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5. 2024

청산 청머루는

김왕식










                 청산 청머루는




                                      시인 백영호

깊은 산 초록 계절에
청머루 가족이 키재기 한다
70살 할배랑 30대 아들과 5살 손자
도란도란 한가족 이루어서는

팔월의 밝은 햇살비
 맑디 구슬옥 개울물에
따울랑 또울랑 산새 불러
한판 숲 속 큰 장이 섰다
으름넝쿨이랑 토종다래 마삭줄
덩굴 벗들과 어깨동무로
어울렁 춤사위 이 또한
층과 층 채워가는 이 바닥 질서

이 큰 장날에
오색 딱따구리 한 마리
장단 맞추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그 흥 즐기는디
숲 속 산책길 노인
넝쿨들 어깨춤사위에 취했다.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백영호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깊이 탐구하며, 그 안에서 평범한 일상 속에 숨겨진 가치를 찾는 중진 시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삶은 자연의 경이로움 속에서 성장했고, 자연 속에서 사람들의 관계를 탐구하는 시적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철학을 표현해 왔다. ‘청산 청머루는’이라는 시는 그의 이러한 철학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으로, 세대를 초월한 가족의 따뜻한 유대감과 자연의 질서 속에서의 삶을 조화롭게 그린다.

 "깊은 산 초록 계절에 / 청머루 가족이 키재기 한다"

여기서 청머루는 자연의 소산으로, 한가족을 상징하는 듯하다. 자연이 깊이 뿌리내린 산속에서 가족이 함께 키재기 하는 모습은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의미하며, 자연 속에서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이 분리되지 않고 한데 어우러지는 이 장면은 인간의 삶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상기시키는 것이다.

 "70살 할배랑 30대 아들과 5살 손자 / 도란도란 한가족 이루어서는"

여기서는 세대의 차이를 뛰어넘는 가족 간의 화목함을 묘사한다. 할아버지부터 손자까지 이어지는 가족의 모습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삶의 순환을 상징하며, 세대 간의 화합과 전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인의 가치관이 담겨 있다. ‘도란도란’이라는 표현은 가족 간의 소박하고 친밀한 대화를 연상시키며, 단순한 대화 속에서도 삶의 진정한 행복이 존재함을 강조한다.

 "팔월의 밝은 햇살비 / 맑디 구슬옥 개울물에"

이 부분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생생하게 그려내며, 자연 속에서의 조화로운 삶을 표현한다. 팔월의 햇살비와 맑은 개울물은 상쾌하고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로, 인간이 자연의 일부로서 느끼는 안락함과 평화를 상징한다. 시인의 언어는 자연의 이미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어 독자에게 자연의 생명력을 전달한다.

 "따울랑 또울랑 산새 불러 / 한판 숲 속 큰 장이 섰다"

여기서 산새의 노랫소리는 자연의 소리로, 숲 속에서 열리는 큰 장날을 알리는 듯하다. 이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단순한 공존을 넘어, 마치 축제와 같은 유쾌한 일상으로 그려진다. 자연의 소리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삶의 리듬을 제공하는 중요한 요소로 시에서 기능하고 있다.

 "으름넝쿨이랑 토종다래 마삭줄 / 덩굴 벗들과 어깨동무로"

덩굴 식물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는 모습은 자연이 서로 얽히고설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상징한다. 이러한 모습은 인간 사회의 관계망과 유사하게 느껴지며, 자연 속에서도 질서가 존재함을 암시한다. 시인은 자연을 통해 삶의 질서를 발견하고, 그 질서 속에서 인간의 위치를 성찰한다.

 "어울렁 춤사위 이 또한 / 층과 층 채워가는 이 바닥 질서"

자연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지는 춤사위는 조화와 균형을 상징한다. 이 바닥 질서란 자연과 인간이 함께 쌓아가는 삶의 질서로, 층층이 쌓여가는 모습은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가는 조화로운 삶을 표현한다.

 "이 큰 장날에 / 오색 딱따구리 한 마리"

딱따구리는 자연의 일원으로, 장날에 나타나 시간을 잊고 흥을 즐기는 모습은 자연 속에서 시간을 초월한 행복과 기쁨을 상징한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 되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은 시인이 말하는 이상적인 삶의 모습일 것이다.

 "숲 속 산책길 노인 / 넝쿨들 어깨춤사위에 취했다."

마지막 연에서는 숲을 산책하는 노인이 덩굴의 춤사위에 취해 있는 모습을 그린다. 이는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며, 자연과의 일체감을 표현한다. 이 노인은 자연의 질서 속에서 평온함을 찾으며, 그 속에서 삶의 기쁨을 누리고 있다.

 ‘청산 청머루는’은 자연과 인간의 조화, 세대 간의 연대, 그리고 삶의 질서를 심도 있게 다룬 시다.
백영호 시인은 자연을 단순히 배경으로 삼지 않고, 인간의 삶 속에서 자연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통해 삶의 조화와 평온함을 찾으며, 그 안에서 진정한 행복을 발견한다.
시 전체의 흐름은 매우 유기적으로 연결되며, 각 행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다층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시의 감성적 측면과 이미지의 활용은 독자로 자연의 생명력을 느끼게 하며, 이를 통해 시인이 전하고자 하는 철학적 메시지가 잘 전달된다.







존경하는 백영호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작품을 애정 깊게 읽고 있는 독자입니다. 먼저 이렇게 편지로 마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되어 영광입니다. 시인님의 작품 *'청산 청머루는'*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을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연 속에서의 평온함과 가족 간의 따뜻한 유대를 담은 시를 통해, 저는 마치 어린 시절 고향에서 느꼈던 순수함과 소박한 기쁨을 다시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시인님께서 그려내신 청머루 가족의 모습은 세대를 초월한 사랑과 화합을 상징하며, 우리 삶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주셨습니다. 세대 간의 연결고리를 통해 전달되는 삶의 의미와 순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특히, 팔월의 햇살과 맑은 개울물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이미지는 저에게 큰 위안을 주었습니다.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잠시 멈춰 자연 속에서의 시간을 되돌아보는 것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시인님의 섬세한 표현력과 자연에 대한 깊은 사랑이 묻어나는 시는 독자들에게도 자연과 인간이 하나 되어 살아가는 삶의 본질을 생각하게 만듭니다.

또한, 시인님께서 표현하신 자연의 질서와 그 안에서의 조화로운 삶의 모습은 우리 사회에도 큰 울림을 주는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우리는 종종 자연과 떨어져 살아가지만, 시를 통해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순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이러한 의미에서 단순히 아름다운 자연을 노래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 삶의 중요한 철학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인님께서 그려내신 자연과 인간의 조화로운 모습은 저뿐만 아니라 많은 독자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앞으로도 시인님의 작품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 관계의 소중함이 전해지기를 바라며, 언제나 건강하시고 더욱 많은 작품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하시길 기원합니다.




ㅡ 청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