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김만호 작가의 '발광'을 청람 평하다
김만호 시인과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3.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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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광
시인 시토 김만호
한바탕의 난장을 벌여볼까
술독을 채워라 주모여
한바탕 빗줄기를 뿌려라 하늘이여
세상이 시끄러우니
세상이 지랄하니
발정 난 개새끼
발광 하는 세상
그 미친 빛
여기저기서
지랄발광이니
모두 다
저 검붉은 빛을 보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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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ㆍ시인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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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호 시인은 격정적인 시어와 직설적 표현을 통해 불합리한 현실에 대한 강렬한 반응을 드러내는 시인이다. 그의 시세계는 삶의 본능적인 욕구와 사회적 억압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생겨나는 혼란과 분노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둔다. 그는 기성의 틀을 부수고자 하는 저항적 태도를 시로 승화하며, 현실 속 부조리와 무질서 속에서도 자신만의 색을 잃지 않고자 한다. 이러한 배경은 '발광'에서도 그대로 드러나며, 시의 전개는 억압된 현실에 대한 거침없는 외침으로 이루어진다.
이 시는 자유와 해방을 향한 갈망을 폭발적인 언어로 구현하며, 사회가 던지는 혼란과 충동을 은유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바탕의 난장을 벌여볼까 / 술독을 채워라 주모여 / 한바탕 빗줄기를 뿌려라 하늘이여”
이 구절은 해방과 폭발적 열망의 시작을 알린다. 난장과 술독은 억눌린 감정의 해소를 상징하며, 하늘을 향한 외침은 인간의 내적 욕망이 자연의 질서와 조응하기를 희구하는 모습을 나타낸다.
이는 단순한 일탈이 아니라 현실을 부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갈구하는 행동으로 해석된다. 시인은 개인적 해방을 넘어 사회적 변혁의 시발점을 기대한다.
“세상이 시끄러우니 / 세상이 지랄하니”
이 두 행은 혼란스러운 사회 현실을 강하게 비판하며, 삶이 혼돈으로 가득 차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시끄럽다’와 ‘지랄한다’는 표현은 현실을 단순한 소음으로 치부하지 않고, 내적 불안과 사회적 부조리를 동시에 담아낸다. 이로써 시인은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개인과 공동체의 혼란을 드러내고 있다.
“발정 난 개새끼 / 발광하는 세상”
여기서 ‘발정 난 개새끼’는 욕망과 혼돈 속에 빠진 인간 군상을 상징한다. 욕망의 무절제함과 사회적 가치의 붕괴를 날카롭게 비판하면서도, 그러한 현상이 결국 현실의 단면임을 인정한다. ‘발광’은 제어할 수 없는 충동의 표출로서, 내재된 욕구의 극한에 도달한 상태를 표현한다. 시인은 이러한 현실을 단순히 경멸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혼돈 속에서도 진실을 마주하고자 한다.
“그 미친 빛 / 여기저기서 / 지랄발광이니”
‘미친 빛’은 혼란 속에서도 반짝이는 일말의 가능성 혹은 진리일 수 있다. 광기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였지만, 동시에 억압된 욕망과 감정이 해방되는 순간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런 발광이 온 사회에 퍼져 있음을 지적하며, 우리가 직면한 현실을 더욱 냉철하게 직시할 것을 요구한다. 여기서 ‘지랄발광’은 단순한 욕설이 아니라, 사회의 혼란을 묘사하는 강렬한 은유로 작용한다.
“모두 다 저 검붉은 빛을 보아라”
마지막 행에서는 ‘검붉은 빛’을 통해 욕망과 혼돈이 만들어낸 현실을 직시하라고 명령한다. ‘검붉다’는 색상은 폭력과 고통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생명의 본질과 근본적 욕구를 암시한다.
이 시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정면으로 마주하라고 촉구하며, 시인의 가치관이 명확히 드러난다.
김만호의 '발광'은 현실의 혼란과 욕망, 그리고 억압된 감정의 해방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시인은 직설적 언어와 과감한 비유를 통해 세상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면서도, 그 혼돈 속에서 진리를 발견하려는 태도를 유지한다.
각 행은 개별적인 의미를 가지면서도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의 흐름은 폭발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 있다. 시의 감성적 측면에서는 격정적인 표현과 과감한 이미지가 돋보이며, 이는 독자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김만호 시인은 혼란 속에서도 진정한 가치를 찾고자 한다. ‘발광’은 단순한 광기의 표출이 아니라, 진실을 직시하고 본질을 깨닫는 과정으로 읽힌다. 그의 시에서는 부정적인 언어가 오히려 해방의 도구로 기능하며, 이는 시인의 독창적인 표현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시는 궁극적으로 억압된 현실에 저항하며, 모든 것이 뒤엉킨 상태에서도 삶의 본질을 깨닫고자 하는 시인의 가치관을 드러낸다.
김만호 시인의 표현은 단순한 비판에 머물지 않고, 현실 속에서 진리를 찾고자 하는 열망을 담아낸다. 그의 시는 강렬한 이미지와 거친 언어를 통해 독자에게 불편함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그 불편함 속에서 본질을 깨닫는 기회를 제공한다. '발광'은 그 자체로 삶의 역설과 모순을 담고 있으며, 이러한 특성은 시인의 철학적 깊이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