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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늘귀

유숙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바늘귀




시인 유숙희




뭉뚱한 긴 쇠붙이
두들기고 벼루고 갈아서
가느다란 몸통에
귀를 뻥 뚫으니
이게 바늘귀 예술이라

한 땀 한 땀
직선의 길
꼬부랑 길
경사진 오르막 길
거침없다

이 작은 구멍 하나로
상처가 아물어지는
겸손한 마음 실어
바느질 연기하는 나

내 삶의 일부인
바늘귀 하나로
꿰매가는 생의 한 페이지
오늘도 시인은
자르고 잇고 기우며
한 벌 두 벌 옷걸이 걸며
바늘귀를 요리하고 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숙희 시인은 일상에서 발견한 소소한 주제들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며, 그 속에 삶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다. 그녀의 작품 세계는 대체로 절제된 언어와 섬세한 감정 표현이 특징이다. 특히 이 시에서는 바늘이라는 도구를 통해 삶을 직조하는 과정과 자기 성찰을 담아낸다. 바늘은 작고 미세한 도구이지만, 그것이 삶의 상처를 꿰매고 옷을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삶과 창작 세계를 유추할 수 있다.

첫 행에서 "뭉뚱한 긴 쇠붙이"는 다듬어지지 않은 원초적인 상태의 인생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긴 쇠붙이가 여러 과정을 거쳐 바늘로 변하는 모습은 인생의 고통과 수고를 통해 성숙해가는 인간의 여정을 은유한 것이다.

"두들기고 벼루고 갈아서"는 인생의 어려움과 고난을 상징하며, 이러한 과정 속에서 점점 더 날카롭게, 세밀하게 다듬어지는 인간의 의지와 삶의 자세를 표현한다. 이 부분은 특히 작가의 끈기와 인내심을 강조하며, 예술적 성취를 위한 반복적인 노력을 반영한다.

"가느다란 몸통에 귀를 뻥 뚫으니"는 단순한 도구에서 창조적인 과정이 시작되는 순간을 나타낸다. 바늘에 귀를 뚫는 행위는 열림과 통찰의 순간을 상징하며, 이는 예술적 깨달음의 순간과도 연결된다. 바늘귀가 하나의 예술로 완성된다는 점에서 작가의 창작 활동에 대한 자기 인식이 드러난다.

"한 땀 한 땀 직선의 길"은 인생의 정직함과 꾸준함을, "꼬부랑 길"은 예측할 수 없는 인생의 곡선을 상징한다. 또한, "경사진 오르막 길"은 인생의 고난과 역경을 묘사하며, 이러한 다양한 길들은 결국 작가가 경험하는 인생의 모든 면을 포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길들이 모두 "거침없다"라고 표현된 것은 작가의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강한 의지를 반영한다.

"이 작은 구멍 하나로 상처가 아물어지는" 부분은 바늘이 작고 겸손한 도구임에도, 그것이 하는 일의 중요성과 의미를 강조한다. 바느질을 통해 상처가 치유된다는 표현은 삶의 고통이 예술적 행위를 통해 극복되고 회복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겸손한 마음 실어 바느질 연기하는 나"는 바느질을 일종의 연기로 묘사하며, 창작 과정이 연기처럼 즉흥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임을 나타낸다. 여기서 바느질은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시인의 내면을 담아내는 중요한 예술적 활동으로 변모한다.

"내 삶의 일부인 바늘귀 하나로"는 바늘귀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시인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상징임을 드러낸다. 바늘귀 하나로 생의 한 페이지를 꿰매가는 과정은 시인이 창작을 통해 자신의 삶을 이어가는 과정과 같다.

마지막 부분에서 "자르고 잇고 기우며"라는 표현은 창작의 과정이 때로는 파괴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재구성의 과정이기도 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시인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삶을 옷처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으며, 바늘귀를 요리하듯 예술적 작업을 이어간다.

유숙희 시인의 「바늘귀」는 일상 속 작은 도구인 바늘을 통해 삶과 예술의 본질을 탐구한 작품이다. 바늘을 다듬고 사용하는 과정은 고난을 겪으며 성숙해가는 인간의 여정과 맞닿아 있다.

시인은 바느질을 단순한 노동이 아닌 창작과 자기 성찰의 과정으로 승화시키며, 바늘귀를 통해 인생의 상처를 치유하고 새롭게 엮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각기 다른 인생의 길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창작을 통해 삶의 한 페이지를 꿰매어 나가는 태도는 시인의 겸손하면서도 강인한 의지를 반영한다.

