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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30. 2024

단양 가고픈 흙집

청람 김왕식







                      단양 가고픈 흙집





                                        청람  김왕식





단양의 골짜기, 그 속에 *흙집 여섯 동이 서로의 곁을 지키며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다. 낮게 드리운 지붕이 손을 내미는 듯 다가와, 그곳은 마치 품 안의 따뜻함처럼 느껴진다. 집들이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어깨를 맞댄 모습이 어쩐지 정겹다.

집 안에 들어서면 다담이 방의 서까래 그림자가 눈에 들어온다. 햇살을 타고 내려오는 그 그림자 속엔 시간이 묻어 있다. 오랜 세월을 담아 둥그런 방 안에 머무는 그 그림자들은, 지나온 시간의 결을 간직한 채 옛 추억을 아련히 불러낸다. 이 집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흘러왔으나, 그 속에 담긴 풍경은 여전히 따뜻하고 고요하다.

어린 시절, 아궁이에 장작을 피우고 솥단지가 소리 내며 펄펄 끓던 그때가 떠오른다. 방바닥에 몸을 눕히면 아랫목의 뜨거운 열기가 금세 몸을 감싸 안았다. 그때는 그저 그 온기가 좋았다. 몸에 배어드는 따뜻함에 노곤해진 몸을 지지며 그렇게 하루의 피로를 녹였다. 아궁이 속에서 구워지던 군고구마의 달콤한 냄새, 손바닥으로 불어가며 먹던 순간들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기억의 한 조각으로 남아 있다.

이 집의 주인장은 넉넉한 미소를 지닌 사람이다.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하고, 그 눈빛은 따스하다. 흙 내음에 스며든 마음의 온기가 전해져 나그네의 발길을 자연스레 멈추게 한다. 누구든 이 집 앞에 서면 마음 한구석이 따뜻해지고, 주인장의 친근한 웃음소리에 절로 미소가 번진다. 그 미소는 마치 오래전 집의 기억처럼 포근하다. 그래서일까, 단양의 이 흙집은 누구에게나 품을 내어주듯 열려 있다.

토담집을 휘감아 흐르는 개울물이 있다. 맑고 투명한 물살은 차갑게 손을 적시지만, 그 속에는 작은 생명들이 어울려 산다. 개울물 속을 자유롭게 노니는 가재 한 마리가 있다. 손님이 오면 유유히 다가와 물살에 흔들리며 마치 인사라도 건네는 듯하다. 그 모습이 귀엽고 정겹다. 개울물이 부드럽게 흐르는 동안, 그 흙집은 조용히 숨을 쉰다. 오랜 시간 동안 지켜 온 그 모습 그대로, 고요하고 평온하게.

이곳에서 마주하는 시간은 천천히 흐른다. 빠르게 지나가는 일상 속에선 느낄 수 없는 여유가 이 흙집엔 깃들어 있다. 나뭇가지 사이로 부는 바람, 지붕을 스치는 햇살, 개울물의 청량한 소리까지,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작은 평화를 만들어 낸다. 누군가 이곳에 발을 들이면, 어느새 이 공간의 일부가 된 듯 마음이 편안해진다.

삶이 한결 느려지는 단양의 흙집. 그 속에 스며드는 시간은 차분하고 깊다. 이 집은 오랜 세월의 무게를 간직하면서도 새로운 손님을 반긴다. 고요한 방 안에서 추억을 꺼내 보고, 흙 내음을 맡으며 마음을 녹이는 이곳. 비록 낡았지만 따뜻하고, 비록 작지만 넉넉하다.

그렇게 단양의 흙집은 오늘도 조용히 숨 쉬고 있다. 누군가 찾아와도 그 품은 변하지 않고,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작은 위로와 쉼을 건넨다. 마치 오래도록 이어진 시간의 손길처럼, 그 온기 속에서 마음은 한결 따뜻해진다.










                  단양 흙집 별곡





                           청람 김왕식









1.


단양 골짝 흙집 여섯  

낮은 지붕 손 내밀고  

서로서로 품을 이루어  

따뜻한 정 나누는데  

그윽한 흙내음 속에  

옛 정취 가득하구나  



2.


다담이 방 서까래 그림  

햇살 속에 내려와서  

둥근 방 안 채워주네  

세월이 머문 그 자리  

아련한 추억이 되어  

옛 시간 감돌고 있네  



3.


아궁이엔 장작 불꽃  

솥단지는 펄펄 끓어  

뜨거웠던 방바닥엔  

어린 날 몸 녹이던 때  

노곤했던 그 시절의  

따스함 퍼지더라  



4.


주인장의 넉넉한 미소  

흙내음에 스며들고  

나그네 마음을 녹여  

발길 멈춰 쉬게 하네  

단양의 그 흙집은  

품처럼 활짝 열렸네  



5.


토담집 감돌아 흐른  

개울물은 맑게 빛나  

노니는 가재 한 마리  

손님에게 인사하네  

물살 속에 춤을 추며  

다정한 모습 귀엽네  



6.


흙집 속에 머무는 시간  

느릿느릿 흘러가고  

바람은 나뭇잎 스치고  

햇살은 지붕에 내려  

고요하고 평온한 곳  

마음도 쉬어가네














                丹陽幽谷土家




                               청람 김왕식





丹陽谷口六土家  
古意猶存歲月斜  
溪水繞牆蟹自舞  
客來心暖笑盈花  




해석


단양 골짜기에 흙집 여섯 동  
세월 흘러도 옛 정취 그대로네  
담장을 감도는 개울물에 게는 춤추고  
손님 오면 마음 따뜻해져 미소 꽃피네  




청람 생각



단양의 골짜기에 자리한 여섯 채의 흙집이 오랜 세월에도 변치 않는 고즈넉한 정취를 간직하고 있다. 담장을 휘감아 흐르는 맑은 개울물 속에서 작은 게가 자유롭게 노니고, 손님이 찾아오면 집의 따스한 온기와 주인장의 미소로 마음이 환하게 피어난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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