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병군 작가의 '자전거'를 문학평론가청람 김왕식 평하다
배병군 작가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5. 2024
■
자전거
소설가 배병군(裵秉君)
ㅡ
“따르릉, 따르릉.”
현지네 집 마당 대문 앞에서 자전거 벨 소리가 울렸다. 현지 엄마는 아침 식사를 하다가 밖으로 나가보았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자전거를 붙잡고 서 있었다. 얼굴이 완전 미남형은 아니지만 잘생긴 편이고, 착하고, 성실해 보이며, 정도 있어 보이는 것이 현지 엄마가 보기에는 꽤 괜찮은 남학생이었다.
“너 혹시 지난달에 이사 온 학생 아니니?”
“맞아요. 저 위 삼고개 느티나무집으로 이사 온 이상수입니다.”
“응. 그래? 아이고, 이런, 착하게도 생겼네. 예의도 바르구. 그런데 왜 학교에 안 가고 우리 집에 왔어?”
“저~. 옆집에 사는 친구가 현지가 요즘 몸이 좀 아파서 걸어서 학교에 다니기가 힘들어한다고 저 보고 현지를 자전거로 태워주라고 해서 왔어요.”
“말은 고마운데 현지가 탈까 모르겠네. 그 앤 남학생들하곤 안 친해서…….”
잠시 후 현지 엄마는 집 안으로 고개를 돌리며 큰 소리로 현지를 불렀다.
“현지야, 빨리 나와 봐.”
“아이, 엄만, 짜증 나게 왜 아침부터 서두르게 하는 거야? 지금 학교 가도 지각 안 하는데. 그렇지 않아도 힘든데 왜 자꾸 그래?”
“야, 아픈 건 네가 까탈스럽고 짜증을 잘 내고 똑똑한 체하니까 아픈 겨. 여학생이 좀 고분고분한 맛이 있어야지. 딸 하나 있는 게 왜 저 모양인지 몰라.”
“아이, 엄만 참. 여학생은 고분고분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어? 왜 여학생만, 왜 딸만 고분고분해야 해?”
“야, 이년아, 그렇게 꼬박꼬박 말대꾸만 하지 말고 빨리 나와 봐. 저 건너 서울에서 이사 온 남학생 있지? 너 자전거로 태워준다고 왔어. 빨리 나와 봐.”
남학생이 왔다는 소리에 다소 긴장되어 현지는 투정을 멈췄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머리를 빗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입에 물었던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으면서 서둘러 밖으로 나왔다. 대문 밖으로 나오는 현지의 얼굴은 그 누가 봐도 한눈에 반할 정도로 예뻤다. 서둘러 머리를 빗으며 나왔는데도 한 치도 흐트러짐이 없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빗어졌으며, 똑똑해 보이는 크고 짙은 검은색 눈과 야무지고 지적으로 보이는 작은 얼굴은 인형처럼 예뻤다. 키도 또래 학생들보다 좀 크고 몸매도 날씬했다. 교복도 맵시 있게 고친 데다가 깨끗하며 다림질까지 잘하여 입으니 더 예뻐 보였다.
엄마에게 큰소리를 치며 당당하던 현지는 밖으로 나오면서 순간 얼굴이 살짝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면 얼마 전에 어떤 남학생이 전학을 왔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평소에 남학생에게 관심을 안 갖는 척은 했어도, 사춘기 소녀라서 그 남학생에 대해서 내심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특히 서울에서 온 학생이라니 매일 보는 시골의 남학생들과는 어떻게 다른 지도 궁금했다.
상수를 처음 보는 순간 현지는 조금 실망했다. 상수라는 남학생은 어디를 봐도 자기가 좋아하는 이상형은 아니었다. 옷차림과 얼굴이 별로 마음에 안 들었다. 그리고 얼핏 보니 성격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다른 여학생 같았으면 그 남학생 정도면 충분히 마음에 들 수도 있었겠지만, 현지는 자신이 예쁘고 공부도 잘하여서 웬만한 남학생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현지는 늘 모든 것에 완벽하기를 원했으며, 비록 남학생과 사귀지는 않았지만, 만약 사귄다면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남학생과 사귀리라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지내왔다.
현지는 외진 시골에 살아서 중학교까지 10리나 되는 거리를 걸어 다녔다. 2학년이 되니 가방은 더 무거워졌고 설상가상으로 몸이 아프기도 하여 학교에 가는 길은 더 멀게 느껴졌다. 그래서 학기 초의 어느 날 현지는 친구들에게 학교가 너무 멀어서 다니기가 힘들다고 불평을 했다. 작년에도 거리가 멀다고 몇 번 불평을 한 적은 있지만, 그날처럼 오래 하지는 않았다.
“얘들아, 우리 학교는 왜 이렇게 멀어? 학교에 가려면 매일 한 시간씩이나 걸려. 집에 올 때도 한 시간. 그럼 매일 두 시간을 길에서 시간을 낭비해야 하는 것 아니니? 왜 중학교를 우리 동네에 안 세우고 면 소재지에다 세워서 생으로 고생하게 하는 거야? 도대체 어른들은 우리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우리 동네가 크니까 여기에 학교를 짓게 했어야지. 설령 우리 동네는 아니더라도 모든 동네에서 평균 등교 거리가 비슷한 오사리 삼거리에는 지었어야지. 그래야 공평하고 우리가 힘이 덜 들었을 텐데! 학교가 멀어서 난 너무 힘들어. 더군다나 난 요즘 몸도 아파서 학교에 다니기가 더 힘들어. 거리만 가까워도 힘이 덜 들 텐데.”
그러자 그 불평을 들은 같은 동네에 사는 현지의 친구가 자기 옆집으로 이사 온 상수에게 전해주었다.
상수는 어려서부터 그의 아버지와 할머니로부터 주변에 어렵고 힘든 사람이 있으면 도와줘야 한다고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그래서 현지가 아프고 힘들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도와주려고 마음을 먹었다. 물론 상수는 현지와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기 때문에 얼굴이 예쁜지, 공부를 잘하는 지도 전혀 몰랐다. 그저 순수한 마음으로 현지를 돕고자 했을 뿐이다. 그래서 오늘 아침 등굣길에 현지를 도우려고 현지네 집으로 간 것이다. 그런데 상수는 그 여학생을 처음 본 순간 너무 예뻐서 놀랐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자신을 약간 무시하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현지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상수는 순간 그냥 돌아가고 싶었다. 너무나 자존심이 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여학생이 아프다는 말이 떠올라 동정심이 생겨서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현지에게 말을 걸었다.
