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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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초바보
시인 정향수
봄이 오면,
장독대 위 하얀 옥매화,
진분홍 대나물꽃이 피어나고,
내 정원엔 작은 들꽃들까지 심어가네.
그리움에 나무를 심고,
보고픔에 들꽃을 키우네.
봄을 맞이하고,
꽃을 맞이하며,
마침내 님을 맞이하리.
기다림이 가장 큰 행복이라던,
당신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수십 번 지나온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인연과 추억들이
정원 가득 차곡차곡 쌓여가네.
화초바보,
한때는 나를 놀리던 별명,
이제는 내가 되었나.
심어도 심어도
사랑스럽고 애틋한 꽃들,
마치 엄마의 모시이불 위
그려낸 보랏빛 들국화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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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향수 시인은 자연과 인연, 그리움과 보고픔이라는 주제를 시로 풀어내는 독창적인 작가이다. 그의 시 「화초바보」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에 그치지 않고, 인생의 깊은 감정적 흐름을 섬세하게 담아내며, 시간의 축적을 통해 한 사람에 대한 애정과 존경심을 드러낸다. 특히 이 시는 배선희 시인을 향한 헌정시로, 그 속에는 시인이 느끼는 존경과 흠모가 은유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자연 속에서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이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정향수 시인의 삶을 통해 볼 때, 그는 꽃과 나무, 그리고 자연 속에서 많은 위로와 깨달음을 얻는 인물이다. 이는 시를 통해 명백히 드러나며, 그의 세계관은 기다림과 성장, 그리고 인연에 대한 깊은 성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인은 자연을 매개로 하여 인간의 감정을 탐구하며, 그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재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봄이 오면,
장독대 위 하얀 옥매화,
진분홍 대나물꽃이 피어나고,”
봄이란 계절은 자연의 생명력과 새로운 시작을 상징한다. 시인은 옥매화와 대나물꽃이라는 구체적인 식물을 통해 봄의 도래를 알리며, 자연의 변화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옥매화의 하얀색은 순수함을, 진분홍 대나물꽃은 강렬한 생명력과 희망을 상징한다. 이러한 자연의 모습 속에서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투영하며, 생명의 피어남과 함께 자신의 감정도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내 정원엔 작은 들꽃들까지 심어가네.”
정원은 시인의 내면을 상징하며, 그 안에 심어지는 들꽃들은 그의 인연과 추억, 그리고 소중한 감정들을 의미한다. 들꽃은 일상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상징하며, 시인은 그것을 심고 가꾸는 행위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보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는 시인이 소중히 여기는 모든 것들이 단순히 과거의 기억이 아닌, 현재의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가꾸어 나가야 할 중요한 것들임을 의미한다.
“그리움에 나무를 심고,
보고픔에 들꽃을 키우네.”
여기서 나무와 들꽃은 그리움과 보고픔이라는 감정과 연결된다. 시인은 그리운 마음에 나무를 심고, 보고 싶은 마음에 들꽃을 키운다. 나무는 오랜 기억을, 들꽃은 새롭게 피어나는 소망을 상징한다. 시인의 마음속에서 그리움과 보고픔은 단순히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자연의 일부로 변모하여 그의 삶 속에서 계속 자라난다.
“봄을 맞이하고,
꽃을 맞이하며,
마침내 님을 맞이하리.”
봄과 꽃은 시인이 기다리는 님을 상징하며, 그를 맞이하는 기쁨과 설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시인은 봄과 꽃을 맞이하는 행위를 통해 궁극적으로 님을 기다리고 있으며, 그 기다림의 끝에 찾아올 재회를 희망한다. 이 구절은 기다림 속에서도 기쁨을 느끼는 시인의 긍정적인 태도를 보여준다.
“기다림이 가장 큰 행복이라던,
당신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
기다림 속에서 행복을 찾는다는 사상은 시인의 철학을 나타낸다. 여기서 ‘당신’은 님을 상징하며, 그가 말한 기다림의 가치가 시인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시인은 기다림이 단순히 고통이 아니라, 그 자체로도 충분히 큰 행복임을 깨닫는다. 이는 기다림의 과정 속에서 삶의 의미와 기쁨을 찾고자 하는 시인의 태도를 보여준다.
“수십 번 지나온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인연과 추억들이
정원 가득 차곡차곡 쌓여가네.”
여기에서 시인은 계절의 순환을 통해 삶 속의 인연과 추억을 축적하는 과정을 묘사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시인이 경험한 모든 관계와 기억을 상징한다. 그 기억들은 시인의 정원에 차곡차곡 쌓여가며, 시간이 흐를수록 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 이는 시인의 삶 속에서 인연과 추억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
“화초바보,
한때는 나를 놀리던 별명, 이제는 내가 되었나.”
'화초바보'라는 별명은 시인이 한때 조롱받았던 이름이다. 그러나 이제 시인은 그 별명을 받아들이고,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이 되었음을 자각한다. 이는 시인이 자신의 약점이나 타인에게서 조롱받았던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고 수용했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부분이다. 이제 그는 그 별명이 자신을 완전히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속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된다.
