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1. 2024
임보선 시인의 '고독'을 청람 김왕식 평하다
임보선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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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시인 임보선
별들
줄지어 다 가고 없는 밤
끝도 없는 사랑 앞에
방황만 하다가
어둠 속에 머물다
마지막 순간
촛불 하나 켜놓고
그림자와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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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ㆍ시인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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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선 시인은 깊은 고독과 내면의 성찰을 시에 녹여내는 중진 작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 세계는 주로 인간의 본질적 외로움, 삶의 무상함,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작은 희망에 대해 묘사한다. '고독'이라는 시에서 그는 자신의 삶 속에서 느꼈던 깊은 고독을 투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존재의 의미와 그 속에서의 사랑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임보선 시인의 생애는 내적 고뇌로 점철되어 있었으며, 이러한 경험들이 그가 시 속에서 표현한 어둠과 빛, 고독과 놀이의 이미지를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었다.
그의 시는 단순한 외로움의 묘사를 넘어서, 고독 속에서 발견되는 자기와의 대화를 통해 존재의 본질을 탐구하는 철학적 깊이를 지니고 있다.
"별들
줄지어 다 가고 없는 밤"
첫 번째 행에서는 밤하늘의 별들이 모두 사라진 모습을 묘사하며 고독의 깊이를 표현한다. 별은 보통 희망과 꿈을 상징하지만, 이 시에서는 그들이 사라졌다는 점이 고독감과 상실의 상징으로 작용한다. 별이 없는 밤은 끝없는 어둠을 연상시키며, 이는 시인이 맞닥뜨린 깊은 외로움을 드러낸다.
여기에서 시인은 단순한 자연 현상을 넘어서, 자신이 처한 상황을 별의 부재로 형상화했다. 이 고독은 외적 요소뿐만 아니라 내적 고통을 반영하는데, 독자가 그 안에서 공감을 느끼게 만든다.
"끝도 없는 사랑 앞에"
이 행에서 ‘사랑’은 무한한 감정이지만, 시인에게는 도달할 수 없는 거리를 의미한다. 여기서 사랑은 인간적 관계일 수도 있고, 자신과의 관계일 수도 있다. 끝이 없다는 말은 절망감과 좌절을 내포하고 있다.
이 절망감은 모든 것을 다 주었지만, 돌아오지 않는 상실감을 의미할 수 있으며, 이는 시인의 삶 속에서 겪은 실패와 인생의 쓸쓸함과도 연결된다.
"방황만 하다가"
이 구절에서는 시인이 삶 속에서 끊임없이 방황했음을 나타낸다. 그 방황은 내면의 갈등과 외부 세계에서의 충돌을 모두 포함할 수 있으며, 삶의 방향성을 잃은 채 떠돌아다닌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는 시인이 스스로 느꼈던 인생의 무의미함과 방향을 잃은 인간 존재의 상태를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어둠 속에 머물다"
시인은 결국 어둠 속에 남겨진 자신을 묘사한다. 어둠은 여기서 고독뿐만 아니라 인생의 종말 혹은 죽음의 은유일 수 있다. 이 어둠 속에서 시인은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정체된 상태에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삶의 끝자락에서 느끼는 무력감과 무기력함을 상징한다.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순간은 죽음에 가까운 순간을 암시하며, 인생의 종착지에 도달했음을 나타낸다. 시인은 그 순간까지 고독 속에서 살아왔고, 그 고독이 삶의 마지막까지 이어짐을 표현한다.
이는 인생의 허무함과 동시에 그 속에서의 명상적 깨달음을 포함한다.
"촛불 하나 켜놓고"
촛불은 생명의 불꽃이자 희미한 희망의 상징으로 해석될 수 있다. 어둠 속에서도 작은 불빛이 있다는 것은 아직 남은 희망을 의미하며, 그 불빛이 시인의 내면에 남아 있음을 나타낸다. 이 불빛은 희미하고 미약하며,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상태임을 암시한다.
이는 고독 속에서도 인간이 포기하지 않는 희망의 끈을 상징한다.
"그림자와 놀았다"
마지막 행에서 시인은 자신의 그림자와 놀았다고 표현한다. 이는 고독 속에서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장면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더 이상 타인과의 관계가 아닌, 자기 자신과의 관계만이 남았음을 의미한다.
그림자는 시인의 분신이자 고독한 자신을 상징하며, 그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는 것은 결국 자신과의 화해, 혹은 고독과의 화해를 의미한다.
이 시는 감성적으로 어둡고 고독하지만, 그 안에 작은 희망의 불씨가 남아 있다. 시 전체의 유기적인 흐름은 고독 속에서 자기 성찰을 하며, 삶의 끝에서 비로소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내면의 평화를 찾는 과정으로 이어진다.
임보선 시인의 표현 방식은 절제되면서도 강렬한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인간 존재의 고독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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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보선 시인님께,
안녕하십니까. 선생님의 시 고독을 읽고,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감동을 전하고자 이 글을 올립니다. 이 시를 통해 선생님께서 경험하셨던 고독과 방황,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하신 내적 성찰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고요하고 정제된 언어 속에 숨어 있는 깊은 철학적 통찰과 감정의 진폭은 쉽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강렬했습니다.
별들이 사라진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모습은 마치 제 자신의 삶과도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 역시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걸어가며 많은 외로움과 고독을 마주한 적이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시를 읽으면서 그 고독이 단순히 슬픔이나 외로움에 그치지 않고,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촛불 하나를 켜고 그림자와 놀았다는 마지막 구절은 저를 오래도록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 그 구절 속에는 단순한 놀이가 아닌, 인생의 끝자락에서 자신과의 깊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 있었고, 그 순간조차도 아름답고 의미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선생님께서 전하고자 하신 것임을 느꼈습니다. 고독 속에서도 희미하게 남아 있는 희망의 불빛, 그리고 그 속에서의 평화를 찾아가는 모습이 저에게도 큰 위로와 힘이 되었습니다.
선생님의 시 속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철학은 많은 사람들에게도 동일한 영향을 주리라 믿습니다. 시를 통해 우리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자신을 찾고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음을 배웁니다. 고독이라는 감정이 결국 우리를 더 깊고 넓은 인간으로 만들어 준다는 것을 선생님께서 시로 아름답게 풀어내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통해 제가 받은 감동을 온전히 전달하기에는 한없이 부족하지만, 선생님의 시를 접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선생님의 시가 앞으로도 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주고, 그들의 삶에 빛이 되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저 또한 선생님의 시를 통해 삶을 성찰하고, 고독을 받아들이며, 그 속에서 작은 빛을 발견하는 법을 배울 것입니다.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를 전합니다.
한 독자가 드림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