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ㅡ 시조시인 장병진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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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시조시인 장병진
백두산 천지 미소
구름은 다 걷히고
선구자 손짓하네
꿈꾸던 신기한 곳
눈물은
장백산 너머
배달의 한 흐르네.
온천 수 흘러내려
가슴속 품고 왔네
저 넓은 생명 줄은
폭포가 젖줄이다
동쪽엔
해가 웃으면서
서쪽에선 눈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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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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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시인의 삶과 그의 시 ‘백두산’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인은 그의 생애를 통해 대한민국의 역사의 흐름과 민족적 정체성을 깊이 있게 탐구해 왔다. 특히 백두산은 한민족의 상징적인 장소로서, 그 안에 담긴 역사적, 민족적 의미는 시인의 시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시인은 백두산을 통해 조상들이 겪어온 고난과 희망을 담아내며, 그 장소에서 느낀 감동을 시로 형상화했다. 그의 시는 단순한 자연 묘사를 넘어서, 민족의 정신적 고향을 회복하고자 하는 소망이 담겨 있다.
"백두산 천지 미소 / 구름은 다 걷히고"는 백두산 천지가 미소 짓는 모습을 묘사하며 시작된다. 백두산 천지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경계에 있는 신비한 호수로, 이 시에서는 구름이 걷히며 드러나는 그 경이로운 풍경을 강조하고 있다. 이 구절은 자연의 웅장함을 담아내며, 구름이 걷힌다는 표현을 통해 어둡고 힘든 시대가 지나가고 새로운 희망이 열리는 상황을 암시한다.
"선구자 손짓하네 / 꿈꾸던 신기한 곳"이라는 두 번째 행에서는 선구자들이 손짓하는 장면이 그려진다. 이는 민족의 앞날을 개척한 이들이 후손들에게 보내는 메시지로 해석할 수 있다.
시인은 백두산을 ‘꿈꾸던 신기한 곳’으로 묘사하면서, 과거 선조들이 그토록 바라왔던 이상향을 상기시키고 있다. 이 구절은 민족의 염원과 그에 따른 희망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눈물은 장백산 너머 / 배달의 한 흐르네"는 장백산 너머로 흐르는 눈물을 언급하며, 배달민족의 슬픔과 아픔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장백산은 백두산의 또 다른 이름으로, 여기서 눈물은 역사 속에서 겪었던 고난을 의미한다. 배달의 한이라는 표현은 민족의 응어리진 마음과 그리움을 나타내며, 이를 통해 시인은 우리 민족이 겪은 아픔을 상기시키고 있다.
"온천 수 흘러내려 / 가슴속 품고 왔네"라는 네 번째 행에서는 백두산의 온천수가 흘러내리는 모습을 그리며, 시인의 가슴속에 백두산의 기운을 품고 있다는 고백이 담겨 있다. 이는 백두산이 단순한 자연적 장소가 아니라, 시인에게 있어 정신적 고향임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시인은 이 구절에서 자신의 내면에 흐르는 백두산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저 넓은 생명 줄은 / 폭포가 젖줄이다"는 백두산 폭포의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원천을 묘사한다. 폭포는 끊임없이 흘러내리는 생명의 젖줄로, 이는 대자연의 거대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시인은 자연의 경이로움을 표현하며, 백두산에서 느껴지는 생명력과 민족의 끈질긴 생명력을 동시에 전달하고 있다.
마지막 행의 "동쪽엔 해가 웃으면서 / 서쪽에선 눈물이"는 대비적인 이미지를 통해 시의 끝을 맺는다. 동쪽에서 웃는 해와 서쪽에서 흐르는 눈물은 기쁨과 슬픔의 공존을 상징한다.
이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한 민족의 양면성을 나타내며, 우리 민족이 겪은 고난과 그럼에도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그려낸다.
이 시는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민족의 역사와 정체성을 담아내며, 백두산이 단순한 지리적 상징을 넘어서 민족적 영혼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드러낸다.
시인은 백두산의 경이로움 속에 우리의 슬픔과 희망, 과거와 미래를 모두 녹여내며, 자연과 역사를 결합한 유기적인 흐름을 통해 독자에게 강렬한 감동을 준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