“야, 나 한 달 전에 이 동네로 이사 온 상수야. 내가 오늘부터 등하굣길에 자전거로 너를 태워줄게. 뒤에 타.”
현지는 어이가 없었다. 언제 자기가 태워달라고 부탁한 적도 없었고, 상수라고 하는 남학생이 별 볼 일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지는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려고 했다. 그러자 현지의 엄마가 느닷없이 소리쳤다.
“야 이 년아, 빨리 타지 않고 뭐 해?”
순간 현지는 처음 보는 남학생 앞에서, 그것도 서울에서 온 남학생 앞에서 그렇게 소리치는 엄마가 창피하여 얼떨결에 상수의 자전거 뒤에 탔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후로 상수는 매일같이 현지를 태우고 학교에 갔다. 하굣길에도 성연중학교 정문에 서 있는 커다란 사각형 돌기둥 앞에서 현지가 나오기를 기다리다가 집까지 태워다 줬다. 둘은 매일같이 같은 자전거를 타고 다녔지만 서로 말없이 지냈다. 둘이 서로 말은 안 해도 날마다 함께 자전거를 탈 수 있었던 것은 현지의 입장에서는 자전거를 얻어 타고 다니는 것이 걷는 것보다 힘이 덜 들고 시간도 절약되었기 때문이며, 상수의 입장에서는 아픈 현지를 태워줌으로써 자신의 도덕성과 정의감을 실천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둘이 서로 말없이 무덤덤하게 지내다 보니 두 달이 지나고 5월이 되어 중간고사를 봤다. 그런데 어쩌다 보니 상수의 성적이 별로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들렸다. 그래서 현지는 좀 실망했다. 상수는 착하긴 했지만, 얼굴은 보통인 것 같고, 차림새를 보면 가난한 것 같고, 말도 잘 안 하고, 존재감이 있는 학생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공부라도 잘하기를 기대했는데 공부까지 못한다니까 상수가 별 볼 일 없게 여겨졌다. 그러다 보니 상수에게 한 번도 호감을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 상수는 현지가 뭐가 그리 좋은지 매일 아침 현지네 집으로 와서 현지를 자전거에 태우고 학교로 갔다.
처음에 현지는 마음에도 안 드는 남학생이 태워달라고 한 적도 없는 자전거에 태워준다고 하니 약간 불쾌했다. 그리고 남학생 자전거 뒤에 타고 등·하교를 한다는 것이 쑥스럽고 창피한 일이라서 안 타려고 했다. 하지만 현지는 몸도 힘들고 가방도 무거워서 그냥 못 이기는 척하고 매일 뒷자리에 올라탔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몇 번 타고 다니니까 편하고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상수에 대해 좋은 감정도 없이 그저 무덤덤해서 창피하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상수에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고 서로의 행동에 긴장할 필요도 없으니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볼 일도 없었다.
어느덧 세월은 반년 가까이 흘렀다. 그러나 현지는 여전히 상수에 대해 호감을 갖지 않았다. 상수에게 좋다는 표현도 없었고, 날마다 자전거를 태워다 주는 것에 대해 고맙다는 표현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래도 상수는 언제나 현지의 집으로 와서 현지를 태우고 갔다. 마치 영화나 소설을 보면, 주인 아가씨를 좋아하는 하인이 주인 아가씨에게 최선을 다하여 봉사하고 섬기면서 행복을 느끼는 것 마냥 현지가 생각하기에는 상수도 자기를 태워다 주면서 무척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하인이 언감생심 주인 아가씨와 결혼할 수 없는 것을 잘 알면서도 아가씨를 섬기고 좋아하는 것처럼, 상수도 전교 1등에 예쁜 자기와 사귈 수 없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늘 행복한 표정으로 태워주는 것 같았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추우나 더우나 늘 한결같이 즐거운 마음으로. 그래서 현지는 좀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했고, 자신으로부터 좋은 소리 한번 못 들으면서도 매일매일 태워다 주는 상수가 좀 고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불쌍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끝끝내 고맙다거나 미안하다는 말은 절대로 안 했다.
언젠가 바람 한 점 없는 어느 무더운 여름날, 고남리 저수지 옆의 언덕길을 올라가는데 상수는 현지에게 내리라는 말도 못 하고 끙끙거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정말로 좋아하는 남학생이 고생하며 페달을 밟았다면, 현지는 재빨리 자전거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밀어줬을 것이다. 그러나 현지는 밀어주기는커녕 상수에게 일부러 고생이라도 해보라는 듯이 자전거 뒷자리에 꼼짝달싹도 안 하고 앉아 있었다. 약간 도도한 자태로.
그런데 잠시 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너무 덥고 힘들어서인지 상수한테서 땀 냄새가 났다. 처음에는 그 땀 냄새가 불쾌하고 싫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까 묘하게도 그 땀 냄새가 조금씩 좋아졌다. 현지가 남자의 체취를 그렇게 가까이에서 맡아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순간 얼굴이 달아오르는 듯했다. 상수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감정이 느껴졌다는 사실이 부끄러워서. 현지는 그런 감정을 숨기려고 괜히 태연한 척하며 영어 단어를 외웠다.
세월은 또 흘러서 가을이 되었다. 가을이 한창 무르익은 어느 날 집에 가는데 상수는 평소에 가던 넓은 길로 가지 않았다. “오늘은 지름길로 빨리 가야지.”라고 혼잣말을 하며 좁고 울퉁불퉁한 샛길로 갔다. 길이 울퉁불퉁하여 현지는 자전거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상수의 허리를 힘껏 잡았다. 그러자 속력을 더 내며 더 울퉁불퉁한 길로 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점점 더 힘껏 상수의 허리를 잡았다. 현지는 속으로 ‘설마 이 녀석이 자기 허리를 꽉 잡게 하려고 일부러 울퉁불퉁한 길로 달리는 건 아니겠지?’라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상수의 행동이나, 표정이나, 마음씨를 보면 그런 수작이나 계략을 꾸밀 학생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꾹 참고 운명을 상수와 자전거에 맡겼다. 하지만 자전거에서 떨어질까 내심 무서웠다. 그래서 두 눈을 꼭 감고 상수의 허리를 힘껏 잡고 갔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충격이 심할 때는 상수의 등에 얼굴을 살짝 대었다. 그런데 좀 야릇했고 기분도 이상했다. 분명히 상수의 마른 등은 딱딱했는데 왠지 따스함과 포근함이 느껴졌다.
