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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Oct 30. 2024

유은희 시인의 '섬에서 혼자 사는 난희 '를 평하다

유은희 시인과 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섬에서 혼자 사는 난희





                                     시인 유은희




쑥부쟁이 톳나물 조물조물 무치다 말고 뱃고동 울리면 기둥 쪽거울을 들여다보는 여자
머리카락을 매만지고 산나리꽃 입술로 물들이고는
하나도 설레지 않는 것처럼 소쿠리 가득 멸치똥만 발 라내던 여자
목이 긴 언덕길로 노을이 넘어가더라도 깜깜해지면 손전등 하나 총총 내려올지도 몰라
마당가 수선화 한 송이 물잔에 꽂는 여자 누렁소가 남기고 간 풍경 처마 끝에 매달아 놓고
집의 목같은 그것이 먼저 울려줄 거라 믿는 여자





문학평론가ㆍ시인 청람 김왕식






유은희 시인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추구하며 섬세한 감각으로 고독과 일상의 순간을 포착하는 작가이다. 그의 시에서는 인간이 느끼는 내면의 울림과 자연과의 교감이 조화를 이루며, 외로운 상황에서도 삶의 깊은 의미를 찾아가는 여정을 볼 수 있다. '섬에서 혼자 사는 난희'는 섬에서 홀로 살아가는 여성을 통해 현대인의 잃어버린 고요와 내면의 평화를 되찾고자 하는 시인의 철학을 보여준다.
이 시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표현과 이미지는 독자에게 고독이 필연적으로 수반하는 외로움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잔잔한 생명력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유은희의 시는 여인의 일상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이 시에서도 섬에서 홀로 사는 여인의 하루가 그려진다.
첫 연에서 여인이 쑥부쟁이와 톳나물을 무치다가 뱃고동 소리에 거울을 보는 장면은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여인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외모를 매만지고 산나리꽃 입술로 물들이며 도시적 삶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이어지는 구절에서 소쿠리에 멸치똥을 바르는 행위는 그녀가 일상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모습을 상징한다.

노을이 지고 어두운 언덕길에서 여인은 홀로 손전등 하나에 의지하며 내려올지 모르지만, 그 또한 자신만의 고독을 받아들이는 용기의 표현이다. 수선화를 물잔에 꽂는 장면은 자연의 아름다움에 대한 그녀의 애정을 드러내며, 처마 끝에 매달린 소풍경은 그녀가 집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안정감과 평화로운 마음을 상징한다. ‘집의 목 같은 그것이 먼저 울려줄 거라 믿는 여자’라는 구절은 그녀가 집과 삶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며, 외로움 속에서도 자신을 지켜줄 무언가를 기다리는 모습을 담고 있다.

유은희의 시는 이렇게 여인의 일상을 통해 고독과 평화가 공존하는 섬의 생활을 그려내며, 고립된 섬에서의 삶이지만 그 안에 내재된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한다.


쑥부쟁이 손끝에 무치다,
톳나물 향기 가득 머금고
뱃고동 소리에 거울을 보네,

바다 바람 닮은 머리카락 매만지고
산나리꽃 입술에 색을 입힌다
설렘을 감추듯 멸치를 고르는 손길

해가 넘어가는 언덕길 끝에
깜깜한 밤을 기다리며 서 있는 나,
손전등 하나 별빛 따라 내려올지도 몰라

마당가 수선화 한 송이 물잔에 꽂고
누렁소 남긴 풍경 처마에 매달아
내 집의 목처럼 울리기를 기다린다

혼자인 듯, 그러나 함께인 듯
섬에서 나는 살아가네,
고요한 노래 하나로

 ㅡ청람 김왕식



존경하는 유은희 시인님께,




안녕하세요, 시인님의 작품을 통해 섬세하고도 깊이 있는 시 세계에 씀뻑 빠졌습니다.
 '섬에서 혼자 사는 난희'를 읽으며, 마치 한적한 섬의 고요한 풍경 속에 들어가 시인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듯한 경험을 했습니다.
시 속 여인은 홀로 있는 고독 속에서도 자신만의 일상을 살아가며 자연과 일체된 삶을 꾸려갑니다. 그녀의 작은 동작 하나하나가 그곳에 내려앉은 세월과 흔적을 반영하는 것처럼 느껴져 읽는 이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여인의 일상은 단순한 노동이나 반복이 아닌, 섬이라는 공간에서 자연의 일부분으로 스며들어가는 과정처럼 다가옵니다. 뱃고동 소리에 거울을 바라보는 장면이나 멸치 손질을 하며 보이는 그녀의 모습은 자연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는 모습으로 느껴집니다.
이러한 장면을 통해 시인님께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아마도 세상의 빠른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리듬을 잃지 않고, 고독 속에서 자신만의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시인님의 작품은 단순히 고독을 외롭다고만 표현하지 않고, 그 안에서 고요하게 피어나는 삶의 진정성을 강조하는 것 같아 제 마음에 깊이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며, 때로는 홀로 남겨진 듯한 고독감에 휩싸이기도 하지만, 시인님의 작품을 통해 이러한 고독도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나아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면서 얻는 평화와 위안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시인님께서 들려주시는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기다리며, 그 안에서 작은 위로와 깊은 성찰을 얻고 싶습니다. 이렇게 귀한 시를 세상에 전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ㅡ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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