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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7. 2024

귀천 ㅡ 시인 하봉도

청람 김왕식








                            귀천


                                   시인  하봉도




티브이를 본다
귀항하는 고깃배 어부들
만선의 기쁨이
험한 바다 파고 견딘
땀 흘린 결실에
검게 탄 얼굴
하얀 웃음마다 쓰여있다

누군가
늙은 선장에게 묻는다
만선일 때
기분이 어떤가 하고

배가 만선 아닐 때라도
내 마음은 늘 만선입니다
일할 수 있는 건강과
고기를 선물 준 바다와
일출의
아름다운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너털웃음 지으며 답한다

세상 힘든 삶의 여정
감사하며 살아가는
그대들
사랑 가득 채운 만선의
기쁨 같은 영혼으로
모두가 귀천하게 되길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하봉도 시인은 바다를 배경으로 하는 삶을 통해 존재의 가치를 성찰하는 작품을 주로 써왔다. 그의 시는 삶의 고단함과 그 안에서 피어나는 작은 기쁨과 감사함을 노래하며, 인생을 항해하는 어부와 같은 존재로 비유한다. "귀천"은 이러한 하봉도 시인의 철학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바다에서 생업을 이어가는 어부들의 거친 삶을 통해 결국 모든 인간이 추구하는 행복과 감사함의 진정한 의미를 전하고 있으며, 이는 하봉도 시인이 일생을 통해 바라본 인생의 축도라고 할 수 있다.

"티브이를 본다 / 귀항하는 고깃배 어부들 / 만선의 기쁨이 / 험한 바다 파고 견딘 / 땀 흘린 결실에 / 검게 탄 얼굴 / 하얀 웃음마다 쓰여있다"

첫 부분은 매우 구체적인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장면을 그려낸다. "티브이를 본다"는 시인이 직접적으로 그 현장에 있지 않지만 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상황을 바라보고 있음을 의미한다. 귀항하는 고깃배와 만선의 기쁨은 어부들이 어려운 항해를 마치고 돌아오는 순간의 안도감과 성취감을 나타낸다. 여기서 "험한 바다 파고 견딘"은 바다의 거칠음과 인간의 고난을 상징하며, 그에 따른 결실인 "땀 흘린 결실"은 노력과 인내의 결과를 의미한다. "검게 탄 얼굴"은 어부들의 험난한 삶을 시각적으로 나타내며, "하얀 웃음"은 그 고난을 넘어서서 피어나는 순수한 기쁨을 상징한다. 이러한 대비적 이미지를 통해 생생하고 현실적인 어부들의 삶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누군가 / 늙은 선장에게 묻는다 / 만선일 때 / 기분이 어떤가 하고"

여기서 "늙은 선장"은 인생의 지혜와 경륜을 가진 자로, 일상 속에서 질문을 받는 평범한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만선일 때 기분이 어떤가"라는 질문은 겉보기에는 일상의 대화이지만, 사실은 그 깊은 의미에서 인간의 성취와 행복에 대한 질문이다. 시인은 이러한 간단한 질문을 통해 독자에게 인간의 삶에서 진정한 기쁨이 어디에서 오는지 생각하게 한다.

"배가 만선 아닐 때라도 / 내 마음은 늘 만선입니다 / 일 할 수 있는 건강과 / 고기를 선물 준 바다와 / 일출의 / 아름다운 하루하루가 / 감사하다고 / 너털웃음 지으며 답한다"

선장의 대답은 인간이 행복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깊은 철학을 드러낸다. "배가 만선 아닐 때라도 내 마음은 늘 만선입니다"라는 표현은 외부적인 성취나 물질적인 충족이 아닌, 내면의 마음가짐이 진정한 행복의 원천임을 보여준다.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것, 바다로부터 고기를 얻는 것, 그리고 매일 아침마다 떠오르는 일출은 일상의 사소한 것들이지만 그 속에서 삶의 감사함을 찾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너털웃음"은 선장의 너그러움과 여유를 나타내며, 진정한 행복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할 줄 아는 마음에서 나온다는 것을 전하고 있다.

"세상 힘든 삶의 여정 / 감사하며 살아가는 / 그대들 / 사랑 가득 채운 만선의 / 기쁨 같은 영혼으로 / 모두가 귀천하게 되길"

마지막 부분은 독자에 대한 격려와 축복으로 마무리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의 "힘든 삶의 여정"을 인정하며 그 고난 속에서도 감사함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만선의 기쁨 같은 영혼"은 단순한 물질적 성취가 아닌, 사랑과 감사로 가득 찬 삶을 의미한다. "귀천"은 삶의 끝에서 모든 것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며, 이는 자연과 인간이 하나로 회귀하는 아름다운 마무리를 의미한다. 결국, 이 시는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만선으로 여기고 사랑과 감사로 귀천하길 바라는 작가의 염원을 담고 있다.

하봉도 시인의 "귀천"은 일상의 고단함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행복과 감사함을 노래하는 시이다. 표현의 특징은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이미지와 함께 진솔한 감정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는 점이다. 어려운 바다의 삶을 노래하면서도 그 안에서 피어나는 소박한 기쁨과 감사는 모든 이들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시인은 삶의 고난과 역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기쁨과 감사로 승화하는 내면의 힘을 강조한다. 이러한 가치철학은 하봉도 시인이 바라보는 인생의 본질이며, 삶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시적 표현의 구성은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강한 인상을 주며, 단순한 일상의 장면을 담백하게 그려내어 독자로 하여금 그 장면 속에 빠져들게 한다. 동시에 시 전체에 흐르는 감사와 사랑의 정서는 독자로 하여금 자신만의 만선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며, 시인이 말하는 진정한 삶의 기쁨과 행복을 성찰하게 만든다. 하봉도 시인의 시는 결국 삶의 순리와 아름다움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그 안에서 피어나는 감사의 힘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귀천"은 독자들에게 삶의 작은 순간들을 소중히 여기고 감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행복으로 가는 길임을 일깨워주는 시라고 할 수 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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