한참을 달려가다가 상수는 갑자기 자전거를 세웠다. 그리고 또 “아, 힘들어서 좀 쉬었다가 가야겠다.”라고 혼잣말을 했다. 그러더니 냇가의 둑을 뒤덮은 가을 잔디 위에 앉았다. 상수는 힘이 들었는지 거친 호흡을 몰아쉬었다. 현지는 당황스러웠다. 상수가 지금까지 자전거를 태워주며 중간에서 멈춘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것도 인적이 없는 곳에서 멈춰 서니 더욱더 당황스러웠다. 현지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냥 멋쩍게 멀뚱멀뚱 자전거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상수가 말했다.
“내려!”
현지네 집에 와서 서울에서 이사 온 학생이라고 소개하며 자전거에 타라고 이야기를 한 후로,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9개월 동안이나 자전거를 태워주면서도 한 번도 말을 걸지 않았었다. 상수의 목소리는 아주 크지는 않았지만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졌다. 그래서 현지는 얼떨결에 자전거 뒷자리에서 내렸다. 그러나 옆에 앉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왜냐면 남학생과 사귀어 본 적도 없고 남학생과 단둘이 함께 앉아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지가 사는 동네에서는 남녀 칠 세 부동석의 문화가 남아있어서 사춘기의 남학생과 여학생이 단둘이 앉아 있는 것은 풍기문란으로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잠시 후 상수는 나직하게 말했다.
“이리 와. 옆에 앉자.”
현지는 망설이다가 또 어떤 알 수 없는 힘에 의해 끌려가듯이 옆에 앉았다.
둘은 말없이 앉아 있었다. 침묵이 지속되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가슴도 답답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곧이어 마음은 평온해지기 시작했다. 상수는 앉은 채로 얇은 돌을 몇 개 줍더니 물수제비를 뜨려는 듯 앞에 있는 냇물에 던졌다. 신기하게도 돌은 물 위에서 여러 번 걸음을 걷는 것처럼 미끄러지듯이 물수제비를 뜨며 앞으로 나아갔다. 현지가 신기한 듯이 쳐다보자 상수가 돌을 하나 건넸다. 한번 던져보라는 뜻이었다. 어설프지만, 힘껏 던졌다. 그러나 돌은 금방 ‘풍덩’ 소리를 내며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래서 현지는 자기도 모르게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그러자 상수도 따라서 웃었다. 둘은 또 말없이 앞을 바라보았다.
시내에서는 가을의 맑은 냇물이 고요하게 흐르고 있었다. 햇빛이 얼마나 곱고 물이 얼마나 맑은지 얕은 쪽 냇물에서는 햇빛이 투영되어 금빛이 났다. 아침 햇살이 풀잎에 연 이슬에 영롱하게 비출 때처럼 반짝반짝 빛나는 잔물결이 일고 물방울이 부서져서 눈이 부셨다. 냇가 둑에는 은행나무에 달린 연노랗게 물든 고운 잎들이 가볍게 부는 갈바람에 사르르 떨리고 있었다. 먼저 떨어진 은행잎들은 예쁜 장판처럼 바닥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냇가 건너편에는 붉은색과 황갈색이 섞인 예쁘고 고운 벚나무와 감나무의 단풍이 가을 오후의 햇살을 받으며 참으로 그림처럼 예쁘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부채꼴 모양을 한 키 작은 단풍나무 가지에는 빨간 꽃이 핀 것 같았다. 아기 손가락처럼 곱고 예쁜 단풍 잎사귀들은 너무나도 짙붉게 물들어 흰 손수건을 얹어 놓으면 금방이라도 붉은 물이 들 것 같았고 그 물든 손수건을 쥐어짜면 손가락 사이로 붉은 물이 흐를 것만 같았다. 참으로 아름답고 고요하고 한적한 가을 풍경이었다.
그 고요하던 냇물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갑자기 깊은 쪽 한가운데서 원형의 물결이 이는가 싶더니 ‘푸드덕’ 하고 커다란 물고기가 점프하듯이 무섭게 물 위로 치솟아 올라왔다. 너무나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병약한 현지는 깜짝 놀라 기절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의식이 희미하게 들어오기 시작함을 느꼈고 몸이 따뜻함을 느꼈다. 꼭 어릴 때 엄마가 포근한 이불을 덮어줬을 때와 느낌이 비슷했다. 눈을 떠보니 상수가 자기를 안고 있어서 따뜻한 것이었다. 현지는 깜짝 놀랐다. 지금까지 남학생과는 손도 안 잡아봤는데, 아니 손은커녕 상수와 자전거를 타고 다닌 것 말고는 남학생과는 단둘이 있어 본 적도 없는데 상수가 자신을 안고 있다니! 기겁할 일이었다. 몸을 홱 뿌리치며 똑바로 앉아서 상수를 쏘아보며 말했다.
“야, 네가 뭔데 나를 안고 있어? 네까짓 게 뭔데 나를 안고 있었느냔 말이야.”
상수는 너무 당황하여 말을 못 했다. 현지는 분이 안 풀린 듯 계속해서 다그쳤다.
“너 내 손 잡았지? 너 안 그런 앤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그렇고 그런 애였구나.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더니…….”
“그게 아니야.”
“그게 아니긴 뭘 그게 아니란 말이야?”
“야, 너 아까 커다란 물고기가 물 위로 솟아오른 것 기억나?”
“뭐? 커다란 물고기가 솟아올랐다고? 야, 거짓말을 해도 그럴듯하게 해야지. 이곳에 무슨 커다란 물고기가 있다고 돌려대는 거야? 차라리 내 손을 잡았고, 허락도 없이 나를 안고 있어서 미안하다고 하면 될 것을 변명은 무슨 변명이야? 너 그러고 보니까 그동안 나를 태워다 준 것이 이런 수작을 부리려고 그런 것이었구나.”
상수는 가만히 쳐다보다 차분히 입을 열었다.
