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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영 시인의 '달동네'를 청람 김왕식 평하다

정순영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달동네


시인 정 순 영



부유富裕가 오르지 못하는 비탈 언덕 동네에서는
연탄 몇 장 나눔으로 따뜻한 겨울을 지낸다는 것을
파란 하늘이 가까워 눈만 감아도 기도가 되고
여름밤 시원한 바람에 달도 별도 더욱 맑게 빛난다는 것을
아예 열린 사립문으로
이웃의 마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잡초도 제 마음대로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을
가난을 더 사랑하는 낮은 마음들이 주님 앞에 엎드리니
하늘의 향기가 그윽하다는 것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정순영 시인은 한평생 시와 함께해 온 열정적인 원로 작가이다.
그의 시 세계는 가난한 이들과 서민들의 삶을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으로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달동네'는 그가 추구하는 인간애와 순수한 삶의 가치를 대변하는 작품으로, 현실의 고통과 어려움 속에서도 고귀하고 풍요로운 마음을 가진 이들의 삶을 담담하게 노래한다.
정순영 시인은 화려한 언어 대신 일상의 소박한 표현을 통해 인간 본연의 삶과 그 속에 내재된 사랑과 희망을 일관되게 표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은 시인의 삶을 투영한 따뜻한 인간미와 삶의 통찰을 엿볼 수 있다.

"부유富裕가 오르지 못하는 비탈 언덕 동네에서는"

이 문장은 경제적 풍요가 닿을 수 없는 곳, 즉 달동네의 풍경을 묘사한다. 시인이 설정한 ‘비탈 언덕 동네’는 가난이 자리 잡고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부유함이 오를 수 없다는 표현을 통해 물질적 가치가 아닌 영적인 가치를 강조한다. 이 동네는 돈과 상관없이 고유한 삶의 의미와 온기가 깃든 곳임을 암시한다. 시인의 눈에 이 공간은 불편함이 아닌 삶의 진정성이 살아 숨 쉬는 곳이다.

"연탄 몇 장 나눔으로 따뜻한 겨울을 지낸다는 것을"

연탄은 이웃과의 나눔을 상징하며, 가난한 이들의 따뜻한 공동체 정신을 상징한다. 물질의 부족이 아닌 마음의 나눔으로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낸다는 이 한 행은 달동네 사람들의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삶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연탄 몇 장이 만들어 내는 온기는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작은 사랑이자 희망이다.

"파란 하늘이 가까워 눈만 감아도 기도가 되고"

달동네의 삶은 하늘과 가깝다. 비탈진 곳에 위치해 하늘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표현은 물리적인 거리뿐 아니라 영적인 거리의 친근함을 나타낸다. 기도라는 단어를 통해 이들의 삶이 자연과 신에 대한 감사로 가득 차 있음을 암시하며, 단순한 생활 속에서도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신앙과 성찰을 그려낸다.

"여름밤 시원한 바람에 달도 별도 더욱 맑게 빛난다는 것을"

가난한 삶은 자연의 풍요로움을 더욱 깊이 느끼게 한다. 더운 여름밤에도 시원한 바람, 달과 별의 빛은 그들에게 더욱 명료하고 찬란하게 느껴진다. 이는 물질적 부족이 자연의 아름다움과 풍요를 더 진하게 느끼게 하는 역설적 아이러니를 담고 있다. 시인은 가난 속에서도 맑고 청명한 삶의 순간들을 포착한다.

"아예 열린 사립문으로 이웃의 마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달동네의 사립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닫힌 문이 없는 그곳에서는 이웃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 마음의 소통이 자유롭다. 이는 현대의 도시화된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공동체의 단란함과 진정성을 드러낸다. 열린 사립문은 이웃 간의 따뜻한 교류와 순수한 인간관계를 상징한다.

"잡초도 제 마음대로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것을"

비탈진 언덕에는 잡초가 자유롭게 자라며 그 자체로 꽃을 피운다. 이는 비록 잡초처럼 여겨지는 가난한 삶도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아름다운 꽃’은 누군가의 눈에는 하찮을 수 있지만, 자연 그대로의 삶의 아름다움을 시인은 강조한다. 이처럼 존재 그 자체로 자유롭게 피어나는 생명력은 달동네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닮아 있다.

"가난을 더 사랑하는 낮은 마음들이 주님 앞에 엎드리니 하늘의 향기가 그윽하다는 것을"

가난은 시인의 눈에 단순한 물질적 빈곤이 아니다. 낮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더 사랑하는 것이며, 겸손하고 순수한 영혼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이다. 주님 앞에 엎드린다는 표현은 이들이 신앙에 기반한 삶을 살고 있으며, 가난이 오히려 하늘의 향기를 더 진하게 느끼게 하는 도구임을 보여준다. 이는 하늘의 향기, 즉 신성한 영적 충만함을 통해 물질적 부유를 초월하는 내면의 풍요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달동네’는 가난과 소박함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와 풍요를 발견하는 시다. 시인은 비탈진 언덕과 가난을 단순히 고통과 결핍으로 그리지 않고, 그 안에 담긴 따뜻한 공동체, 자연의 아름다움, 신앙에 기반한 삶의 고결함을 선명하게 그려낸다. 시어는 담백하고 단순하며, 시의 구조 또한 일상적이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깊고 다층적이다.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은 부유한 이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이는 물질적 부유함보다 인간의 존엄과 사랑을 소중히 여기는 시인의 가치관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달동네'는 비록 경제적으로는 빈곤하지만, 인간 본연의 따스함과 공동체적 사랑, 자연의 풍요로움으로 가득한 삶의 찬가이다. 물질적인 부유함을 뛰어넘는 영적 부유와 나눔의 가치를 노래하며, 겸손하고 소박한 삶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음을 시인은 강조한다. 정순영 시인의 시 세계는 바로 이러한 따스한 인간애와 삶에 대한 경외로 가득하다.





