작가는 이번 특별전시전을 통해 한반도의 자유와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친 우방국 16개국의 군인들을 기리는 숭고한 작업을 펼친다. 이 전시회는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서, 그들의 희생과 정신을 기억하고자 하는 깊은 의지를 담고 있다. 그들의 혼령을 다이아몬드로 부활시키겠다는 이 전시는, 그들의 고귀한 희생이 영원히 잊히지 않도록 하는 예술적 헌사이다.

1950년 한반도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져갔다. 전쟁의 참혹함 속에서 전 세계 16개국의 군인들이 대한민국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참전했다. 그들은 자국을 떠나 알지 못하는 땅에서 싸웠고, 수많은 젊은 군인들이 전장 한복판에서 쓰러졌다. 그들의 희생은 단순한 전사(戰死)가 아닌, 자유를 향한 절박한 투쟁이었다. 이름 모를 산과 들에서 쓰러져 간 이들의 피와 땀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있는 평화의 초석이 되었다.

박성진 시인의 시는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며 한반도 분단의 현실을 살아가는 이들의 고통과 그 고통을 치유하고자 하는 염원을 담고 있다. 박 시인은 “겨울 초병의 봄은 정녕 언제 오나요”에서, DMZ라는 차가운 경계 속에 갇힌 한반도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묘사하며, 그 속에서 분단을 넘어서는 평화의 소망을 담고 있다. 이러한 그의 시에서 울려 퍼지는 메시지는, 단순한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미래를 향한 통일의 열망과 우방국 군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특히 박성진 시인이 던진 물음, "초병들이 잠자면 죽는 곳 DMZ가 웬 말이냐?"는 단순한 물음 그 이상이다. 이는 여전히 분단된 이 땅의 현실을 직시하며, 우방국의 군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지키고자 했던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그들이 꿈꾸었던 자유와 평화는 아직도 완전하게 실현되지 않았으며, 그들은 끝내 그 소망을 다 이루지 못한 채 생을 마감했다. 그러한 현실 앞에서 이 전시전은 그들의 미완의 꿈을 되새기고, 다시금 그 소망을 다이아몬드로 승화시키는 것이다.

배선희 작가 또한 이번 전시를 통해 그들의 넋을 다이아몬드로 재탄생시키는 상징적 작업을 펼친다. 배 작가는 그들이 지닌 인간적 고뇌와 숭고한 정신을 시각예술로 형상화하여, 잊히지 않고 영원히 빛나는 존재로 남게 한다. 다이아몬드는 영원성과 불변의 상징이며, 그것을 통해 이들의 혼령은 결코 사라지지 않고, 그 빛은 우리에게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가 가지는 의미는 남다르다. 단순히 예술적 감상의 차원을 넘어, 참전 군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후세에 길이 남기려는 의도는 깊다. 우리는 이 전시를 통해 그들이 우리에게 남긴 유산을 재조명하고,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를 되새기게 된다. 전시된 작품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희생이 담겨 있고, 그들이 보여준 용기와 헌신은 우리 마음속에 영원히 각인될 것이다.

박성진 시인과 배선희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단순히 과거의 희생을 추모하는 것을 넘어서, 그들이 꿈꾸었던 자유와 평화가 아직도 우리에게 중요한 과제임을 일깨운다. 전시된 다이아몬드는 그들의 혼령이 단순히 과거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와 함께 미래로 나아가며, 자유와 평화의 상징으로 남을 것을 암시한다.

이 전시를 보는 이들에게, 다이아몬드로 형상화된 혼령들은 그저 차가운 예술품이 아니다. 그것은 그들이 흘린 피와 땀의 결정체이며, 그들이 지키고자 했던 가치에 대한 숭고한 찬사이다. 이 다이아몬드들은 전쟁 속에서 쓰러져 간 모든 이들의 혼령이기도 하고, 여전히 분단된 이 땅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우리의 마음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전시를 기획한 박성진, 배선희 두 작가는 그들의 작업을 통해 우리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메시지는, 우리가 누리고 있는 오늘의 평화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방국 16개국의 군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지켜낸 자유가 우리가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가치임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이 전시를 통해 우리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그들이 꿈꾸었던 평화와 자유의 세계를 실현해 나가야 할 책임이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두 작가에게 이 전시는 단순한 예술적 행위가 아니라, 인류애와 연대, 그리고 평화에 대한 신념을 표현한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낸 다이아몬드는 우리에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하라는 경종이기도 하다. 두 작가는 예술을 통해 그들의 혼을 부활시키며, 그들이 결코 잊히지 않도록 하는 영원한 기록을 남긴다.

그들의 작품은 그저 오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후세에 전해질 것이며,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기억하게 할 것이다. 우방국 16개국의 군인들이 보여준 희생과 용기는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다이아몬드처럼 빛날 것이다. 이 전시가 가진 진정한 힘은 바로 그 빛을 우리 모두가 함께 느끼고, 미래로 이어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박성진 시인과 배선희 작가에게 이 전시는 그들의 삶의 철학과 예술적 신념을 담은 깊은 헌사이며,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전하는 중요한 메시지이다. 우리는 이 전시를 통해 그들의 숭고한 뜻을 가슴 깊이 새기고, 앞으로의 세대에도 그 뜻이 길이 남도록 해야 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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