“그게 아니야. 잘 생각해 봐. 너 자전거에서 내린 것 기억나지?”
“그래. 그건 왜 물어보는데?”
“너 내 옆에 앉았던 것은 기억나?”
“응.”
“그럼 우리 둘이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것도 기억나?”
“응.”
“그럼 물속에서 원형의 물결이 일어났던 것도 기억나지?”
“그래. 기억난다고. 그런데 그게 네가 나를 안고 있는 것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야? 야, 너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상관있어. 물속에서 원형의 물결이 일어난 다음 거짓말처럼 커다란 물고기가 물 위로 무섭게 솟아올라 네가 비명을 지르며 내 품에 안기면서 정신을 잃은 거야.”
현지 얼굴이 빨개졌다. 이제야 기억이 났다. 상수에게 쏘아붙인 것이 미안했다. 하지만 미안하다고 사과는 하지 않았다. 비록 상수 품으로 쓰러졌다고는 하지만 자기를 땅에 눕히지 않고 계속 그대로 안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 보통 사람 같으면 깨끗한 교복에 흙이 묻지 않도록 땅바닥에 눕히지 않고 품 안에 고이 안아줬으면 분명히 고마워했을 텐데, 남학생이, 그것도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남학생이 자신을 안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약간 불쾌한 기분도 들었다.
그것도 잠시, 뭔가 정신이 번쩍 난 듯이 자신의 옷매무시를 살펴보았다. 누군가가 자기 몸에 손을 댄 흔적은 없었고 흰 블라우스와 검정 치마도 모두 구김살이 없고 정결했다. 거울을 살짝 꺼내어 몰래 머릿결도 살펴보았다. 역시 가지런하고 정결했다. 그제야 안심이 되었는지 평온한 상태로 돌아왔고 고마운 느낌도 조금 들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도대체 내가 얼마 동안이나 이 녀석의 품에 안겼었을까?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떻게 하고 있었을까? 그냥 감정 없이 나무토막을 안고 있는 것처럼 나를 안고 있었을까? 아니면 나를 좋아하는 마음으로 안고 있었을까? 혹시 애정 어린 떨리는 손으로 내 머릿결을 쓰다듬어주기라도 했을까? 내가 기절했을 때 꼭 꿈결 같기는 한데 뭔가 따뜻함이 느껴졌었는데 그건 뭐였을까? 이 녀석의 체온이었을까? 아니면 어른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의 기운이었을까? 만약 이 녀석이 기절하여 내 품에 쓰러졌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이 녀석이 지금의 이 녀석이 아니고 내가 좋아하는 이상형의 남학생이었다면, 그리고 그 이상형의 남학생이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 체 의식 없이 내 품에 안겨 있었으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현지는 앞에 상수가 있다는 것도 잊은 채 계속해서 ‘이 녀석과 나에게 방금 전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만 몰두했다. 그 생각에 몰두하면 몰두할수록 마음의 평온은 더 깨지고 조바심이 났으며, 엉뚱한 상상이 떠오르기만 했다. 그때 상수가 말했다.
“나 내일 전학 가. 서울에 있는 집으로 가야 해서. 내일부터는 너를 태워주지 못해. 이 말을 하려고 오늘 샛길로 온 거야. 그런데 네가 물고기에 놀라서 쓰러지는 바람에 아직 이야기를 못 한 거야.”
처음에 상수가 전학 간다는 말을 했을 때, 그것을 대단한 일로 여기지 않았다. 자신과는 달리 공부도 잘하지 못하고, 외모도 별 볼 일 없어 보이고, 사는 형편도 좀 초라해 보이는 있으나 마나 한 그 남학생이 전학 간다고 해서 자기의 인생에 어떤 불이익이 있으리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지가 사는 시골에서 사람을 평가할 때, 착한 사춘기 소녀들은 마음씨를 우선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현지는 사람의 마음보다도 외모나 실력을 더 중요시했다. 상수가 없다고 해서 인생에 손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상수가 그동안 매일 자기 집으로 자신을 데리러 왔기 때문에 내일도 또 데리러 올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그가 전학 간다는 말이 실감이 나지 않았다.
상수가 전학 간다는 말을 했을 때, 현지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잘 몰라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마음속으로는 ‘왜 전학 가는 거니?’ 하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냥 참았다. 그런데 묘한 것은 그동안 한 번도 좋다는 감정을 못 느꼈었는데 매일 함께 학교에 다녀서 그런지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정이 들었는지 갑자기 편안한 친구 같은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정신을 잃고 쓰러졌을 때 따뜻하게 감싸주었기 때문에 편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제 정들만하니까 헤어지게 되어 아쉽다. 그동안 나에게 잘해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좋다는 기색도 못했다. 왜 그랬는지는 자신도 몰랐다. 아마 아직도 자기가 모든 면에서 우월하고 상수는 별것 아니라는 알량하고 교만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상수는 일어서서 자전거로 가더니 안장에 올라탔다. 현지는 자전거 뒤에 타야 할지 그냥 혼자 걸어가야 할지 판단이 안 섰다. 그래서 그냥 쭈뼛쭈뼛하고 서 있었다. 혼자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고, 시간도 좀 늦은 것 같았다. 실컷 쏘아붙이고 사과도 안 했는데 염치없이 자전거를 함께 타고 가는 것도 우스운 꼴인 것 같았다. 상수가 말했다.
“빨리 타. 오늘이 마지막이야.”
현지는 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하고 뒷자리에 탔다.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뭔가 기분은 평소와 달랐다. 평소에는 자전거 뒤에 타고 다니며 말을 걸지 않았다. 그냥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한자 단어장 같은 것을 보느라 주변 경치도 보지 않고 다녔다. 꼭 공부가 필요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남들이 보는데 여학생이 남학생 자전거 뒤에 타고 고개를 번쩍 들고 주변을 바라보기가 좀 민망한 생각이 들어 그냥 고개를 숙이고 자전거 뒷자리에서 책만 봤다. 길가의 나무와 풀과 꽃들이 계절에 따라 모습이 바뀌는 것을 제대로 못 본 채 아무 감성이 없이 학교에 다녔다. 하지만 오늘은 단어장을 안 꺼내고 주변을 봤다.
