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1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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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아비와 참새
청람 김왕식
허수아비는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들판에 홀로 서서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며, 마치 그 자리에 늘 있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듯 서 있는 모습은 때로는 애잔하고, 때로는 위로가 된다. 사람들은 허수아비를 세워 참새를 쫓으려 하지만, 참새는 허수아비의 정체를 너무나 잘 안다. 허수아비는 말 그대로 '허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그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을 뿐, 진정한 사람은 아니다. 참새들이 허수아비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 주위를 날아다니며 웃음 짓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새는 비웃듯 말한다. "허수아비는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다"라고.
이 말은 단순히 참새의 입에서 나온 우스운 농담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속에는 우리 사회의 단면이 담겨 있다. 허수아비가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무엇을 의미할까? 스마트폰은 현대 사회의 상징과도 같은 도구다. 그것은 사람들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창구이자, 사람들 사이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다. 그러나 동시에, 스마트폰은 우리를 인간답지 않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그 속에 빠져들어 진정한 현실과의 단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참새가 허수아비에게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것은, 허수아비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존재로서 오히려 인간보다 더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다는 역설을 담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종종 허수아비처럼 살아간다.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저 빈 껍데기에 불과한 존재처럼.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사람다운 감정과 소통을 나누는 대신, 스마트폰이라는 작은 화면 속에서만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허수아비는 그 자리에 서서 참새를 쫓으려는 임무를 맡았지만, 참새들은 그것이 진정한 위협이 아님을 알고 있다. 참새가 허수아비를 무시하고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것은 인간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기술과 기계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그로 인해 사람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참새는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인간의 허상을 쉽게 간파한다. 우리는 허수아비처럼 그저 껍데기만 남은 존재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삶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허수아비가 오히려 사람보다 더 진정성 있는 존재로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허수아비가 비록 사람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사람답게 살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본래 자연의 일부이자 그저 들판의 한 장식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참새의 시각에서 본 인간은 어떨까? 참새가 우리를 본다면, 스마트폰에 몰두하는 우리의 모습을 어떻게 평가할까? 아마도 참새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스스로 허수아비가 되어 가고 있다." 우리가 기술에 의존하며 살아가면서 점점 더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는 경고일 것이다. 참새는 허수아비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감정도 없고, 아무런 생각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스마트폰에 빠져 서로의 얼굴을 보지 않고, 감정과 생각을 나누지 않는 우리는 과연 허수아비와 무엇이 다를까?
허수아비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람의 본질을 잃어버린 존재다. 그는 그저 그 자리에 서서 바람에 흔들리며, 참새들에게 무시당할 뿐이다. 스마트폰에 몰두하여 인간의 본질을 잃어버린 우리 또한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변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참새는 그것을 꿰뚫어 보고 우리에게 경고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허수아비는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다." 이 말은 단순한 농담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더 이상 허수아비처럼 살지 말라는, 사람다운 삶을 되찾으라는 깊은 깨달음을 담고 있는 말이다.
이제 우리는 허수아비처럼 빈 껍데기로 살지 말아야 한다. 인간다움을 회복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감정과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소통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폰의 화면 속에 갇혀 있던 우리의 시선을 이제는 자연 속으로 돌리고, 참새처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진정한 인간으로 살아가야 할 때다.
참새의 눈으로 세상을 다시 바라보며, 우리는 허수아비가 아닌 진정한 사람으로서 살아가야 할 것이다.
들판에 홀로 서 있는 허수아비,
바람에 몸을 맡기며 하루를 보낸다.
사람의 손길로 세워진 그대,
참새의 웃음 속에서 꿈을 꾸지.
참새는 말하네, "스마트폰을 하지 않는 너는,
어쩌면 우리보다 더 자유로운 존재."
허수아비는 대답하지 않지만
그 몸은 바람 속에서 진실을 속삭인다.
너도 한때는 사람이었나?
스마트폰에 머리를 숙인 채
무엇을 보려 했는지,
아니면 허수아비처럼 서 있었는지.
이제는 참새만이 자유로울 뿐,
허수아비는 그저 그 자리에 묶여
시간의 손길에 휩싸이네.
그리고 우리, 그와 닮아가고 있지 않나.
우리가 허수아비가 되지 않기 위해,
서로의 눈을 다시 마주하자.
바람을 맞으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자.
그래야 비로소 우리도 자유로울 테니까.
ㅡ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