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27. 2024
브런치스토리 김태양 작가의 '날갯짓'을 청람 평하다
김태양 작가와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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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갯짓
시인 김태양
파아란 하늘, 한 자락 접어
발판 삼아 걸음 댄다
맑은 유리창 같은 길 위
급급했던 걸음도
나비 날개마냥 가벼워, 허공 딛는 걸음
아, 아스한 여름아
뜨거웠던 지난여름, 너의 흔적들을
내 속 어딘가에 숨의 형태로 숨겨 놓았구나
나고 드는 숨결, 숨비소리
밤과 새벽이 뒤섞이는 찰나
길 나섬에 함께 피어나는 오늘의 날갯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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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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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양 시인의 삶은 마치 자연과 생명의 깊은 숨결에 맞닿은 노정을 닮았다. 그는 현대 사회 속에서 잊혀가는 본질과 소중함을 시로 담아내려는 열망을 가진 시인으로, 그의 작품은 항상 자연과 일상의 연결점을 찾고자 한다. '날갯짓' 역시 하늘과 바람, 그리고 여름의 기억을 통해 우리에게 상징적인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 시에서 드러나는 김태양의 표현력과 철학은, 마치 자신의 삶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내밀한 시선이 느껴진다.
첫 행의 "파아란 하늘, 한 자락 접어 / 발판 삼아 걸음 댄다"는 푸른 하늘을 걸음의 발판으로 삼는 이미지가 탁월하다. 이는 단순히 하늘을 관조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을 자신의 삶 속으로 끌어들여 삶의 터전으로 삼는 능동적 행위로 볼 수 있다. 하늘을 접는 행위는 시인의 자유로운 영혼과 창조적 사고를 상징하며, 높고 넓은 공간을 자신의 것으로 삼으려는 의지가 느껴진다.
다음 행의 "맑은 유리창 같은 길 위 / 급급했던 걸음도 / 나비 날개마냥 가벼워, 허공 딛는 걸음"은 삶의 무게와 속박에서 벗어나 가벼움을 추구하는 모습을 드러낸다. 유리창 같은 길은 투명하고 깨끗한 길을 상징하며, 나비처럼 허공을 디디는 걸음은 자유와 평온을 상징한다. 이는 시인의 내면에 자리한 자유와 해방에 대한 염원을 표현한 대목이다.
"아, 아스한 여름아"라는 구절에서는 뜨겁고 짧았던 여름의 회고를 담고 있다. 시인은 여름을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강렬한 흔적을 남기고 지나간 시기로 바라본다. 그리움과 아쉬움이 동시에 깃든 이 표현은 시인의 감성적인 면모를 부각하며, 시간의 무상함을 되새기게 한다.
이어지는 "뜨거웠던 지난여름, 너의 흔적들을 / 내 속 어딘가에 숨의 형태로 숨겨 놓았구나"에서는 여름의 기억을 마음속에 숨긴다는 시인의 깊은 내면의 숨결이 드러난다. 여름의 흔적을 숨결로 묘사함으로써 지나간 시간과의 교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했으며, 이는 시인이 자연과 시간 속에서 느끼는 감정의 잔재를 간직하는 방법이다.
마지막 부분의 "나고 드는 숨결, 숨비소리 / 밤과 새벽이 뒤섞이는 찰나 / 길 나섬에 함께 피어나는 오늘의 날갯짓"은 숨결이 생성되고 소멸되는 순간의 반복을 통해 삶의 순환을 상징한다. 특히 밤과 새벽의 경계는 어둠과 빛의 경계이기도 하며, 이는 시인이 새로이 길을 나서는 모습을 상징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삶의 날갯짓을 표현하고 있다.
요컨대, 김태양 시인의 '날갯짓'은 여름의 잔상과 자유로운 삶의 갈망을 담아낸 시로, 마치 푸른 하늘을 발판 삼아 걸어가는 듯한 생명력 넘치는 이미지를 통해 독자에게 다가선다.
이 시는 자연의 변화를 마주하며 자신의 내면을 탐구하는 시인의 감각이 드러난 작품이다.
각 구절마다 표현되는 감각적인 언어와 상징성은 시 전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삶의 무게를 가볍게 날아오르고자 하는 갈망을 상징한다.
시인이 선택한 '날갯짓'이라는 제목은 허공을 딛고 나아가려는 인간의 내면적 욕구를 함축적으로 드러내며, 마치 자신을 속박하던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려는 시인의 의지를 전달한다.
뜨거운 여름의 기억을 마음속 깊이 숨겨 두고, 밤과 새벽의 경계에서 새로운 날갯짓을 시작하는 장면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서는 강렬한 이미지로 남는다. 김태양 시인의 철학과 표현력은, 삶을 긍정하며 그 무게를 예술적 경지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고귀한 발로로 이어져, 독자에게 여운을 남기는 동시에 한 편의 감동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ㅡ 청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