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6.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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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싯배엔 달빛만 가득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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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한 달빛 아래, 고요히 물가에 앉은 낚시꾼의 모습은 마치 세상을 잊은 듯하다. 잔잔히 물결에 비친 달빛 속에서 그는 낚싯대를 드리우고 물속을 응시하고 있다.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싶지만, 그 고요함 속엔 분명히 잊고 있던 마음을 되찾으려는 그의 노정이 있다.
낚시꾼이 낚아 올린 건 물고기가 아니다. 오랫동안 가슴속 깊이 숨겨두었던 자기 마음의 조각들이다. 분주한 일상 속에서 미처 돌아보지 못한 자신을, 지금 이 순간 어둑한 달빛 아래에서 조용히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 밤, 물 위에 내려앉은 달빛은 그의 마음을 위로하고 어루만진다. 마치 오래전 잊고 있던 자신을 발견한 듯, 그는 깊은 안도와 화평함을 느끼고 있다.
빈 배에 달빛을 가득 실어 돌아오는 그의 모습은 세상의 소란과는 한 걸음 떨어져, 오직 자신과의 대화를 마친 채 돌아오는 듯하다.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은, 비록 말은 없지만 평화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 그가 쫓아왔던 삶의 걸음을 잠시 멈추고, 다시금 자신의 마음을 낚아 올린 그 순간, 그는 더없이 충만한 평온을 느낀다.
달빛은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비추고, 낚시꾼은 달빛을 통해 자신을 비춰본다. 밤의 고요 속에서 그는 오롯이 자신의 존재를 느끼며, 진정한 나를 만난다. 한가로이 흘러가는 물결처럼, 그의 마음 또한 잔잔한 달빛 아래 평온함을 되찾은 것이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