늘 지나쳐 다니던 고남저수지 둑의 잔디는 가을 햇빛과 바람을 받아 금빛으로 변해 있었다. 저수지 옆의 벚나무 잎사귀도 가을 색으로 변해 석양에 비치는 모습이 참 예뻤다. 저수지 안에서는 오리 떼들이 옹기종기 무리 지어 놀며 저물어가는 하루와 서서히 멀리 떠나가는 가을을 아쉬워하는 것 같았다. 가끔 몇 쌍의 오리들은 무리에서 좀 떨어져 원앙 부부처럼 서로 부리를 맞대며 정답게 대화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멀리 보이는 팔봉산 자락에는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고, 벼가 누렇게 익은 논 위의 하늘에는 마치 물감이라도 칠해놓은 것처럼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상수는 평소보다는 덜 힘차게 페달을 밟았지만, 현지에게는 더 빨리 밟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제 얼마 안 가면 집에 도착할 텐데. 조금만 더 천천히 갔으면 좋으련만…….’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심하게도 자전거는 더 힘차게 굴러갔다. 현지는 ‘너 진짜 전학 가는 거야?’라고 물어보고 싶었지만 결국 못 물어봤다. 자신을 집에 데려다주고 떠나가는 뒷모습이 안 보일 때까지 아쉬운 눈빛으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때 어디에서 그녀의 엄마가 나타났는지 “야 이년아, 너 집에 안 들어가고 어딜 그렇게 물끄러미 쳐다보는 겨? 넋 나간 년처럼.”라고 소리치는 바람에 아무 대꾸도 못 하고 놀라서 집으로 뛰어 들어갔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홍조를 띠고 있었다. 그리고 가슴은 무슨 죄라도 지은 듯이 콩닥콩닥하기도 하고 두근두근하기도 했다.
그다음 날 아침에 현지는 혹시나 하고 상수를 기다렸다. 그런데 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할 수 없이 혼자서 큰 가방을 들고 학교에 갔다. 각 과목의 책과 도시락과 미술 준비물, 그리고 실내화를 챙기니 짐은 산더미처럼 커 보였으며 무게도 엄청난 것 같았다. 그날부터 혼자서 학교에 다녀야 했다. 너무나 힘들었다. 불편하기도 했다. 걸어서 통학하니 시간도 더 많이 걸렸다. 어떤 땐 하굣길에 혼자서 저녁에 집에 왔는데 그땐 정말 무섭기도 했다. 그때야 비로소 절실하게 깨달았다. 상수에 대한 고마움을. 그리고 별 볼 일 없는 것 같았던 상수가 별 볼 일 없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그다음 날에도 그리고 또 그다음 날에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기다려 보았다. 그러나 상수는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며칠 후 현지는 학교에 가기 전에 잠깐 상수의 집으로 가보았다. 떨리는 마음으로 들어가 보니 아무 인기척이 없고 주인 잃은 자전거만이 헛간에 덩그러니 홀로 서 있었다. 자전거는 마치 그동안 정들었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앞바퀴를 옆쪽으로 돌려 대문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상수만 서울로 간 것이 아니라 할머니까지 서울로 간 것 같았다. 속으로 ‘할머니까지 이사를 가셨다면 이제 그는 다시는 안 오는 걸까?’ 하고 생각을 했다. 그때 갑자기 엄마의 말이 떠올랐다.
현지의 어머니는 입버릇처럼 늘 “사람은 있을 때 잘해야 하는 겨. 헤어지면 만사가 끝인 겨. 나중에 후회해 봐야 소용이 없는 겨.”라고 말씀하셨다.
상수에게 그동안 잘 대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서 후회가 되었다. 매일 자전거를 태워준 그 고마운 대접을 받고도 고맙다는 말을 안 한 자기 자신을 원망했다. 심지어 고맙기는커녕 ‘그까짓 자전거를 태워준 게 무슨 대수야?’라고 속으로 비아냥거렸던 것에 대해 마음 아팠다.
현지는 어차피 학교에 가는 길에 자기를 태워다 준 것뿐이라고 상수의 호의와 정성을 평가절하했었다. 그리고 예쁜 얼굴에 반해 자기를 태워줬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어디에서 그런 오만하고 교만한 마음이 생겼는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어쩌면 자기도 모르게 상수를 좋아했는데 그런 사실을 안 들키려고 더 냉정하게 대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어른들이 사랑의 줄다리기를 할 때 실제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과 반대로 표현하는 것처럼 자존심 때문에 일부러 좋은 감정들을 억누르며 속마음과 반대로 표현했는지도 모른다.
또다시 며칠이 지난 후, 어느 토요일, 현지는 4교시 수업을 마치고 상수가 살던 집으로 다시 가보았다. 며칠 전에 한 번 가본 적이 있어서 먼저와는 달리 대담하게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날도 자전거는 외롭게 혼자서 헛간에 서 있었다. 현지는 혹시 누가 올까 봐 가끔씩 주위를 둘러보며 아마도 상수의 방일 것 같은 방 안으로 들어갔다. 책꽂이에는 책과 노트가 여러 권 꽂혀 있었다. 그리고 벽에 못을 박아 만든 옷걸이에는 교복도 그대로 있었다. ‘급해서 빨리 이사 가느라 짐을 다 못 챙긴 걸까? 아니면 나중에 다시 오려고 일부러 남겨둔 걸까?’ 하고 생각하다가 일기장처럼 보이는 책으로 끌렸다. 콩닥콩닥하는 마음으로 누가 오는지 살펴보며 조심스럽게 책을 열어보았다. 그것은 일기장처럼 보였지만 아마도 문학 연습 노트 같았다. 겉표지에 자물쇠가 있었는데 다행히 자물쇠가 채워지지는 않았다. 책갈피가 있는 곳을 펴보았는데 시가 적혀 있었다. 제목은 “차마 따지 못했습니다”였다.
차마 따지 못했습니다
달빛이 너무나 아름다워
달을 따다 방에 놓고 싶지만
방에서는 그 아름다운 빛을 잃을까 하여
차마 따지 못했습니다.
별빛이 너무나 예뻐서
별을 따다 방에 놓고 싶지만
방에서는 그 예쁜 빛을 잃을까 하여
차마 따지 못했습니다.
그대 빛이 너무나 고와서
그대를 따다 제 맘에 놓고 싶지만
제 맘에서는 그 고운 빛을 잃을까 하여
차마 따지 못했습니다.