존경하는 정순영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시인님의 시 ‘달동네’를 읽고 깊은 감동과 여운을 느낀 독자입니다. 오랜 세월 시인으로서의 삶을 걸어오신 시인님의 글을 통해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맑고 선한 감정이 일어나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시인님께서는 한평생 ‘풀과 별’ 같은 삶의 진솔한 순간들을 노래하시며, 그 속에 깃든 사랑과 희망, 아픔과 치유의 순간들을 담아내셨습니다. 그중에서도 ‘달동네’는 저에게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습니다.

‘달동네’를 읽으며, 저는 비탈진 언덕에서 피어나는 삶의 향기와 그 안에 숨겨진 따뜻한 마음들이 제 가슴을 울리는 것을 느꼈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지만, 연탄 몇 장의 온기를 서로 나누며 함께 겨울을 지나는 그 소박한 풍경이 눈에 선하게 그려졌습니다. 시인님께서는 부유함이 오르지 못하는 그곳에서 오히려 더 풍요로운 마음과 진정한 인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셨습니다. 시의 한 구절 한 구절이 주는 울림은 단순한 현실 묘사가 아니라, 시인님의 깊은 통찰과 사랑의 시선이 깃든 것입니다. 그 따뜻한 시선이 독자인 저를 위로하고,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열어주었습니다.

파란 하늘이 가까워 눈만 감아도 기도가 된다는 표현은 시인님의 삶의 신앙과 믿음이 엿보이는 대목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람들의 마음은 하늘에 더 가까이 닿아 있고, 그들만의 순수함으로 가득 차 있다는 시인님의 믿음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저에게도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요즘같이 바쁘고 복잡한 세상에서 하늘을 올려다보는 것조차 쉽지 않은 삶을 사는 저로서는, 시인님께서 그려주신 ‘달동네’의 그 맑은 하늘과 기도의 순간들이 한 편의 아름다운 풍경화처럼 다가왔습니다. 시인의 시를 읽으며 저도 잠시 눈을 감고 마음속으로 기도를 올리며 그 하늘의 맑음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또한 여름밤 시원한 바람 속에서 더 맑게 빛나는 달과 별에 대한 묘사는 저를 동화처럼 순수하고 평화로운 세계로 인도해 주었습니다. 그 달과 별은 이웃의 마음들이 자유롭게 오가는 열린 사립문처럼 닫힌 것이 하나도 없는 세상을 비추고 있습니다. 시인님께서는 비록 가난하고 낮은 삶이라 해도 그 속에 존재하는 자유로움과 순수함을 찬양하십니다. 잡초조차 제 마음대로 자라서 아름다운 꽃을 피우는 그 자유로운 풍경은 가난에 갇혀 있다고 생각했던 제 좁은 시야를 넓혀주었고, 잡초 같은 삶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셨습니다.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가난을 더 사랑하는 낮은 마음들이 주님 앞에 엎드리는 장면은 저를 깊은 묵상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시인님께서 사랑하는 이 가난한 삶은 단순한 물질적 결핍이 아니라, 오히려 마음의 높고 낮음을 떠나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달은 이들의 삶입니다. 하늘의 향기가 그윽하다는 이 한 구절 속에는 시인님께서 경험하신 영적인 충만함과 인간 내면의 깊은 풍요로움이 담겨 있습니다. 이를 통해 저는 단순히 경제적 가치로만 판단해 왔던 삶을 다시 바라보고, 진정한 삶의 가치를 찾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저에게 말할 수 없는 위로와 격려를 주었습니다. 세상은 점점 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지고 있지만, 마음은 그에 반대로 메말라가는 이 시대에 시인님과 같은 분이 계셔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인님께서 오랜 세월 걸어오신 시의 길은 소리 없이 많은 이들에게 빛이 되었을 것입니다. ‘달동네’ 속에 담긴 그 사랑과 희망, 자연에 대한 찬양과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노래가 앞으로도 많은 이들에게 위로와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시인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소박하고 겸손한 시의 언어로 우리 삶에 내재한 진실과 따스함을 깨닫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시인님께서 써 내려가실 많은 시편들을 통해 이 세상이 더 아름다워지고, 많은 이들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발견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시인님의 건강과 평안을 빌며, 언제나 하늘 가까이에서 피어나는 시인님의 시 세계가 더 넓고 맑게 빛나길 응원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편지를 마칩니다.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독자가.












<정순영 시인 약력>

하동출생. 1974년 <풀과 별> 추천완료. 시집; “시는 꽃인가” “침묵보다 더 낮은 목소리” “조선 징소리” “사랑” 외 7권. 부산시인협회 회장, 한국자유문인협회 회장, 국제 pen한국본부 부이사장,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등 역임. 부산문학상, 한국시학상, 세종문화예술대상, 한국문예대상, 외 다수 수상. <4인 시> <셋> 동인.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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