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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희 시인의 '청산도'를 청람 김왕식 평하다

유은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청산도



시인 유은희




죽어서도
지키고 싶은 곳을 안다

못 말릴 사랑 하다
끝내는
저 혼자 섬이 될 곳을 안다

외따롭고
외따로워서
사랑하고 말 곳을 안다

외따롭고
외따로워서
그 사랑 보낼 곳을 안다

떠난 자리
죽어서도
지키고 싶은 곳을 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유은희 시인은 고독과 사랑, 그리고 이별 속에서 인간 내면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세계를 펼쳐왔다.
그의 시에는 외로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깊숙이 응시하며 사랑과 이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는 과정이 자주 드러난다. 청산도라는 공간적 배경은 단순한 섬이 아닌, 시인이 자신의 삶과 감정의 귀결점으로 상징화한 곳이다. 유은희는 고립된 공간에서 비로소 자신을 성찰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빚어진 사랑과 상처를 스스로 치유하고자 한다.
이 시는 시인의 내면 노정과 맞닿아 있으며, 그가 인생에서 겪어온 사랑의 무게와 그로 인한 고독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죽어서도 지키고 싶은 곳을 안다”

이 첫 구절은 시인이 자신의 존재를 영원히 연결하고 싶은 곳이 어디인지를 분명히 인식하고 있음을 표현한다. 단순한 지리적 장소가 아니라, 삶의 의미를 부여하는 장소에 대한 애착과 헌신을 드러낸다. 이는 사랑의 대상이거나 혹은 자기 자신의 정체성일 수도 있다. 죽음 후에도 이어질 만큼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한 곳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시인의 가치관이 엿보인다.

“못 말릴 사랑 하다 끝내는 저 혼자 섬이 될 곳을 안다”

사랑의 끝에서 결국 혼자가 되는 현실을 예감하며도 멈추지 않는 사랑을 그린다. 사랑이란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이며, 시인은 그 감정을 끝까지 받아들이려 한다. 이는 사랑의 고독을 인정하고 스스로 고립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고통과 동시에 그 고독이 주는 자유를 내포한다.

“외따롭고 외따로워서 사랑하고 말 곳을 안다”

이 구절은 고독과 사랑의 역설적인 관계를 보여준다. 외따로움 속에서 오히려 사랑이 피어나고, 그 사랑이 고독을 더욱 깊게 만든다. 시인은 고립된 장소와 상황에서도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는 그의 내면에 존재하는 사랑에 대한 집념과 고독을 견디는 힘을 나타낸다. 사랑은 외부 세계로부터 단절된 상태에서도 피어나는 것이며, 그것이 시인의 철학이다.

“외따롭고 외따로워서 그 사랑 보낼 곳을 안다”

고독의 끝에 사랑을 보내야만 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는 이별을 의미하며, 시인은 그 이별마저 외로움 속에서 준비한다. 사랑의 대상이 떠나도, 혹은 자신이 떠나보내더라도 그것을 평온하게 받아들이는 시인의 태도가 느껴진다. 사랑의 끝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지는 마음을 보여주는 구절이다. 이 순간, 사랑은 더 이상 소유나 집착이 아닌 떠나보냄으로 완성되는 감정이다.

“떠난 자리 죽어서도 지키고 싶은 곳을 안다”

이 구절에서 시인은 떠난 자리마저 지키고 싶은 마음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한 이별이 아니라, 떠난 후에도 계속 남아 있는 감정의 지속성을 말한다. 이별과 죽음의 상황 속에서도 소중한 것들은 남으며, 그 기억과 사랑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시인의 철학적 태도가 드러난다. 이로써 시인은 사랑과 이별을 초월한 경지에 도달하며, 자신의 존재를 영원히 남기고자 한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고요하면서도 깊은 감성을 전달한다. 청산도의 이미지가 전면에 등장하지 않으면서도 그 공간의 고유한 정서가 모든 행에 스며들어 있다. 고독, 사랑, 이별의 감정들이 물처럼 흐르며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준다. 각 구절에서 반복되는 외따로움과 혼자가 되는 상황은 시 전체의 정서를 농축시키며, 시인이 청산도를 마음의 고향으로 삼고 있음을 암시한다.

시 속 이미지는 구체적인 묘사 없이도 풍부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섬’과 ‘떠난 자리’ 같은 상징적 표현은 고독과 사랑의 경계를 넘나드는 심상을 형성하며, 독자는 이를 통해 보이지 않는 감정의 풍경을 그려낼 수 있다. 이러한 감성은 단순한 슬픔이나 고독의 표현을 넘어, 그 안에서 발견되는 평화와 수용의 철학을 담아낸다.

이 시의 핵심 주제는 사랑과 고독, 그리고 떠남과 남겨짐이다. 시인은 외로움을 부정하지 않으며, 그것을 사랑의 한 과정으로 받아들인다. 고독은 시인의 철학적 성찰의 중심이며, 이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재정립한다. 사랑은 끝까지 이어지는 집착이 아니라, 고독 속에서 성숙하며, 결국 떠나보낼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표현상의 특징으로는 반복적인 구절을 통해 감정의 깊이를 더하는 방식을 들 수 있다. ‘외따롭고 외따로워서’라는 반복 구절은 시인의 정서적 상태를 강화하며, 사랑과 고독의 관계를 역설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단문 위주의 구성은 시의 집중도를 높이고,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낸다.