시의 유기적인 흐름 속에서 바늘은 단순한 도구가 아닌 예술적 상징으로 자리하며, 삶과 예술을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한다.









존경하는 유숙희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저는 시인님의 시를 깊이 사랑하고 아끼는 독자입니다. 오늘 이렇게 글을 쓰게 된 것은 시인님의 작품을 접하면서 느낀 감동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어서입니다. 시인님의 시 속에는 단순한 언어의 나열을 넘어서, 일상 속에서 발견되는 삶의 진리와 사람들 사이에서 놓치기 쉬운 소중한 감정들이 섬세하게 담겨 있어 늘 감동을 받습니다.

특히 최근에 읽은 「바늘귀」는 저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습니다. 바늘이라는 작은 도구를 통해 시인님께서 풀어내신 삶의 철학은 마치 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습니다. ‘뭉뚱한 긴 쇠붙이’를 두들기고 벼루고 갈아서 바늘로 만드는 과정은,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수많은 고난과 인내의 시간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인생도 마치 그 바늘처럼 긴 과정 속에서 다듬어지고, 마침내 날카롭고 예리한 도구로서 삶의 의미를 꿰뚫을 수 있는 날이 온다고 느꼈습니다.

시 속에서 시인님은 바늘귀를 통해 인생의 상처가 아물어지고, 겸손한 마음을 담아 삶의 페이지를 꿰매어 간다고 하셨지요. 이 구절을 읽으며 마음 한편이 뜨거워졌습니다. 우리 삶의 상처들도 결국 그 작은 바늘귀를 통해 꿰매어지고, 다시금 하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깨달음은 큰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이는 단순히 바느질이라는 행위를 넘어서, 시인님의 깊은 내면의 성찰이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겸손한 마음을 담아 바느질을 이어가는 모습은 시인님의 삶과 예술에 대한 태도를 반영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러한 시인의 자세가 독자로서 저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었습니다.

시인님의 시에서 또 한 가지 인상 깊었던 것은 바로 시어 하나하나의 선택입니다. 복잡하거나 화려한 언어 대신, 간결하고 명료한 표현을 통해 독자의 마음에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시어들은, 오히려 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바늘귀」에서 "한 땀 한 땀 직선의 길"과 "꼬부랑 길", "경사진 오르막 길"이란 표현은 각기 다른 삶의 모습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태도를 보여주는 동시에, 독자에게도 그 길들이 주는 의미를 깊이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저 또한 그 길 위에서 제 삶을 돌아보고, 다시금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시인님께서 시 속에서 삶의 일부로 표현하신 "바늘귀 하나"가 단순한 도구를 넘어선 존재로 승화되는 과정은, 시를 대하는 시인님의 태도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시인님의 삶 속에서 바늘귀는 단순히 바느질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시인이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 그리고 그 속에서 얻어지는 창작의 에너지를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로 느껴졌습니다. 그 바늘귀 하나로 삶의 한 페이지를 꿰매어 나가며, 새로운 옷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마치 시인이 새로운 시를 써 내려가는 과정과도 닮아 있습니다. 이를 통해 시를 대하는 시인의 마음가짐과 인내심, 그리고 겸손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인님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일상 속에서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지에 대한 깊은 깨달음입니다. 시인님은 바늘이나 실, 혹은 작은 구멍과 같은 소재들을 통해 인간의 삶과 예술, 그리고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십니다. 이런 점에서 시인님의 시는 단순히 감상을 넘어서, 독자에게도 스스로의 삶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귀한 문학적 체험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인님께서는 시를 통해 겸손과 인내, 그리고 창조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주십니다. 저는 시인님의 시에서 배운 이러한 가치를 제 삶에도 적용해보고자 합니다. 때로는 힘들고 어렵더라도, 한 땀 한 땀 천천히 꿰매어나가며 저만의 삶의 옷을 만들어가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시인님의 시가 저에게 준 용기와 위로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새로운 작품들을 계속해서 접하고 싶습니다. 시인님의 글이 많은 독자들에게 더 큰 감동과 깨달음을 주리라 믿습니다. 언제나 건강하시고, 시인님의 마음이 담긴 아름다운 시를 계속해서 써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ㅡ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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