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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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하늘
시인 유숙희
비 갠 뒤
시월 푸른 하늘
뭉게구름이
멋지다
환상이다
세 뼘 높아진 하늘창공
흐르는 구름 따라
새털구름 양떼구름
다채롭게 기획하는
시월이라는 연출자
재단사 가위로
사악 삭 잘라 드르륵
비싼 마음 가격으로
수출하고프다
이 기찬 풍광 아래
나의 숨소리
피돌기로
돌고 돌아갈 즈음
먹구름 한 줌이
소낙비 쏟았으니...
산다는 게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라 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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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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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숙희 시인은 인간의 감정과 자연의 조화를 시로써 풀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가진 시인이다. 그의 작품들은 주로 인간과 자연이 서로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그 과정에서 인간이 무엇을 깨닫는지에 대해 고찰한다. 특히, '가을 하늘'에서 유숙희 시인은 인생의 불확실성과 자연의 웅장함을 통해 삶의 의미를 탐구한다.
시인은 본인이 직접 경험한 자연과 계절의 변화를 인간 삶의 비유로 삼아, 변덕스러운 기후가 우리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상황과 일치한다고 본다. 이러한 배경에서 시를 시작하는 것은 독자에게 자연의 순환과 인생의 예측할 수 없는 면모에 대한 시인의 통찰을 엿볼 수 있게 한다.
"비 갠 뒤 / 시월 푸른 하늘 / 뭉게구름이 / 멋지다 / 환상이다"
첫 번째 연은 시인이 본 가을 하늘의 생생한 묘사로 시작한다. '비 갠 뒤'는 인생의 어려움이 지나간 후의 평화로운 순간을 상징하며, 시월의 푸른 하늘과 뭉게구름은 시각적으로 평온함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한다.
'멋지다', '환상이다'는 감탄사로, 시인이 느낀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인생에서 마주하는 긍정적인 순간들을 함축하고 있다.
"세 뼘 높아진 하늘창공 / 흐르는 구름 따라 / 새털구름 양떼구름 / 다채롭게 기획하는 / 시월이라는 연출자"
두 번째 연에서는 하늘이 높아지고 다양한 구름들이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인생의 다양한 사건과 그 흐름을 암시한다. '새털구름', '양떼구름'은 그 형태를 다르게 하지만 결국 모두 하늘 위에 흐르는 구름처럼, 우리 삶 속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사건들이 있지만 모두 하나의 큰 흐름 속에 존재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시월이라는 연출자'는 시월을 의인화하여 삶의 모든 순간이 하나의 무대처럼 다채롭고 계획된 것임을 표현한다.
"재단사 가위로 / 사악 삭 잘라 드르륵 / 비싼 마음 가격으로 / 수출하고프다"
이 구절은 매우 상징적이다. '재단사'는 삶의 여러 부분을 재단하는 사람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가위로 잘라낸다'는 표현은 우리 인생에서의 결정적인 순간을 암시한다.
'비싼 마음 가격으로'는 소중한 경험이나 감정을 대가로 삼아 그것을 팔고 싶어 한다는 표현으로, 시인이 소중한 순간들을 되돌릴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낸다.
"이 기찬 풍광 아래 / 나의 숨소리 / 피돌기로 / 돌고 돌아갈 즈음"
이 부분에서 시인은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숨소리'와 '피돌기'는 생명력을 나타내며, 시인은 자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는 순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인간이 자연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임을 상기시킨다.
"먹구름 한 줌이 / 소낙비 쏟았으니... / 산다는 게 /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 인생이라 했던가."
마지막 연에서는 인생의 불확실성을 먹구름과 소낙비로 표현한다. '먹구름 한 줌'은 예상치 못한 불운이나 어려움을 상징하며, '소낙비'는 그 어려움이 갑작스럽고 격렬하게 찾아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인생'이라는 구절은 인간이 미래를 예측할 수 없다는 철학적 깨달음을 전해준다. 시인은 이를 통해 인생의 무상함을 자연의 이미지로 풀어내며 독자에게 공감을 이끌어낸다.
요컨대, 유숙희 시인의 '가을 하늘'은 자연과 인생을 한데 엮어 인생의 예측 불가능함과 그 속에서 발견되는 평화로운 순간을 아름답게 묘사한 작품이다.
시는 각 연에서 구체적인 자연의 이미지와 상징을 통해 철학적 성찰을 이끌어내며, 이를 간결하고도 풍부한 감정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