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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27. 2024

손자 바지 손보다ㅡ 시인 유숙희

유숙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손자 바지 손보다



                
                                     시인 유숙희





별난 손자
행동이 난亂하니
새 바지도
일주일을 못 넘긴다

중학 입학 기념으로
할아버지가 선물한
새 양복 한 벌

아뿔싸,
입은 지 3번 만에
그렇게 당부했건만
소 귀에 경 읽긴가

할미는 바느질 선수
손자의 행동반경을
꿰고 있다는 듯
헐어진 무릎 부분
모아 둔 헝겊 조각 찾아
골무 끼고 바늘귀 꿰어
한 뜸 한 뜸 손질하고는
바느질로 드르륵
마무리 감쪽같다

얘야,
바지는 얼마든지니
걱정 말고 마음껏
뛰고 구르고 점프
어서 하늘 끝 닿거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은 삶에 대한 깊은 애정과 인간적인 소소함을 섬세하게 포착해 내는 시인이다. 그의 시는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작은 행복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그리며, 이를 통해 삶의 가치와 철학을 공유한다.
시 "손자 바지 손보다"는 그런 그의 시적 특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이 시는 세대 간의 사랑과 배려, 그리고 아이의 성장과정을 다정하고 따뜻하게 그리며, 동시에 성장의 에너지와 무한한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시인의 삶이 지닌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무엇보다 가족 간의 소박한 사랑이 담긴 이 작품은 일상에서 흔히 경험할 수 있는 장면을 통해 삶의 가치를 독자에게 전달한다.

첫 행 "별난 손자"는 시적 화자가 손자의 개성을 드러내며 시작한다. '별난'이라는 형용사는 보통 부정적으로 쓰일 수 있지만, 이 시에서는 긍정적이고 사랑스러운 애칭처럼 쓰인다. 손자가 얼마나 활달하고 개구쟁이인지 한 단어로 표현하며, 손자를 향한 사랑이 엿보인다.

"행동이 난亂하니 / 새 바지도 / 일주일을 못 넘긴다"는

손자의 활발함을 묘사한다. '난하다'는 단어는 아이의 통통 튀는 에너지와 활동성을 표현하며, 바지가 일주일도 버티지 못한다는 과장된 표현은 아이의 에너지가 얼마나 넘치는지를 유머러스하게 보여준다. 이를 통해 어린이의 무한한 활력과 성장을 긍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중학입학 기념으로 / 할아버지가 선물 한 / 새 양복 한 벌"에서는 손자의 성장을 축하하는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중학교 입학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이정표를 기념하는 할아버지의 사랑이 담긴 선물은 아이의 성장을 지지하며 응원하는 가족의 정서를 상징한다. 이때 '새 양복'은 단순한 의복이 아닌 손자의 새로운 시작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내포하고 있다.

"아뿔싸, / 입은 지 3번 만에 / 그렇게 당부했건만 / 소 귀에 경 읽긴가"에서는 아이의 행동을 제어하려 했던 노력이 헛된 것으로 드러난다. '아뿔싸'는 애정 어린 한숨과도 같고, '소 귀에 경 읽기'라는 표현은 어른들이 아이의 행동을 통제하기 어려움을 재미있게 표현한다. 이러한 표현은 나무람이 아니라 아이의 천진함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넓은 마음을 드러낸다.

"할미는 바느질 선수 / 손자의 행동반경을 / 꿰고 있다는 듯"은 할머니의 역할을 강조한다. 바느질에 능숙한 할머니는 손자의 활발한 행동반경을 예측하며 대비하고 있다. 이는 어린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깊은 이해와 애정을 상징한다. 손자의 행동을 꾸짖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손질해 주는 모습은 가족 간의 사랑을 나타낸다.

"헐어진 무릎 부분 / 모아 둔 헝겊 조각 찾아 / 골무 끼고 바늘귀 꿰어 / 한뜸 한뜸 손질하고는"에서는 파손된 바지를 수선하는 할머니의 섬세한 손길이 담겨 있다. 바느질이라는 행위는 단순한 노동이 아닌 손자를 위한 사랑과 보살핌의 표현으로 시각화된다. '한뜸 한뜸'이라는 표현은 정성스럽고 섬세한 손길을 보여주며, 이는 단순한 물질적 수선이 아닌 정성 어린 사랑으로 읽힌다.

"바느질로 드르륵 / 마무리 감쪽같다"에서는 할머니의 솜씨가 얼마나 뛰어난지를 묘사한다. 바느질 소리인 '드르륵'은 현장감을 높이는 효과를 가지며, 수선된 바지가 원래 모습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는 것을 표현한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능력을 넘어서, 손자에게 아무런 부담 없이 활달하게 뛰어놀라는 격려와 사랑을 담고 있다.

