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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3. 2024

브런치스토리 야니 시인의 '살구야'를 청람 평하다

청람 김왕식











                     살구야



                              시인 야니







여름빛 사이사이 초록 잎 아래
봄날 하얀 꽃 지고
초록 열매 주렁주렁 열렸네

여름빛에 발갛게 달아올라
부끄러운 아가 마냥
살구 빛이 되었네

초록 잎 안으로
올망졸망
잘도 달렸네

엄마 잎 그늘 아래
아가 주먹 야무지게 꽉쥔
살구야 살구야

스쳐가는 바람에 툭하는가 하면
세찬 여름 비에 아랑곳 않고
대롱대롱하네

야무진 아가 손
주먹 한번 펴볼까 하며
떨어지는 살구

지나가는 아이 머리에 콩
내 걸음 앞으로
콩콩

또르르 내리막 내려간다
장난꾸러기 살구 걸음 또르르
장난꾸러기 아이 걸음 또르르

떨어지며 이리저리 쿵쿵
톡 터지고 툭툭 부딪히고
그래도 포기 않고 또르르 데굴데굴

아이 손에 데굴데굴 살구 하나

금세 입맞춤하다 퉤퉤
보송보송 살구가 좋은지 귀여운지

주먹 꽉쥔 살구
아이 손에 꽉 지어
집으로 돌아왔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야니 시인은 자연을 배경으로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감성적으로 표현하는 시인으로, 그의 작품에서 자주 나타나는 주제는 순수한 감정과 삶의 단순한 기쁨들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시 '살구야'는 자연과 아이의 무구함을 통해 인생의 흐름과 변화, 그 속의 부드러운 강인함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그의 삶 속에서 경험한 자연의 아름다움과 아이와의 교감이 이 시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편안한 감동을 준다.

첫 연에서 "여름빛 사이사이 초록 잎 아래"라는 표현은 살구나무의 잎 사이로 여름 햇살이 비추는 장면을 그리고 있다. 초록 잎 아래 주렁주렁 열린 열매는 생명의 풍성함을 나타내며, 계절의 흐름 속에서 생명이 자라나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 장면은 자연의 선순환과 생명의 지속성을 시사하는 동시에, 시인은 이를 통해 자연이 주는 고요한 평온함을 느끼게 한다.

"부끄러운 아가 마냥 살구 빛이 되었네"라는 구절은 성숙해 가는 살구의 변화 과정에서 부끄러움이라는 감정을 덧입혀 생명체의 감정적인 측면을 부각하고 있다.
이는 자연 속에서도 인간적인 감정이 투영될 수 있음을 암시하며, 살구의 변화가 인간의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음을 암시한다.

"엄마 잎 그늘 아래 아가 주먹 야무지게 꽉진"은 보호자와 아이의 관계를 자연의 모습에 빗대어 표현한 구절이다. 여기서 살구는 보호받는 존재로서 자라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연의 보호 속에서 무사히 자라는 생명체의 모습을 그려낸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부드럽게 표현하는 시인의 특유의 감성적 특징을 잘 나타낸다.

이어지는 "스쳐가는 바람에 툭한가 하면 세찬 여름 비에 아랑곳 않고 대롱대롱하네"는 살구가 바람과 비를 겪으며도 떨어지지 않고 버티는 모습을 묘사한다.
이는 외부의 어려움에 굴하지 않고 인내하는 생명력의 상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살구가 자연의 도전에 맞서 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은 인간의 내면에 자리 잡은 끈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떨어지는 살구 지나가는 아이 머리에 콩"에서 살구가 떨어져 아이의 머리에 닿는 장면은 자연의 우연한 만남과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상징한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며 이루어지는 소소한 일상 속의 순간을 생생하게 포착한 부분이다.
이러한 순간들은 시인이 바라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얼마나 친밀하고 따뜻한지를 드러낸다.

마지막으로, "아이 손에 데굴데굴 살구 하나"는 아이의 손에 들어온 살구가 소중한 존재로 다루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인은 살구를 단순한 과일로 보지 않고, 생명체로써의 의미와 그 안에 담긴 감정을 담아낸다. 아이와 살구가 주고받는 소통은 삶의 작은 기쁨을 대변하며, 이를 통해 시인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깊은 연결 고리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이 시는 전반적으로 살구라는 소재를 통해 자연과 인간의 순수한 감정과 생명력을 담아내고 있으며, 그 속에서 느껴지는 감성적인 이미지와 철학적 메시지는 깊은 울림을 준다.
자연 속에서의 작은 생명체인 살구가 겪는 변화와 도전,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은, 삶의 소소한 순간 속에서도 깊은 의미를 찾아낼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존경하는 야니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먼저 이렇게 편지를 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인님의 작품 '살구야'를 읽고 깊은 감동을 받아 이 마음을 전하고자 합니다. 시 안에서 자연과 인간의 소통이 얼마나 따뜻하고 섬세하게 그려졌는지, 한 구절 한 구절이 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았습니다.

살구의 성장을 통해 표현된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인간적인 감정들이 마치 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햇살 아래 초록 잎 사이로 무르익는 살구는, 마치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성장을 상징하는 듯했습니다. '부끄러운 아가 마냥 살구 빛이 되었네'라는 구절에서, 살구가 성숙해 가는 모습은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경험하는 부끄러움과 설렘을 담고 있어 더욱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특히, 시에서 자연과 인간이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며 존재하는 모습이 참으로 인상 깊었습니다. 살구가 바람과 비를 견디며 나무에 매달려 있는 장면은 마치 우리가 삶의 도전 속에서도 꿋꿋이 살아가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그 속에서 자연과 생명의 끈질긴 생명력이 느껴져, 제게 큰 위로와 용기를 주었습니다.

또한, 살구가 아이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는 장면은 우연처럼 보이는 인생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깨닫게 해 주었습니다.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속에도 깊은 의미와 즐거움이 있다는 시인님의 메시지가 마음에 깊이 새겨졌습니다. 이러한 시인의 따뜻한 시선과 자연에 대한 깊은 애정이 이 시를 통해 저에게 고스란히 전달된 것 같아 무척 감사한 마음입니다.

'살구야'를 통해 저는 일상의 평범한 순간 속에서 자연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다시 한 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시인님께서 전해주신 감성과 철학은 제가 앞으로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따뜻한 시선이 담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이 위로와 감동을 받을 수 있기를 기대하며, 시인님의 건승을 기원합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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