아 그리운 그대여
아 고운 그대여
그대가 그대 빛을 자유로이 발하도록
차라리 저의 빛을 잃으렵니다.
그 시를 읽고 현지는 잠깐 머리가 하얘졌다. 다시 정신을 차린 후 그 시를 다시 한번 읽어보고 자기 자신에게 말했다.
‘도대체 이 시는 누구를 생각하며 썼을까? 이 시가 과연 중학교 2학년의 작품이란 말인가? 나는 지금까지 공부만 했지 시를 써본 적은 없는데 그렇게 별 볼 일 없어 보이던 녀석이 어떻게 이런 글을 쓴 걸까? 언제부터 시를 썼기에 시인처럼 잘 쓰는 걸까? 가끔씩 들판과 냇가와 산자락에서 산책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이 그냥 할 일 없이 다닌 것이 아니라 시상을 얻기 위해서였을까? 그런데 시 속에 나오는 ‘그대’는 누구일까? 혹시 나일까? 만약 내가 아니라면 ‘그대’는 도대체 누굴까? 상수한테 여자 친구, 아니 어른들이 말하는 애인이라도 있단 말인 걸까? 설령 애인이 있다 해도 나랑 동갑인 중학교 2학년이 어떻게 ‘그대’라는 표현을 썼을까? 무슨 시인인가? 도대체 상수의 정체는 뭘까?’
혼란스러운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한 장의 일기장을 더 넘겼다. 거기에는 어떤 남학생의 사진이 꽂혀 있었다. 사진 속 남학생은 꽤 고가의 멋진 브랜드 옷과 운동화를 착용하고 있었다. 너무나 멋있고 잘생겨 보였다. 어떤 여학생이라도 그 사진을 보면 금방 반할 것 같은 얼굴이었다. 그냥 잘생긴 것이 아니었다.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는 모습은 착함을 넘어 천사 같은 매력도 있었다. 미남에 천사, 그러면서도 남자다운 멋을 갖춘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였다. 그 이상 뺄 수도 더할 수도 없이 군더더기라고는 찾아보려야 찾아볼 수가 없었다. 여태껏 살던 시골과 읍내에서는 그렇게 잘생긴 남학생을 본 적이 없었다. 현지는 한참을 무엇에 홀린 듯이 사진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자세히 보니 사진 속의 남학생은 자기를 매일 자전거로 태워다 주던 상수가 아니던가!
‘아니, 이렇게 잘생긴 얼굴을 가지고 상수는 왜 그동안 그냥 너무도 평범하고 수수한 얼굴로 학교에 다닌 걸까? 자세히 보니 공부도 잘했을 것 같은데 왜 공부를 잘하는 티를 안 냈을까? 그런데 지금은 왜 모습이 초라해 보이지? 가끔씩 수심에 찬 얼굴을 할 때가 있었는데 상수에게 무슨 안 좋은 일이 있었을까? 왜 늘 나한테 말을 안 하고 자전거 페달만 열심히 밟았을까? 나는 왜 그동안 이 녀석의 참 매력을 알지 못했을까? 진작 알았더라면 살갑게 말이라도 한번 걸어봤을 텐데.’
현지의 궁금증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사진을 자세히 봤다. 그 사진은 아무래도 먼저 다니던 학교에서 찍은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과는 확연히 달랐다. 동화 속에 나오는 왕자님 같다는 표현은 너무나 상투적일 정도로 왕자보다도 더 멋있고, 세련되고, 생동감 있는 외모를 하고 있었다. 그냥 바라보고 있으면 사진 속으로 쏙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한참 넋을 잃고 있다가 정신을 차리고 방에서 나오려는 순간 어딘가에서 사람의 인기척 소리가 났다. 깜짝 놀란 현지는 책상에 빼놓았던 일기장을 본래의 자리에 꽂아 놓았다.
“안에 누구 있쑤? 마루 밑에 운동화가 있는 것을 보니 누가 온 것 같은데.”
할머니의 목소리였다. 상수 할머니인 것 같았다. 현지는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며 할머니에게 인사를 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응. 학생은 누구야?”
“저 아래 마을 학골에 사는 현지라고 합니다.”
“그런데 빈 집에는 왜 들어왔어?”
“아~, 저~, 저~, 그러니까요, 상수가 요즘 며칠째 학교를 안 와서 궁금해서 와 봤어요.”
“그래? 우리 손자 서울로 전학 갔는데.”
“네? 왜 전학 간 거예요?”
“너 우리 상수에 대해 전혀 모르니?”
“예. 아무것도 몰라요.”
“아~, 이거 비밀인데 이야기해도 되는지 모르겠네.”
“뭔데요? 할머니, 뭔데요?”
상수의 할머니께서 비밀이라고 하니 현지는 더 애가 탔고 더 궁금해졌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기에 비밀이라는 것인지 기어이 알아내고야 말리라고 생각했다.
“이거 정말 비밀인데 학생은 얼굴을 보니까 믿을만할 것 같아 특별히 이야기해 줄 테니 어디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면 안 돼.”
현지는 조바심이 났다. 그래서 상수 할머님께서 입을 열자 한마디도 안 놓칠 자세로 가까이 바싹 다가갔다. 뭔가 불길할 것 같으면서도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할머니는 약속은 꼭 지켜야 한다는 다짐이라도 받으려는 듯이 현지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큰 한숨을 쉬시며 말씀하셨다.
“이놈의 여편네, 다 그년 때문여. 망할 년. 저도 자식을 키우는 처지에 전처의 아들이라고 우리 귀한 손주를 학대해? 이 천벌을 받을 년.”
그토록 따뜻하게 보이고 교양 있게 보이던 할머니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할머니의 얼굴은 독기가 가득했으며 말은 거칠었다. 할머니는 잠시 숨을 참으시더니 다시 말을 이어갔다.
