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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5. 2024

배우 김수미, 영원한 무대로 떠나다 ㅡ 청람 김왕식

배우 김수미와 수필가ㆍ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배우 김수미, 영원한 무대로 떠나다





                            청람 김왕식






김수미 배우의 삶은 한 편의 드라마와도 같다. 1970년대 MBC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그 노정은 녹록지 않았다.
그녀의 이국적이고 개성 있는 미모는 그 당시 대중의 정형화된 아름다움과 맞지 않다는 평가를 받으며, 긴 무명의 시기를 견뎌야 했다.

 김수미는 포기하지 않았고, 그 오랜 인내 끝에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일용엄니’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이 역은 그녀에게 단순한 배역을 넘어 삶의 길잡이가 되어 주었고, 22년 동안 끊임없이 사랑받았다. 그녀는 "29세의 젊은 나이에 할머니 역을 제안받아 분노했지만, 오기가 생겨 진짜 할머니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했다"라고 회상한다.
그 진심이 통했기에 연신내 시장을 찾아 할머니들의 삶을 연구하고, 그들의 현실을 캐릭터에 녹여내어 대중에게 큰 공감을 안겨 주었다.

연기자로서 그녀의 천부적인 자질은 연기에 대한 집념에서 나왔다. 1986년 드라마 '남자의 계절'에서는 주연이 아닌 조연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연기로 MBC 연기대상 대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다양한 작품에서 걸쭉한 사투리와 욕쟁이 할머니 캐릭터로 개성 넘치는 연기를 펼치며 예능, 영화, 드라마 등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었다. 영화 '가문의 영광' 시리즈, 시트콤 '안녕, 프란체스카' 등을 통해 선보인 김수미의 연기는 코믹함 속에서도 인생의 애환을 담아내며 대중에게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연기 외에도 김수미는 요리에 대한 열정으로 또 다른 삶의 영역을 개척했다. 어린 시절 어머니와의 이별로 남아 있는 어머니의 손맛을 그리워하며 요리를 시작한 김수미는 직접 담근 김치와 반찬을 나누며 동료와 스태프들에게 사랑을 베풀었다. 이로 인해 그녀는 '연예계의 요리 대모'라는 칭호까지 얻게 되었다. 2018년 tvN '수미네 반찬'에서는 시청자들에게 직접 요리를 가르치는 모습으로 인기를 끌었다. 그녀의 요리에는 단순히 맛을 넘어 따스한 정이 담겨 있어, 이를 맛본 이들은 마음속 깊이 감동을 받았다.

김수미는 자신의 삶을 연기를 통해, 요리를 통해, 진심으로 나누며 인간애를 실천했다. 그 어떤 역할이든 진심을 다해 몰입하는 그녀의 태도와 따스한 인간미는 사람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겼다. 그녀는 2009년부터 15년 동안 뮤지컬 ‘친정엄마’ 무대에서 엄마 역할을 맡아,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 이끌어내며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달랬다.
김수미는 인터뷰에서 “건강이 허락한다면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을 만큼, 연기에 대한 사랑을 놓지 않았다.

이제 그녀는 영원한 무대로 떠났지만, 남겨진 사람들은 그녀의 따뜻한 미소와 정을 기억하며 그녀를 그리워할 것이다. 한평생을 대중과 함께하며 사랑을 나누고, 삶의 깊이를 전달해 준 김수미 배우에게 깊은 감사와 함께 고인의 명복을 빈다.



ㅡ 청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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