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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창섭 시인의 시 '고요다'를 청람 김왕식 평하다

엄창섭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고요다


시인 엄창섭





밤은 깊어 삼경三更인데
수천의 별 호수에 잠기고
바람 끊긴 천년 산사山寺의
아흐, 여울 소리 맑기도 하여라.









문학평론가ㆍ시인 청람 김왕식





엄창섭 시인은 자연의 고요함과 내면의 성찰을 시 속에서 자주 다룬다.
그의 시에는 단순히 자연을 묘사하는 것을 넘어, 자연을 통해 인간의 삶과 철학적 깨달음을 발견하는 심오한 통찰이 담겨 있다.
특히, 그는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를 통해 독자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여백을 제공하는 시적 특징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시인은 한밤중의 고요한 자연 속에서 느끼는 심적 평온과 깨달음을 그려내고 있다. 그의 이러한 표현 방식은 독자가 시를 통해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내면의 고요를 느끼도록 이끈다.

“밤은 깊어 삼경三更인데”라는 표현은 깊은 밤의 고요함을 강조한다. ‘삼경’은 밤이 깊었음을 상징하는 고전적인 시간 표현으로, 시인의 내면적 상태와 연결된다. 밤은 모든 소음이 잠잠해지고, 사색하기 좋은 시간이다. 이 표현은 시인이 내면의 성찰을 위해 고요한 순간을 선택했음을 의미한다.

“수천의 별 호수에 잠기고”는 별과 호수라는 자연의 대상을 통해 시각적 이미지를 강조한다. 별이 호수에 비치는 장면은 정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을 묘사하며, 고요함 속에서 세상이 잠들어 있는 듯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연결을 보여주는 동시에, 시인이 자연을 통해 감각을 일깨우는 순간을 나타낸다.

“바람 끊긴 천년 산사山寺의”는 시간의 흐름을 초월한 정적인 공간을 표현한다. 천년을 이어온 산사의 존재는 자연 속에서 시간의 흐름을 잊게 만드는 장소로, 시인이 느끼는 평온함과 정신적 안식을 상징한다. 이때 바람이 끊겼다는 표현은 완전한 고요와 정적을 의미하며, 시인은 그 고요 속에서 더욱 깊은 내면의 소리를 듣고 있다.

마지막 행인 “아흐, 여울 소리 맑기도 하여라”에서 시인은 마지막으로 청각적 이미지를 통해 자연의 소리를 강조한다. 여울 소리는 고요한 가운데 더욱 맑고 선명하게 들리며, 그 맑음은 시인의 내면을 깨끗하게 씻어주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 장면은 시인이 자연을 통해 깨닫는 깨달음의 순간을 나타낸다.

이 시는 전체적으로 고요함 속에서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내면의 평온을 찾는 과정을 그린다. 시의 감성적 측면은 시인이 자연과 교감하는 깊이에서 비롯되며, 이미지의 중요성은 시각적·청각적 묘사를 통해 극대화된다.
또한, 시인은 자연의 고요함을 통해 인간 내면의 평온을 찾는다는 철학적 가치를 담고 있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고전적인 시간과 장소의 묘사를 통해 시간을 초월하는 고요함을 전달하며, 주제의식은 자연 속에서의 깨달음과 고요의 가치를 중심으로 한다.

요컨대, 엄창섭 시인의 ‘고요다’는 고요한 밤과 자연 속에서 시인이 느끼는 평온함과 깨달음을 섬세하게 그려낸 시다. 각 행에서 자연의 고요함과 인간의 내면적 성찰이 연결되며, 독자는 시를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자연의 소리와 이미지를 통해 고요함의 깊이를 전하는 이 시는 시인의 철학적 가치와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ㅡ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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