“상수 애비는 역경을 극복하고 서울에서 잘 나가는 성공한 사업가였어. 그런데 호사다마라고, 아 참, 학생은 어려서 호사다마라는 말을 모르지? 저, 그러니까 호사다마(好事多魔)란 쉽게 말하면 좋은 일에는 흔히 시샘하는 듯이 안 좋은 일들이 많이 따른다는 뜻이야. 하여튼 호사다마라고 상수 애비가 이제 제법 살만하게 되었는데 상수 에미가 간암으로 2년 전에 세상을 떠났어. 애비는 상수를 잘 키우며 혼자 살겠다고 하는 것을 큰 딸년이 남동생이 혼자 사는 꼴을 못 보겠다고 어떤 여자를 소개해줬어. 얼굴도 반반하고 처음에는 괜찮은 여자 같았어. 그래서 애비와 결혼을 시켰지. 그런데 결혼하자마자 이 여편네가 악마로 돌변한 거야. 매일 돈타령만 하고, 친척들도 못 오게 하고,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전처의 소생이라고 구박을 하다 못해 학대를 했어. 알고 보니 성질이 더러워서 이미 세 번씩이나 이혼을 당한 여편네였어. 그래서 애비가 이혼을 하려고 상수랑 나를 시골로 보냈어. 그래서 우리가 이 동네로 이사 온 거야. 네 번이나 이혼당하는 것이 두려웠는지 애비 말로는 그년이 앞으로 상수에게 잘해준다고 하여 다시 서울로 부른 거래. 하지만 뻔해. 그년이 얼마 못 가서 상수를 또 구박할 거야. 그래서 내가 상수에게 여기 중학교 교복을 버리지 말라고 했고 책도 다 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어.”
상수 할머니의 얼굴은 점점 더 분노로 가득 찼고, 가끔 눈물을 흘리기도 하며 말을 이어갔다.
“항상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며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바라던 상수 애비는 걱정이 많았단다. 상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줄곧 전교 1등, 그것도 2등이랑 월등히 차이가 날 정도로 공부를 잘했어. 글도 잘 써서 상도 많이 받았고 자기가 문학모임을 만들어 회장까지 했지. 그런데 아들이 시골에 전학 가서 전교 1등을 해버리면, 원래 전교 1등인 학생이 체면을 구기게 될 거라면서 염려했지. 그래서 절대로 전교 1등은 하지 말고 중간 정도만 하라고 당부했단다. 그 대신 친구들과 잘 어울려서 좋은 친구 관계는 맺어 놓으라고 조언을 했지. 그리고 힘든 학생이 있으면 기쁜 마음으로 도와주라고 하였고.”
상수 할머니는 아들과 손자 이야기를 하면서 얼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들과 손자가 자랑스러운 듯이 행복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상수 애비는 상수한테 옷이랑 신발도 서울에서처럼 비싼 메이커는 착용하지 말라고 당부했지. 왜냐면 시골의 친구들이 위화감을 느낄 수 있다고 그랬어. 항상 수수하게 다니라고도 당부했지. 자전거도 좋은 거 사줄 수도 있었지만 애비는 아들에게 일부러 평범한 중고 자전거를 사주었지. 그리고 절대로 어떤 친구든 마음을 아프게 하거나 괴롭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고. 이 모든 게 시골 학교에 조금이라도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상수 애비의 배려였어. 그리고 모두가 아름답게 화목하게 살고자 하는 상수 애비의 삶의 철학이기도 하고.”
상수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고 현지는 그동안에 상수를 만나면서 전혀 몰랐던 상수에 대해 어렴풋이 알 것 같았다. 서울에서의 상수와 시골에서의 상수를 다시 떠올려 보았다. 상수에게 그동안 신세만 지고도 잘난 체하는 마음에 고맙다는 한마디도 못 한 게 한스럽게 생각되었다. 현지는 갑자기 식은땀을 흘리며 방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꿈을 꾸었는지 모른다. 상수가 말했다.
“현지야, 낯선 시골에서 매일 너를 만나서 좋았어. 우리가 잠시 헤어지지만, 또 만날 거야. 내가 너를 찾아올게. 꼭 다시 만나러 올게!”
현지는 자기를 포근하게 안고 있는 촉감을 느꼈다. 언젠가 자전거에서 상수 등에 얼굴을 대었을 때의 느낌과 비슷했다. 그리고 냇가에서 기절했을 때 상수가 안아주던 촉감과도 비슷했다. 현지는 조금씩 정신이 들면서 눈을 조심스레 떴다. 따뜻한 눈으로 내려다보는 상수 할머니가 보였다. 그 모습은 마치 천사 같았다. 그리고 헛간에 있는 자전거가 희미하게 보였다. 자전거는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 끝.
■
배병군 작가의 <자전거>
ㅡ 인간관계와 성장의 미학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ㅡ
배병군 작가의 <자전거>는 단순한 소년·소녀의 이야기를 넘어, 관계의 본질과 인간 내면의 성숙을 탐구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인간의 오해와 후회를 통해 성장의 과정을 그리며, 타인에 대한 진정한 배려와 헌신이 어떻게 삶의 가치를 형성하는지를 보여준다. 작가의 섬세한 묘사와 철학적 통찰은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을 서정적으로 엮어 내며 독자에게 잔잔한 감동과 깊은 여운을 남긴다.
1. 작가의 철학적 미학과 작품 세계
배병군 작가는 인간의 내면에 깃든 갈등과 성장, 그리고 관계에서 비롯되는 감정의 미묘한 변화를 탐구하는 데 집중한다. 그의 작품 세계는 소박한 일상의 풍경 속에 숨겨진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포착하며, 특히 인간관계의 회복과 상실의 순간에 주목한다. 자전거에서 상수와 현지의 관계는 단순한 도움의 관계가 아닌, 배려와 성장의 미학을 체현하는 상징적 장치다.
배 작가는 인물들 간의 갈등을 통해 사람의 진정한 가치를 외면하지 않고, 타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이 어떻게 우리의 시야를 좁히는지를 보여준다. 상수의 무심한 헌신과 현지의 무관심한 반응은 서로의 다른 삶의 방식과 세계관을 암시하며, 이러한 갈등은 시간이 지나면서 진정한 감정의 성숙으로 이어진다.
2. 인물 간 갈등 구조의 분석
이 작품의 핵심은 상수와 현지 사이의 복합적인 갈등 구조에 있다. 처음에 현지는 외모와 성적에 기반한 편견 속에서 상수를 별 볼 일 없는 학생으로 치부한다. 서울에서 전학 온 상수를 통해 그녀는 자신이 당연하게 여겼던 가치관—외모와 성적의 중요성—을 드러낸다. 이는 타인에 대한 깊이 없는 평가와 자기중심적 시각을 상징한다. 반면 상수는 조용한 헌신과 배려를 통해 타인을 돕는 삶의 철학을 보여준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외부적 성취가 아니라 타인에 대한 순수한 연민과 실천적 사랑이다.
