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더하기 음악식당 ㅡ 시인 김석인
김석인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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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더하기 음악식당
시인 김석인
낙원상가 입구의 우측 골목에
노인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흘러간 음악도 감상하고
점심도 싼값에 드실 수 있도록
신한은행이 협찬하여
착한 공간을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다.
종로, 인사동,
낙원상가 일대에 지나는
어르신들을 위한
배려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한 끼의 배고픔을
달랠 수 있어 기분 좋고
잃어버린 추억을
되찾아 주어
마음 또한 훈훈하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마주 잡을 손이 있어서
버팀목이 될 사회적 배려가
꽃샘추위를 달래주고
잠시나마 그곳에서
세월의 훈장이 되어버린
쌓인 인생의 흠집들이
녹아내린 듯하다.
금(crack)이 간 인생의 상처를
금(gold)으로 도금할 수 있어
잠시나마 추억의 음악으로
그 속에 흠뻑 빠져
잊어버리고 싶은 심정 일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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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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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인 시인은 일상 속의 사소한 장면들을 통해 삶의 본질을 탐구하고, 사회적 배려와 따뜻함을 강조하는 시적 세계를 구축한 중진 시인이다.
그의 작품은 현실 속의 작은 행동들이나 공간에서 일어나는 인간적인 순간들을 포착하여, 그 안에 담긴 의미를 깊이 있게 드러내는 특징이 있다. 특히 사회적 약자나 소외된 이들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지며, 시 속에 나타나는 이미지는 그들의 고단한 삶을 반영하는 동시에, 이를 치유하려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다. 이 시에서 시인은 도시 속의 작은 식당을 무대로,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노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공간을 그리며, 잊혔던 추억을 되찾는 순간의 감동을 전하고자 한다.
"낙원상가 입구의 우측 골목에"
이 첫 구절은 공간적 배경을 제시한다. ‘낙원상가’라는 현실적인 장소와 ‘우측 골목’이라는 구체적인 지명이 독자의 기억과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서정적 감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낸다. 시인은 평범한 일상의 공간을 통해 독자와 친밀한 연결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노인 어르신들을 위한 공간으로"
여기서는 이 공간의 목적을 드러낸다. 노인을 위한 공간이라는 설정은 시인이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나이가 들며 사회적으로 소외된 이들을 위한 배려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중요한 주제라고 할 수 있다.
"흘러간 음악도 감상하고 / 점심도 싼값에 드실 수 있도록"
이 부분에서 시인은 단순한 공간을 넘어서 그곳에서 제공되는 정서적, 물질적 배려를 보여준다. ‘흘러간 음악’이라는 표현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며, 노인들에게 정서적 위안을 주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싼값에’라는 표현은 경제적 배려를 나타내어, 이 공간이 단순한 장소가 아닌 ‘착한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연결된다.
"신한은행이 협찬하여 / 착한 공간을 마련하여 / 운영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이 드러난다. 시인은 기업의 협찬을 통해 사회적 공헌을 실천하는 모습을 비추며, 공동체 속에서 서로를 돌보는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종로, 인사동, / 낙원상가 일대에 지나는 / 어르신들을 위한 / 배려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이 부분에서는 작가가 독자와의 대화를 시도한다. ‘생각해 본다’는 시인의 내면적 성찰을 반영하며, 도시 공간 속에서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배려가 사회적으로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기한다. 동시에 시인은 이런 배려가 단순한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 정서적 지원임을 암시하고 있다.
"한 끼의 배고픔을 / 달랠 수 있어 기분 좋고" 이 구절은 가장 기본적인 인간의 필요, 즉 배고픔을 채우는 행위가 어떻게 감정적인 만족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시인은 일상 속 작은 순간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는지를 강조하고 있다.
"잃어버린 추억을 / 되찾아 주어 / 마음 또한 훈훈하다."
여기서는 과거의 추억이 재조명되며, 그로 인한 따뜻한 감정이 부각된다. ‘훈훈하다’는 감정적 표현은 시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시적 분위기를 잘 담아내고 있다. 잃어버렸던 것을 되찾는다는 의미에서 이 공간이 단순한 식당이 아닌,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삶을 잇는 매개체로서의 기능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 마주 잡을 손이 있어서"
이 부분에서는 시인이 노인의 고독을 시각화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어둠’은 노년의 외로움을 상징하며, 이 어둠 속에서 ‘마주 잡을 손’이라는 표현은 인간 사이의 따뜻한 교감을 상징한다. 이는 사회적 배려가 어떻게 개인의 삶을 지탱해 줄 수 있는지를 나타낸다.
"버팀목이 될 사회적 배려가 / 꽃샘추위를 달래주고"
여기서 ‘꽃샘추위’는 삶의 고난을 상징하며, 그 고난을 달래주는 ‘사회적 배려’는 시인이 이 시를 통해 강조하는 핵심 가치다. 시인은 배려와 온정이 어떻게 삶의 어려움을 덜어줄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잠시나마 그곳에서 / 세월의 훈장이 되어버린 / 쌓인 인생의 흠집들이 / 녹아내린 듯하다."
이 구절에서는 노년의 삶에 대한 상처와 흠집을 ‘세월의 훈장’으로 긍정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시인은 노년의 고단한 삶을 존중하며, 그 상처들이 이 공간에서 치유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금(crack)이 간 인생의 상처를 / 금(gold)으로 도금할 수 있어"
여기서 ‘금(crack)’과 ‘금(gold)’의 중의적 표현을 통해 시인은 삶의 상처를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는 시적 표현의 섬세함과 시인의 독특한 철학적 시각을 보여준다.
"잠시나마 추억의 음악으로 / 그 속에 흠뻑 빠져 / 잊어버리고 싶은 심정 일게다."
마지막으로, 시인은 음악을 통해 잊고 싶은 과거의 상처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음을 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음악은 과거의 추억을 되살리기도 하지만, 동시에 현재의 고통을 잠시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김석인 시인의 시 "추억 더하기 음악식당"은 노년의 외로움과 사회적 배려의 중요성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낙원상가의 작은 식당을 배경으로, 시인은 경제적 지원을 넘어선 정서적 위안을 제공하는 공간을 묘사하며, 그곳에서 잃어버린 추억을 되찾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을 서정적으로 표현한다.
특히 ‘금(crack)’과 ‘금(gold)’의 중의적 표현을 통해 삶의 상처가 사회적 배려로 아름답게 변모할 수 있음을 시적으로 보여준다. 시는 공간의 물리적 배려와 함께 감정적 치유를 강조하며, 노년의 삶을 존중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작가의 철학이 잘 드러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