유은희 시인의 시 '청산도'는 고독과 사랑이 교차하는 삶의 한 단면을 담아낸 작품이다. 시인은 사랑의 절정을 혼자가 되는 과정으로 그리고, 그 속에서 비로소 자신을 완성한다.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과 함께 살아가는 시인의 태도는 삶과 사랑에 대한 성숙한 통찰을 보여준다.

이 시는 독자로 자신이 머물러야 할 섬, 그리고 떠나야 할 자리를 성찰하게 만든다.
청산도라는 상징은 단순한 고립이 아닌, 진정한 자유를 얻는 장소로 기능하며, 이는 시인이 전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 유은희의 시는 단순한 표현 속에 담긴 깊은 감정과 철학으로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유은희 시인께





안녕하십니까, 시인님.

저는 매년 청산도를 찾으며, 그곳의 고요함과 평온함에 깊이 매료된 독자입니다. 이번에 시인님의 작품 '청산도'를 읽으며 제가 그토록 사랑하는 청산도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이 단순한 풍경이 아닌, 사랑과 이별, 고독과 치유가 얽힌 내면의 공간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지요. 시를 읽는 동안 청산도의 바람과 파도 소리가 귀에 맴도는 듯한 감각과, 섬 전체를 감싸는 깊은 정서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시의 첫 구절인 “죽어서도 지키고 싶은 곳을 안다”는 표현은 그 자체로 청산도를 넘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를 묻는 질문처럼 다가왔습니다. 단순히 자연의 섬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기억과 내면에 새겨진 공간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가 느껴졌습니다. 이 구절을 읽으며 저 역시 청산도를 방문했던 수많은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의 풍경뿐 아니라, 제가 품고 떠나왔던 감정과 기억들이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있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랑의 끝에서 “저 혼자 섬이 될 곳을 안다”라는 구절에서는, 고독 속에서도 사랑을 완성하는 시인의 의지가 고스란히 전달되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저는 자연스레 사랑과 고독이란 두 감정이 서로를 의지하며 자라나는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청산도에서 맞이했던 홀로 된 밤들, 별빛 아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느꼈던 쓸쓸함과 위안이 떠올랐습니다. 시인님께서 표현하신 고독은 단순한 상실의 감정이 아니라, 스스로를 발견하고 성숙해 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특히 “외따롭고 외따로워서 사랑하고 말 곳을 안다”라는 구절이 저를 오래 붙잡았습니다. 고립된 순간에도 사랑할 수 있다는 시인의 통찰에 깊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저는 청산도의 풍경을 보며 늘 그곳이 단절의 상징이라고 생각했지만, 시를 통해 오히려 그 단절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성찰의 가능성을 새롭게 보게 되었습니다. 외로움 속에서 오히려 누군가를 사랑하는 용기를 배운다는 메시지는 오랫동안 제 마음속에 남을 것 같습니다.

시에서 반복되는 “외따롭고 외따로워서 그 사랑 보낼 곳을 안다”라는 구절은 청산도에 머무는 동안 제가 느꼈던 이별의 감정을 상기시켰습니다. 사랑하는 무언가를 떠나보낸 후에도 그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힘, 그리고 그 힘이 고독 속에서 길러진다는 시인의 통찰이 저를 크게 울렸습니다. 청산도에서 맞이했던 이별의 순간들이 아프게 떠오르면서도, 시 속에서 사랑을 떠나보내는 과정이 결국 자유와 평화를 향해 나아가는 여정이라는 점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떠난 자리 죽어서도 지키고 싶은 곳을 안다”는 마지막 구절에서, 시인님의 사랑과 고독이 영원히 그 자리에 머물기를 바라는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저 역시 청산도를 떠날 때마다 그곳에 무언가를 두고 온 듯한 기분이 들곤 했습니다. 시에서 묘사된 떠난 자리의 의미는 단순한 부재가 아니라, 사랑의 흔적과 기억이 여전히 그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이는 이별이 끝이 아닌, 새로운 형태의 사랑과 연속성으로 이어진다는 시인의 가치관을 깊이 담아내고 있지요.

시인님의 시 '청산도'는 청산도를 단순한 관광지로서가 아니라, 삶의 여정을 담은 내면의 섬으로 보게 하는 시선의 전환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매년 청산도를 찾는 저에게 이 시는 그곳을 향한 애정을 더욱 깊이 있게 만들어 주었고, 제 삶의 중요한 순간들과 청산도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주었습니다. 이제 청산도는 저에게도 고독과 사랑, 이별과 치유가 얽힌 특별한 장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유은희 시인님의 시는 단순한 언어를 통해 깊은 감정을 일깨워 주는 힘이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감동을 주는 작품들을 통해 더 많은 이들이 자신의 청산도를 발견하고, 고독과 사랑을 성찰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인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언젠가 청산도의 어느 날 바람 속에서 시인님과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 그날을 기대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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