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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흔들림

김왕식






가을의 흔들림





대추나무 아래에 서면

나뭇가지 흔들리며 떨어지는

작은 열매의 속삭임 들려오네

부드러운 햇살에 몸을 맡기고

그 사랑의 무게로 흩어지는 순간


밤나무는 단단한 알밤을 품고

아침이슬 머금은 선물 전해주네

가시를 품은 채 세상을 기다리다

손에 닿은 그 순간 삶의 끝을 맞이하는

하늘 아래 무수한 열매들처럼


감나무의 높이 매달린 홍시는

더욱 붉게 빛나며 나를 부르네

꼭대기에 닿을 수 없기에 아름다운

새와 벌레가 찾아와 입 맞추는 순간

그 달콤함에 녹아드는 소소한 춤사위


우리의 삶 또한 그러하리

가질 수 없기에 더 아쉬워하며

자연이 건네는 모든 것을

그저 바라보고, 느끼며

마음에 새기는 가을의 끝자락


떨어지는 대추, 익어가는 홍시

그 사랑의 흔들림 속에서

자연과 하나 되는 나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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