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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그리드 헤블러 – 피아노 선율에 새겨진 별

청람 김왕식









잉그리드 헤블러
– 피아노 선율에 새겨진 별






청람 김왕식







지구촌 음악계에 한 시대를 대표하는 큰 별이 졌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잉그리드 헤블러가 지난 9월 14일, 93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연주는 언제나 그 시대의 청중들을 매료시켰고, 지금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전하고 있다.

1929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태어난 그녀는 어릴 때부터 음악적 재능을 발휘했다. 6살의 나이에 이미 피아노, 작곡, 음악이론을 배우기 시작한 헤블러는 재능 있는 연주자로 성장했다. 그녀의 음악적 성장 배경에는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과 빈 음악원, 그리고 제네바 음악원에서의 배움이 자리하고 있다. 헤블러는 이곳에서 음악적 기량을 다듬었고, 1954년 독일 뮌헨 ARD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 이후로 그녀는 활발한 연주 활동을 펼치며 음악계의 주목을 받았다.

헤블러는 다양한 음악적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연주 스타일을 완성해 나갔다. 그녀는 니키타 마갈로프, 마르그리트 롱, 폴 바인가르텐 등 당대의 저명한 음악가들에게 사사하며 깊은 음악적 통찰과 테크닉을 다졌다. 이러한 과정은 헤블러를 더욱 성장시켰고, 결국 그녀는 모차르트에 대한 특별한 애정과 해석을 통해 ‘모차르트 스페셜리스트’라는 찬사를 받게 되었다.

특히 필립스 레코드에서 녹음된 그녀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과 소나타는 많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헤블러의 연주는 우아하면서도 매끄러운 프레이징, 맑고 노래하는 듯한 터치, 그리고 각 음을 분명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는 말끔한 아티큘레이션으로 각광받았다. 이는 마치 한 폭의 수채화처럼 깨끗하고 섬세한 터치로 음악을 빚어내는 것이었다. 그녀는 모차르트뿐만 아니라 슈베르트와 하이든의 작품에서도 깨끗하고 안정적인 연주로 따뜻한 해석을 선보여왔다. 이처럼 헤블러는 자신만의 깊은 음악적 해석과 완성도 높은 연주로 청중들에게 따뜻한 감동을 전하는 음악가였다.

헤블러는 또 다른 저명한 연주자와의 협업에도 열정적이었다. 특히 바이올리니스트 헨리크 셰링과 함께 녹음한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전곡은 클래식 음악계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아있다. 그녀의 다양한 활동은 연주자로서의 깊이 있는 모습뿐만 아니라, 음악적 교류와 협력을 통한 예술적 성장을 보여준다.

지난해 영국의 클래식 음반사 데카는 헤블러의 연주를 58개의 디스크와 100개 이상의 트랙으로 담은 음반 세트를 출시했다. 이 음반에는 모차르트뿐만 아니라 슈베르트, 하이든, 쇼팽, 베토벤, 프랑크, 슈만 등 다양한 작곡가들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 음반은 그녀의 전성기 시절의 녹음들로 구성되어, 클래식 음악 팬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되었다. 헤블러의 타계 소식에 데카는 “깊은 슬픔을 금할 수 없다”며 애도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녀의 생애는 오직 음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피아노를 통해 전하는 그 맑고 따스한 선율은 마치 맑은 시냇물처럼 청중들의 마음속으로 스며들었고, 그녀의 연주를 통해 모차르트의 아름다움과 깊이가 되살아났다. 헤블러가 남긴 그 선율들은 앞으로도 영원히 음악의 별처럼 빛날 것이다.








잉그리드 헤블러를 기리며



청람




한 시대의 별이 지다.
그녀의 손끝에서 흘러나온 피아노 소리,
맑은 선율은 시냇물처럼 흐르고,
모차르트의 웃음과 눈물이 되어
세상의 구석구석에 닿았네.

우아한 손길로 빚어낸 음악의 정수,
그 터치는 삶의 부드러운 선을 그었고,
각 음의 울림은 마치 꽃잎처럼 피어
우리의 마음을 감싸며 노래했네.

그녀의 연주는 하늘의 별빛처럼 영롱하고,
바람결에 실린 새의 노래처럼 가볍고 자유로웠다.
헤블러의 선율은 꿈처럼 우리를 감싸며,
영원한 쉼 없이 음악의 바다를 항해했네.

이제는 그 소리 하늘에 닿아,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리라.
삶의 순간순간이 그리워질 때면
피아노 위에 흩어진 그녀의 별빛을 떠올리리라.
잉그리드 헤블러,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리라.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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