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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렵습니다

소단 정홍준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두렵습니다


시인 小湍 정홍준






살면서 이렇게 빨리

심장이 커져버린 적이 몇 번이던가

젊을 때 사랑의 큐피드에 꽂혀

밤잠 못 이루던 그때 이후

여인의 큐피드도 아닌

중년의 늑대들에게 날아온

이 큐피드는 무엇인가?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라는

어느 시인의 글처럼

중년의 늑대들과 여우들의

과거 현재 미래가

나의 가슴에 갑자기 헤집고

들어오는 그 느낌들을

단번에 안으며

빠져나가지 않게 가슴에 부여잡아본다

꽉 잡다 보니

갈비뼈가 아프다

이렇게 꽉 안아 본 기억이

언제였던가

가물가물하다


가슴에 들어온

이 매력적인 중년 늑대들이

빠져나갈까

두렵습니다


무척 두렵습니다


에라

갈비뼈가 부러져도

못 빠져나가게

꽈악 잡아야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인 소단小湍 정홍준은 인생의 중년에 접어들며 깊은 성찰과 감정을 시에 담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시는 대체로 자신이 경험한 감정과 삶의 여정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시 '두렵습니다'에서는 중년의 새로운 경험과 그로 인한 감정의 변화, 그리고 이를 통해 느끼는 불안과 두려움이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특히 시인은 사랑과 인생의 고뇌를 통해 현재 자신의 내면적 갈등과 변화하는 인간관계를 섬세하게 포착하며 이를 시의 언어로 승화시키고 있다.


시의 첫 부분은 '심장이 커져버린 적'이라는 표현으로 시작한다. 여기서 '심장이 커졌다'는 것은 육체적 변화라기보다는 감정의 격한 움직임을 의미한다. 중년의 시기에 느낀 강렬한 감정이 예전의 젊은 시절 사랑의 감정과 비교되며, 그때 이후 느껴본 적 없는 큰 감정의 파동으로 시인이 흔들리고 있음을 표현한다.

특히 '젊을 때 사랑의 큐피드에 꽂혀 밤잠 못 이루던 그때 이후'라는 구절은 당시의 풋풋한 사랑의 경험을 회상하며 현재의 감정과 연결한다. 이러한 대비는 중년의 사랑이 젊은 시절과 다르다는 것을 시사하며, 그 감정이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삶 전체를 움직이는 큐피드의 화살로 그려진다.


이어지는 '중년의 늑대들에게 날아온 이 큐피드는 무엇인가?'라는 부분은 '중년의 늑대'라는 새로운 상징적 존재를 등장시킨다. 이 '늑대'는 단순한 중년의 남성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동료, 친구, 혹은 시인 자신을 대변하는 상징으로 보인다. 젊은 시절의 큐피드가 사랑의 화살을 날렸다 한다면, 이 중년의 큐피드는 인생 경험을 통한 공감과 이해를 통해 시인에게 또 다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오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며 시인은 중년의 인간관계의 복잡성과 깊이를 암시한다. 중년의 늑대들과 여우들, 즉 동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의 과거, 현재, 미래가 함께 얽히며 시인의 내면을 뒤흔들고 있다. 이 구절에서 시인은 타인과의 관계가 단순한 일시적 만남이 아닌, 각자의 시간과 경험이 어우러진 깊은 교류임을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로 인해 시인의 가슴은 갑작스레 헤집어지며 혼란스러워지지만, 그 모든 것을 '안으며' 붙잡고자 한다는 것은 이러한 인간관계를 포용하려는 의지와 다짐을 엿볼 수 있다.


이어서 시인은 갈비뼈가 아플 정도로 꽉 잡고 있다며, '이렇게 꽉 안아본 기억이 언제였던가'를 회상한다. 여기서 '갈비뼈'는 그저 신체적 부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중년의 감정을 억누르고, 감싸고 있는 시인의 내면적 울림을 표현한다. 젊은 시절과 달리 중년의 감정은 더 깊고 복잡하여 갈비뼈가 부러질 만큼 강렬하다는 것이다. 이 구절은 과거의 경험과 현재의 감정 사이의 대조를 부각하며, 잊힌 열정과 기억을 되살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가슴에 들어온 이 매력적인 중년 늑대들이 빠져나갈까 두렵습니다'라는 문장은 현재의 소중한 감정을 잃고 싶지 않은 시인의 불안을 드러낸다. 그저 나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이나 쓸쓸함이 아니라, 새롭게 찾아온 감정이 주는 충만함을 간직하고자 하는 갈망이 담겨 있다.

이 부분은 시인이 중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감정에 충실하고, 그 감정을 붙들고자 하는 간절함을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에라 갈비뼈가 부러져도 못 빠져나가게 꽈악 잡아야지!'라는 외침은 시인의 결연한 의지를 담아낸다. 감정에 충실한 것이 두렵고 고통스러울지라도, 그 감정을 끝까지 붙들고자 하는 다짐이 나타나 있다.

