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1. 2024
조병화 시인의 '가을'을 문학평론가 청람 평하다
조병화 시인과 수필가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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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조병화
가을은 하늘에 우물을 판다
파란 물로
그리운 사람의 눈을 적시기 위하여
깊고 깊은 하늘의 우물
그곳에
어린 시절의 고향이 돈다.
그립다는 거, 그건 차라리
절실한 생존 같은 거
가을은 구름밭에 파란 우물을 판다.
그리운 얼굴을 비치기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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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ㆍ수필가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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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은 마치 하늘에 깊은 우물을 파 놓은 듯하다. 그 우물은 끝없이 푸른 하늘의 물로 가득 차 있고, 그 물방울은 어느새 우리가 그리워하는 이들의 눈을 적시는 비가 된다. 하늘에 파인 그 우물은 단순히 하늘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추억과 감정들을 끌어내는 통로처럼 느껴진다. 특히,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그 하늘은 그리움으로 가득 찬 공간과 같다.
고향은 우리가 태어나 처음으로 모든 것을 배우고 느낀 곳이다. 그곳에서의 어린 시절,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었던 감정은 가을 하늘 속 깊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 그 고향을 떠올리며 그리워하지만, 그리움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오히려 그리움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삶을 버티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 함께했던 시간들, 그 모든 것은 우리 마음속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로 남아 있다. 그러한 그리움은 우리의 생존 본능처럼 절실하다.
하늘에 우물이 있다는 상상은 우리의 삶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강력한 상징이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지만, 그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희미해진다.
가을이 오면, 잊고 있던 그 기억들이 하늘 속 깊은 우물처럼 우리 앞에 떠오른다. 우물은 단순히 물을 저장하는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던 감정과 기억을 비추어 주는 거울이다. 그 우물 속에 비친 얼굴들은 우리가 놓쳐버렸던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 잊혔던 사람들을 마음속에 되살린다.
가을은 이렇게 우리의 기억을 되살리는 특별한 계절이다. 하늘이 맑고, 구름이 흩날리는 날, 우리는 그 우물 속에 비친 얼굴을 바라보며, 살아온 시간들을 곱씹게 된다. 구름 속에 파란 우물이 있다는 상상은 단순한 낭만적인 생각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마음속 깊이 자리 잡은 그리움과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강력한 상징이다. 하늘에 파인 그 우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그리운 이들과 다시 만나듯, 깊은 사색에 잠길 수 있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