이 둘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는 사소한 오해와 무관심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두 사람의 세계관 차이에서 비롯된다. 현지는 상수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교만함과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무지를 깨닫게 되며, 상수의 떠남과 함께 자신이 놓쳤던 감정의 소중함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러한 갈등은 결국 현지에게 내면적 성숙과 후회를 가져오며, 상수의 부재가 그녀에게 깊은 감정의 울림을 남긴다.
3. 상수의 헌신과 도덕적 정체성
상수는 헌신을 통해 자신의 도덕적 정체성을 구현한다. 그의 행동은 단순한 호의가 아니라 가족의 가르침과 삶의 철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상수의 할머니와 아버지가 강조한 배려와 겸손의 가치는 그의 행동에 녹아 있으며, 그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자신의 방식으로 사람을 돕는다. 이러한 헌신은 현대 사회에서 종종 잊히는 타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과 연민을 상기시킨다.
상수의 침묵은 또 다른 상징으로 작용한다. 그는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현지에게 무언의 사랑과 배려를 실천하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를 받으면서도 이를 표현하지 않는다. 그의 침묵과 헌신은 일방적인 희생이 아닌, 타인에 대한 이해와 사랑을 실천하려는 노력이다. 이는 작가가 강조하는 인간관계의 핵심—사랑은 표현되지 않을 때조차 실재하며, 헌신은 상대의 반응에 관계없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과 맞닿아 있다.
4. 후회와 성장: 상수의 떠남과 현지의 깨달음
상수가 떠난 이후에야 비로소 현지는 그가 남긴 자취를 돌아본다. 매일 자전거로 자신을 태워주며 보여준 그의 작은 배려들이 그녀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이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이는 우리가 종종 당연하게 여겼던 일들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것을 잃은 후에야 비로소 깨닫는 인간의 본성을 보여준다. 작가는 상수의 부재를 통해 후회의 감정을 깊이 탐구하며, 이를 통해 독자에게 사람과의 관계에서 감사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현지가 발견한 상수의 시는 작품의 핵심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전달한다. “차마 따지 못했습니다”라는 시의 제목은 사랑과 배려의 본질을 암시한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소유하려 하지 않으며, 오히려 그가 자유롭게 빛날 수 있도록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다. 이는 상수가 현지를 위해 보여준 헌신의 본질이기도 하다. 상수는 자신의 빛을 잃더라도 현지가 자유롭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시로 표현하며, 이는 관계에서의 성숙한 사랑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5. 자연의 이미지와 상징적 의미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자연 묘사는 인물들의 감정과 내면의 변화를 반영한다. 고남저수지의 가을 풍경, 물수제비 장면, 물고기의 등장 등은 현지와 상수의 관계 속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자연의 이미지는 두 사람의 감정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하며, 그들의 성장과 성숙을 은유적으로 나타낸다. 특히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장면은 현지의 감정이 급격하게 변하는 계기를 상징하며, 그 순간이 그녀의 내면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다.
6. 작품이 주는 시사점과 현대적 의미
배병군 작가의 자전거는 현대 독자에게 관계의 본질과 사람에 대한 이해의 중요성을 상기시킨다. 우리는 종종 외적인 성취나 겉모습에 집착하며 진정한 가치를 놓치기 쉽다. 그러나 이 작품은 사람과의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외면이 아닌 내면의 성숙과 타인에 대한 배려임을 강조한다. 상수의 헌신은 상대방의 반응과 관계없이 지속되는 사랑의 실천을 보여주며, 이는 현대 사회에서 잊히기 쉬운 덕목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이 작품은 후회와 성장의 관계를 깊이 탐구한다. 상수의 부재 속에서 현지가 느끼는 후회는 단순한 아쉬움이 아니라 성숙의 과정이며, 이를 통해 그녀는 자신의 오만함과 무지에서 벗어나 진정한 감정을 깨닫게 된다. 이는 독자에게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전달한다.
7. 관계와 헌신의 미학
자전거는 일상의 평범한 사건을 통해 관계와 헌신의 깊이를 탐구하는 작품이다. 배병군 작가는 인물 간의 갈등과 성장, 자연의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관계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헌신과 배려가 어떻게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은 후회와 성숙, 그리고 진정한 사랑의 본질을 탐구하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감사와 이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친다. 배병군 작가의 서정적 문체와 섬세한 감정 묘사는 이 작품을 단순한 성장소설을 넘어선, 인간관계의 본질을 성찰하게 하는 깊이 있는 이야기로 완성시켰다.
8. 배병군 작가의 미래와 문학적 비전
배병군 작가는 인간 내면의 섬세한 감정과 관계 속의 갈등을 진정성 있게 탐구하며, 삶의 소중한 순간들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킨다. 그의 작품은 단순한 서사에 그치지 않고, 삶의 본질과 인간의 성숙을 깊이 들여다보는 철학적 깊이를 지닌다. 이러한 작가적 성향은 앞으로 배병군이 독자와 평단 모두에게 사랑받는 작가로 성장할 가능성을 예견하게 한다.
그는 앞으로도 일상의 평범한 사건들 속에 담긴 인간 본성의 복잡함을 더욱 정교하게 묘사하며, 현대 독자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주제들을 다룰 것이다. 특히, 그의 글에는 타인에 대한 배려, 관계의 소중함, 상실과 후회 속에서의 성장을 담아내는 능력이 두드러진다. 이로 인해 그의 작품은 세대와 시대를 초월해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문학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배병군 작가는 앞으로 인물의 심리를 더욱 다각도로 탐구하며, 관계의 갈등과 화해를 통한 치유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다. 사회적 문제나 변화하는 인간관계의 양상을 주제로 삼아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작품도 기대된다. 동시에 문체의 서정성과 철학적 깊이를 유지하며, 그만의 고유한 문학적 색채를 강화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결국 그의 작품은 사람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삶의 본질에 대한 통찰을 선사하며, 문학이 지닌 치유의 힘을 새롭게 조명하게 될 것이다. 배병군 작가는 이러한 방향성을 바탕으로 한국 문학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가는 주역 중 한 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며, 독자와 사회에 지속적인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작가로 남을 것이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