마지막 행 "얘야, / 바지는 얼마든지니 / 걱정 말고 마음껏 / 뛰고 구르고 점프 / 어서 하늘 끝 닿거라."는 손자를 향한 할머니의 따뜻한 메시지로 마무리된다. 이 구절은 할머니가 손자에게 자유롭게 뛰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으며, 아이의 가능성과 미래를 응원하는 시인의 가치관이 잘 드러난다. '하늘 끝 닿거라'는 표현은 손자의 무한한 가능성과 성장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며 응원하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 시는 손자와 할머니의 애틋한 관계를 통해 가족 간의 사랑과 세대 간의 연결을 그려내고 있다. 활달한 손자의 모습과 그를 지지하며 응원하는 할머니의 사랑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이는 삶의 소중한 순간과 인간관계의 가치를 떠올리게 한다. 유숙희 시인은 섬세한 언어와 따뜻한 감성을 통해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포착하며, 이를 통해 가족 사랑의 아름다움과 삶의 소중한 가치를 전달한다.

시의 표현에서는 단순하면서도 생동감 있는 어휘를 통해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이끌며, 가족 간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도록 한다. 전체적으로 시는 할머니와 손자라는 관계를 통해 세대 간의 사랑과 소통, 그리고 삶의 연속성과 성장의 에너지를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낸다. 이러한 작품의 가치는 일상에서 발견되는 인간적인 사랑과 이해의 깊이를 보여주며, 시인이 가진 삶에 대한 따뜻한 철학과 가치를 명확하게 전달한다.







유숙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시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은 독자입니다. "손자 바지 손보다"라는 시를 통해 느낀 감정과 생각들을 이렇게 편지로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따뜻하고도 섬세한 시인의 언어가 저를 한없이 포근하게 감싸며 잊고 지냈던 가족의 사랑, 그리고 세대 간의 관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습니다. 시인의 시는 일상의 소박한 순간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느끼게 해 주었고, 저 또한 잊고 있던 시간과 마음을 되새길 수 있었습니다.

시인의 시는 단순한 묘사가 아니라, 우리가 매일같이 마주하는 일상의 순간들을 특별하게 만드시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손자 바지 손보다"라는 시에서는 활발하고 짓궂은 손자의 모습, 그리고 그런 손자를 넓은 마음으로 감싸며 돌보는 할머니의 사랑이 정겨운 언어로 그려져 있습니다. 그저 단순히 읽고 넘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한 행 한 행마다 가족의 정과 세대 간의 사랑이 깊이 배어 있어 저 역시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바지 무릎이 찢어질 만큼 뛰어놀던 저의 모습이, 그리고 그런 저를 늘 받아주고 수선해 주셨던 저희 할머니의 모습이 시 속에 비치는 듯했습니다. 시인의 시를 통해 할머니의 손길 하나하나와 그 안에 담긴 사랑을 되새기며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렇듯 시인의 작품은 우리 모두가 겪었거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소중한 순간들을 잔잔하게 불러일으키며, 그 안에서 인간관계의 본질적 아름다움을 찾게 해 주신 것 같습니다.

특히나 시인의 언어는 정겹고 서정적이면서도 현실의 감각을 놓치지 않아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별난 손자", "행동이 난亂하니", "소 귀에 경 읽긴가"와 같은 표현들은 그저 아이를 꾸짖거나 나무라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활발함과 에너지를 받아들이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는 것 같아 읽는 저도 미소를 짓게 되었습니다. 손자의 행동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이 마치 저를 어린아이로 되돌아가게 하여, 자유롭게 뛰어놀던 시절을 따뜻하게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시 속에 담긴 할머니의 모습이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아이의 발걸음에 맞추어 언제나 뒤에서 조용히 준비하고 지지해 주며 손자의 성장을 응원하는 할머니의 손길은, 세대를 잇는 사랑의 본질을 너무나도 아름답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무릎이 해어진 바지를 고치기 위해 헝겊 조각을 모으고 한 뜸 한 뜸 정성스럽게 바느질을 하는 모습은 시인의 섬세한 표현 덕분에 하나의 그림처럼 눈앞에 그려졌습니다. 그런 할머니의 손길이 시인의 언어를 통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 느껴졌고, 저는 그 손길이 단순한 수선이 아닌 손자를 향한 무한한 사랑의 표현임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시인의 가치관과 삶에 대한 철학이 시 속에 고스란히 묻어 나와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 행에서 할머니는 손자에게 자유를 주며 마음껏 뛰고 구르라고 말합니다. '하늘 끝 닿거라'는 말은 손자의 미래에 대한 격려이자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축복처럼 들렸습니다. 시인님께서 바라보시는 삶은 아이의 무한한 잠재력과 성장의 힘을 긍정하며 응원하는 시선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시인의 이러한 따뜻한 마음은 독자인 저에게도 전해져, 저 또한 나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보다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어졌습니다.

시인의 시는 단순한 감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중한 가치를 일깨우고 우리 주변의 사랑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읽는 이에게 따뜻함과 정겨움을 느끼게 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삶의 이야기를 발견하게 해 주니, 시인의 시는 누구에게나 공감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시인의 시를 통해 저는 삶의 단순한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랑과 배려가 담겨 있는지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시인님께 이렇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앞으로도 시인님의 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세대 간의 사랑과 가족의 따뜻함을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시인의 시가 더 많은 이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져, 그들의 삶 또한 시인님의 시처럼 따뜻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인님의 따뜻한 언어와 정성 어린 표현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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