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Sep 3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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刮目相對
수필가 박건옥
삼국지를 읽다 보면 형주를 지키던 '관우'가 본국의 명령도 없이 공功을 세우려 성城을 이탈해 위의 '조조군'을 치러 간 사이 손권의 오나라 장수 여몽이
야간 침투侵鬪를 감행하여 봉수대를 지키는 '관우 군'을 제거하고 본진을 가로챈 대목에서 여몽의 등상登上과 관우의 몰락沒落에서 잠시 눈을 책에서 떼야하는 자신을 경험했을 줄 압니다.
여몽은 글을 몰라 한동안 막후 장수로 있으며 군軍의 선봉先峰에 서지 못하고 어정쩡한 위치에서 공격군攻擊軍을 돕는 조력군이었습니다. 이유는 용력勇力은
있으되 지략智略이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하기사 글을 모르는 장수는 병서兵書를 읽지 않았을 터이니 전략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입니다. 이 같은 처지에 놓인
여몽은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 내가 담력은 있으되 글을 몰라 병법을 모르니 이 지경에 놓인 것이다. 이제부터 글을 익혀 병서를 읽어 나의 눈을 가리고 있는 어둠에서 벗어나 이름 있는 장군이 되자" 이렇게 결심한 여몽은 여러 장수의 눈을 비벼 자신을 괄목상대刮目相對로 만듭니다. 드디어 지혜의 문이 열린 여몽은 전략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얻고 빼어난 지략을 내어 채택되는 장수의 반열에 올라섭니다.
刮目은 刹那에 오지 않습니다. 틈나는 대로 신기술의 攄得을 위해 본질을 알기 위해 맥락을 잡는 지혜를 익히고 끊임없이 노력해야 합니다.
조선의 퇴계선생과 性理學의 理氣論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기대승'이라는 儒子가 있었음을 모두가 알 것입니다. 선생의 호는 高峰이었으니 그의 야망을 짚어볼 수 있습니다. 몸이 약해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학문의 길을 조금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病이 심해지자 周易을 놓고 자신의 수명을 보았을 것으로 짐작을 해봅니다.
수명이 짧게 나온 것이죠.
理氣論에 關해 退溪에 뒤질 바 없는 先生은 마음이
조급해집니다. 아픔 따위는 잊어야 했습니다. 결과는 어찌 됐습니까.
선생은 향년 45歲에 눈을 감고 맙니다.
이러한 역사의 한편을 말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刮目할 상대가 되기 위해 몸을 해쳐가며 무엇을 익히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리려 함입니다.
緩急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이야말로 香氣로운 인생을 사는 지모입니다.
그렇지만 게으름을 권장할 수는 없습니다.
老當益壯(늙을수록 힘을 더 내어 뜻을 굳건히 한다)는 사자성어입니다.
힘을 더 내기 위해 筋力을 키우고 젊은 날보다 성숙해진 지혜를 발휘하면 충분히 뜻하는 課題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세상을 觀照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과학과 기술은 이제까지의 삶에서 얻은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도 그 속에 어울릴 수도 없는 환경으로 변모해가고 있습니다.
곁다리에 끼인 삶은 내 삶이 아닙니다. 치인 세대라 할까요. 거추장스러운 세대라 할까요.
그러한 덧없는 세대는 되지 맙시다.
刮目相對는 노년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모르는 것에 대한 無關心은
절망을 若起할 수도 있습니다.
老益壯이 必須인 시대입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을 두고 하는 깊이 있는 공부는 활연관통豁然貫通의 捷經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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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의 길에서 삶을 꿰뚫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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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옥 작가의 글 刮目相對는 변화와 노력, 그리고 인생의 성숙을 묵직하게 다루고 있다. 특히 글은 역사 속 呂蒙과 奇大升의 삶을 예로 들며, 자신을 변화시켜 가는 노력이 결국 사람을 성장시키고 삶의 지혜를 열어준다는 것을 강조한다.
삼국지 속 여몽의 사례는 성장을 위한 자기 혁신의 전형적인 예로 제시된다. 여몽은 용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깨닫고 지략을 키우기 위해 글을 익히며 전략을 배운다. 이를 통해 비로소 관우와 같은 무장과 대등한 위치에 서게 된다. 박건옥 작가는 여몽이 보여준 ‘괄목상대’의 과정이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강조하며, 꾸준한 노력을 통해 본질을 이해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단지 힘과 노력만이 아니라 지혜와 전략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이어 조선의 유학자 기대승의 삶을 소개하며, 학문을 향한 열정이 때로는 몸을 해치는 과도한 집착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박건옥 작가는 기대승이 이기론 연구에 몰두하여 결국 몸을 해쳤다는 점을 통해, '괄목상대'의 가치를 추구함에 있어서 지나친 무리와 집착을 경계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전한다. 적절한 완급 조절과 균형 있는 삶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며, 지나치게 집착하다가 몸을 해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한다.
또한, 변화하는 세상을 살아가는 노년의 지혜에 대한 작가의 통찰도 돋보인다. 세상이 빠르게 변모하며 새로운 과학기술이 등장할 때, 그 변화에 무관심한 태도는 절망을 낳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여몽처럼 끊임없이 배우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시대에 맞는 지혜로운 삶을 사는 길이며, 이는 '老益壯'이라는 사자성어로 표현된다. 나이가 들수록 지혜를 성숙하게 발휘하고 힘을 키우는 것이 삶의 도전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이라는 메시지다.
결국, 박건옥 작가는 변화와 학습을 강조하며 그것이 인생의 향기를 풍기는 길임을 이야기한다. 게으름을 피하지 않고 열정적으로 삶을 개척하되, 스스로를 파괴할 정도로 무리하지 않는 완급 조절의 지혜를 갖출 것을 권유한다. 특히 노년에 이르러서는 더 깊이 있고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며, 그것이 ‘활연관통豁然貫通’의 첩경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삶을 깊이 꿰뚫어 보고 통찰할 수 있는 지혜는 끊임없는 배움과 자기 혁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박건옥 작가의 철학은 단순하다. 변화의 흐름을 외면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삶을 개척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나이 듦은 성숙과 성장의 시간이지, 무관심과 안주로 변질되어선 안 된다. ‘괄목상대’의 가치를 지니며 지속적으로 자기 자신을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아가는 지혜라는 점을 강조하는 이 글은, 노년의 삶을 지혜롭고 주체적으로 살고자 하는 이들에게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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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건옥 선생님
반갑습니다.
김왕식 인사드립니다.
선생님께서 보내주신
옥고
'괄목상대'를 읽고 평석 하면서
느낀 바 있어
어설프지만
한자 몇 줄 펼쳐
어쭙잖은 한시를
한 수
적어봤습니다.
刮目相對書未盡,
勇力磨勤智識新。
歲月將深心不老,
高峰處處正精神。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아도 글은 다 읽지 못하니,
용맹과 노력이 깎여지며 지혜와 앎이 새롭게 빛난다.
세월은 깊어지되 마음은 늙지 않고,
높은 봉우리는 곳곳에서 굳센 기운을 품는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