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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숲 속에서는 ㅡ 시인 하봉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시월의 숲 속에는


시인 하봉도




찬이슬 내리는 아침
고요한 숲 속은 재잘대는
새들 소리에 깨어나
새 하루를 준비하네

혼잣길 외롭지 않은
울창한 나무들
작은 생명들의 삶터
새들도 둥지 틀고
바람도 쉬어가는 숲 속에
시월의 강은
꿈꾸듯 흐르고
하늘은 눈 시리게 푸르네

계절에 흔들림 없이
모진 비바람도 견디며
묵묵히 서있는
뿌리 깊은 나무들

단풍 잎새 낙엽 되어
스러지고
앙상한 가지마다
북풍 찬바람 스칠 때면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몹시 안타깝지만

지금은 오색 빛깔
화려하게 차려입은
너의 가을은
축제처럼 풍요롭구나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하봉도 시인은 자연을 노래하고 그것을 통해 인생의 깊은 철학을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삶의 고단함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고, 그 안에서 위로를 찾는다. 그의 시는 주로 숲, 강, 하늘 같은 자연의 요소들을 통해 일상적인 삶의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며, 독자들에게 공감과 깊은 울림을 전한다.

"찬이슬 내리는 아침 / 고요한 숲 속은 재잘대는 / 새들 소리에 깨어나 / 새 하루를 준비하네"

시의 첫 구절은 자연의 고요함과 새벽의 신선함을 강조하며 시작된다. '찬이슬'은 상쾌한 아침을 상징하고, '고요한 숲 속'은 잠에서 깨어나는 자연의 생동감을 나타낸다. 이 장면은 독자에게 일상의 분주함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새로운 하루를 준비하는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시인은 단순한 자연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의 리듬 속에서 인간의 하루를 비추며 자연과 인간의 유기적 관계를 암시한다.

"혼잣길 외롭지 않은 / 울창한 나무들 / 작은 생명들의 삶터 / 새들도 둥지 틀고 / 바람도 쉬어가는 숲 속에"

이 부분에서는 숲의 생명력이 더욱 부각된다. '혼잣길'이라는 표현은 외로움을 상징하지만, '울창한 나무들'과 '작은 생명들의 삶터'는 그 외로움을 상쇄시킨다. 나무와 생명들이 숲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모습은 공동체적 삶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시인은 숲을 인간이 외로움을 극복하고 함께 어우러지는 곳으로 그리며, 이곳에서 새들도 둥지를 틀고 바람도 쉬어간다는 표현으로 자연의 포용력을 묘사한다.

"시월의 강은 / 꿈꾸듯 흐르고 / 하늘은 눈 시리게 푸르네"

여기서 '시월의 강'은 시간의 흐름을 상징하며, '꿈꾸듯 흐른다'는 표현은 그 흐름이 자연스럽고 여유로움을 의미한다. '눈 시리게 푸른 하늘'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극에 달한 순간을 묘사하며,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준다. 이 구절은 자연의 풍경을 넘어 시간과 삶의 흐름 속에서 잠시 멈춰 그 순간을 음미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계절에 흔들림 없이 / 모진 비바람도 견디며 / 묵묵히 서있는 / 뿌리 깊은 나무들"

이 구절은 자연이 겪는 시련을 묵묵히 견디는 나무들을 통해 인간의 인내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계절에 흔들림 없이'는 어떤 고난이 닥쳐도 변하지 않는 결단력과 의지를 의미하며, '모진 비바람도 견디며'는 인생의 어려움과 고통을 비유한 것이다. 이 부분에서 시인은 인간 역시 자연처럼 고난을 견디며 살아가야 한다는 깊은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

"단풍 잎새 낙엽 되어 / 스러지고 / 앙상한 가지마다 / 북풍 찬바람 스칠 때면 /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 몹시 안타깝지만"

이 부분에서는 가을의 끝자락, 낙엽이 스러지는 모습을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표현하고 있다. '소리 없는 아우성'이라는 역설적인 표현은 말없이도 느껴지는 슬픔과 허무함을 강렬하게 전달한다. 그러나 시인은 단순한 절망이 아닌, 이 또한 자연의 순환 속에서 필연적인 과정임을 암시하며, 인생의 덧없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한다.

"지금은 오색 빛깔 / 화려하게 차려입은 / 너의 가을은 / 축제처럼 풍요롭구나"

마지막 부분에서 시인은 앞서 묘사한 자연의 시련과 슬픔을 넘어, 가을의 풍요로움과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오색 빛깔'과 '화려하게 차려입은' 가을은 자연의 극치를 나타내며, 이는 마치 인생의 절정과도 같다. '축제처럼 풍요롭다'는 표현은 자연이 주는 풍성한 감동과 기쁨을 상징하며, 시인은 인생의 끝자락에서도 아름다움과 만족을 찾을 수 있음을 말해준다.

하봉도 시인의 시 '시월의 숲 속에는'은 자연의 생명력과 순환을 통해 인생의 철학적 가치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시인은 숲과 나무, 새와 강 등 자연의 요소들을 섬세하게 묘사하며, 이를 통해 인간 삶의 고단함과 희망을 그린다. 특히 인생의 시련을 견디며 그 안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철학적 성찰이 돋보인다.
시 전반에 걸쳐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드러내며, 그 감성적인 표현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시인의 표현력은 생동감 넘치는 자연 묘사와 더불어 그 안에 담긴 철학적 메시지로 독창성을 발휘하며, 그의 시적 세계를 완성한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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