이는 시인의 강인한 의지와 감정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를 표현하며, 중년의 삶에서 찾아온 새로운 감정을 마주하고 그 감정을 통해 삶을 더욱 풍요롭게 살아가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이 시는 중년의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시인의 솔직함과 정서적 충만함이 돋보인다. 중년이라는 나이의 감정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삶의 경계를 넘어선 감정의 힘을 표현한 점이 인상적이다.

시인은 자신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며 그곳에서부터 나오는 감정의 원초적 에너지를 그대로 시에 담아냈다. 젊은 시절의 사랑과 달리 더 복잡하고 깊은 중년의 사랑과 인간관계를 진솔하게 표현하고 있으며, 시 전체의 감성적 흐름이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삶의 새로운 감정과 중년의 불안, 그리고 그것을 온전히 붙잡으려는 시인의 강인한 태도는 이 시의 핵심 주제라 할 수 있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그 감정에 충실하며, 이를 끝까지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가 돋보인다. 또한 표현의 간결함과 진정성이 이 시를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중년의 삶을 사는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을, 젊은 이들에게는 새로운 감정의 시야를 제공하는 시로서, 소단 정홍준 시인의 문학적 깊이와 인생의 통찰을 잘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정홍준 시인님께






소단 小湍 정홍준 시인님의 시 '두렵습니다'를 읽었습니다. 중년의 한가운데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소용돌이,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한꺼번에 가슴을 파고드는 그 느낌을 깊이 공감하며 읽었습니다. 시의 구절 하나하나에서 시인님의 진솔함이 묻어나, 저 또한 그 감정 속으로 자연스럽게 빠져들 수 있었습니다.


젊은 시절의 큐피드가 남기고 간 가슴 떨리는 사랑의 기억, 그리고 중년이 되어 다가온 새로운 큐피드의 화살. 이 모든 것이 가슴속에서 거대한 파도가 되어 시인님의 삶을 흔들었을 것입니다. 중년의 늑대들이 그 매혹적인 모습으로 가슴에 들어와,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그 감정은 얼마나 강렬할까요. 저 또한 그 모습이 너무나 선명히 그려졌고, 어쩌면 저 자신이 그 '늑대'이거나 혹은 가슴에 파고드는 그 감정을 함께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살아가면서 이렇게 꽉, 그리고 아프도록 누군가를 혹은 무엇인가를 안아본 적이 얼마나 있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시인님의 시를 통해 저 역시 제 가슴 한편에 묻어두었던 감정들을 다시금 꺼내보고, 숨겨진 갈비뼈의 통증을 느껴봅니다. 때로는 잊고 있던 그 아픔들이 뜨겁게 느껴지지만, 그 또한 우리가 살아있다는 증거이기에, 시인님의 결연한 다짐처럼 저도 갈비뼈가 부러질지라도 꽉, 그리고 절실히 붙잡아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소단 시인님의 시는 그저 한 편의 시로서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저의 내면과 닿고 또 그 감정의 울림을 통해 깊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삶의 무게 속에서 흔들리고 있는 저 자신에게 시인님의 시는 큰 위로와 용기로 다가왔습니다. 중년의 나이가 주는 삶의 깊이와 무게를 온전히 껴안고 그 안에서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며, 그 두려움을 아름답게 표현하신 시인님의 용기와 결단에 경의를 표합니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함께 오는 것이라는 말처럼, 시인님의 시도 제게는 온전한 인생의 한 부분으로 다가와 마치 한 편의 삶을 마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 시를 통해 저 역시 제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감정을 미리 마주하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선물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소단 시인님만의 솔직함과 깊은 통찰로 쓰일 또 다른 시를 기다리겠습니다.

두렵지만, 그 두려움이 주는 아름다움과 떨림을 놓치지 않으려는 시인님의 마음이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전해주리라 믿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시인님의 펜 끝에서 나오는 글들이 계속해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리고, 또 그 가슴을 안아주는 위로의 손길이 되길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小湍 정홍준 시인께



청람 김왕식





당신의 시를 읽었습니다

갈비뼈가 아프도록

가슴을 잡고 싶었던 그 마음,

그 두려움이 마치 나의 것처럼 전해졌습니다


젊음의 사랑, 그 열기와 떨림도

이제는 중년의 한숨과 함께

새로운 큐피드의 화살이 되어

내게도 찾아와 꽂힙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흔들리는 가슴을

당신은 용기라 부르고

두려움은 오히려 안고 가야 한다고

그렇게 힘주어 말해 주었습니다


숨길 수 없는 울음조차

마주하라고, 안아보라고,

부러진 갈비뼈를 기꺼이

시로 붙들어 주는 그대여


시인님의 그 마음이

제게 닿아 떨림이 되었고,

오늘도 나는 그 떨림 속에서

당신의 시를 안고 살아갑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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