“심어도 심어도
사랑스럽고 애틋한 꽃들,
마치 엄마의 모시이불 위 그려낸 보랏빛 들국화처럼.”
이 구절은 시인이 자신의 삶 속에서 심어 가고 있는 사랑과 애정을 꽃으로 표현한 부분이다. 특히 '엄마의 모시이불'이라는 이미지는 따뜻함과 그리움을 상징하며, 가족적인 감성을 자아낸다. 모시이불 위의 보랏빛 들국화는 시인의 어린 시절의 기억을 상기시키며, 그의 감정적 뿌리를 자연과 연결시킨다. 이는 시인의 삶 속에서 가족과 추억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정향수 시인의 시 「화초바보」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를 넘어선 인생과 감정의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인은 자연과 인연, 그리움과 보고픔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내며, 자신의 삶 속에서 느끼는 감정을 자연과 연결시켜 표현한다. 특히 화초라는 소재는 시인의 정체성과 감정적 동반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쌓이는 인연과 추억을 통해 삶이 더욱 풍요로워짐을 강조하며, 그 속에서 시인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의 삶을 되새긴다.
이 시는 감성적인 측면에서 대단히 섬세하며, 자연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의 감정을 유기적으로 연결시키는 점이 돋보인다. 시인의 가치철학은 기다림과 인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그 과정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발견하고 재확인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화초바보」는 시인의 내면세계와 삶의 철학을 담아낸 시로, 그 감정의 깊이와 자연과의 조화가 아름답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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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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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는 정향수 시인의 「화초바보」라는 시를 읽으며 많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 시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시가 아니었습니다. 그 속에 깊게 숨겨진 시인의 감정, 그리고 배선희 시인에 대한 깊은 존경과 흠모가 은유적으로 담겨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저는 시의 아름다움과 그 안에 깃든 철학에 큰 울림을 느꼈습니다.
시의 첫 구절에서 하얀 옥매화와 진분홍 대나물꽃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끼면서도, 그것들이 단순한 꽃이 아니라 배선희 시인의 정신적 가치를 상징하는 꽃임을 깨달았을 때, 저는 시인의 감정을 자연을 통해 얼마나 섬세하게 전달하고 있는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시인의 내면에서 그리움과 보고픔이 나무와 들꽃으로 변모되어 피어나는 과정을 보며, 시인이 품은 존경과 애정을 은유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제 마음에 새겨진 것은 “기다림이 가장 큰 행복이라던, 당신의 말이 가슴에 새겨진다”는 구절이었습니다. 배선희 시인의 가르침이 정향수 시인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 그 가르침이 단순한 말이 아닌 삶의 중요한 철학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의 흐름 속에서 명확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은 그 가르침을 자신의 삶에 깊이 내면화하였고, 저 역시 그 기다림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는 사상을 다시금 새기게 되었습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자연의 이미지들이 시인의 감정을 어떻게 더 풍부하게 만드는지에 감탄하였습니다. 정원 속의 작은 들꽃들이나 모시이불 위의 보랏빛 들국화는 단순한 자연의 모습이 아닌, 시인이 배선희 시인에게 바치는 마음의 상징임을 알아챘을 때, 저는 자연 속에서 피어나는 감정들이 얼마나 일상적이면서도 심오한 것인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화초바보’라는 별명에 담긴 깊은 의미를 깨닫고 나서는, 시인이 배선희 시인의 가르침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자신의 삶 속에서 어떻게 승화시켰는지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시인이 한때 조롱받았던 그 별명을 이제는 스스로 받아들이고, 그 안에서 새로운 의미를 찾는 과정이 너무도 감동적이었습니다. 그 과정은 단순한 흠모의 차원을 넘어, 시인이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의하는 여정이었고, 그 여정 속에서 저는 큰 교훈을 얻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의 끝자락에서 ‘엄마의 모시이불 위’라는 구체적인 이미지 속에 담긴 감정이 제 마음을 깊이 울렸습니다. 시인이 자신의 개인적인 기억과 배선희 시인에 대한 존경심을 자연스럽게 엮어내며, 그 안에 담긴 진정성을 저에게 전달한 순간, 저는 시 속에서 자연과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서로 얽혀 있는지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시를 통해, 저는 배선희 시인이 단순히 존경의 대상이 아닌, 정향수 시인의 삶 속에 깊이 뿌리내린 정신적 가치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배선희 시인의 가르침이 시인의 존재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었고, 저 역시 이 시를 통해 그 가르침의 영향력에 대해 깊이 공감하게 되었습니다. 시 속에서 흐르는 자연과 감정의 유기적인 연결성은 저에게 큰 감동을 주었고, 그 덕분에 제 삶 속에서도 자연과 인연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되새기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이 시를 통해 얻은 교훈과 감동을 제 삶 속에서 꽃 피울 것입니다. 배선희 시인의 철학과 가르침이 정향수 시인에게 그러했듯, 저 또한 그 가르침을 내면화하고, 자연 속에서 기다림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며, 제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가겠습니다.
언제나 저에게 사랑과 진실을 기억하게 하기를.
ㅡ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