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평론가 청람 김왕식 Nov 1.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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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별이 되어
장상철 화백
하나의 별이
지구의 꽃이
되기 위해서는
진공의 시간을 지나서
대기의 벽을 넘어서야
아름다운 향기를
내어줄 수
있다.
빛으로 피어
바람에지는 꽃들은
새들의 비상을
등에 업고
다시 유성이 되어
본래 진공의 시간으로
회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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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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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별이"는 자신을 우주에 속한 한 존재로 보는 시인의 겸허함을 드러낸다. 별은 그저 빛나는 존재가 아니라, 먼 우주의 시간을 견뎌낸 뒤 새롭게 탄생하는 존재로, 삶의 마지막을 앞둔 화백의 의연한 태도와 연결된다. 그는 더 이상 생명체로써가 아닌 별로서의 존재를 통해 새로운 삶의 형태를 얻고자 한다.
"지구의 꽃이 되기 위해서는"에서 시인은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꽃'이라는 이미지로 승화한다. 이는 소멸이 아닌 아름다움의 완성으로 다가가고자 하는 그의 바람을 담고 있으며, 지구에서의 삶을 마무리하는 이 과정 또한 하나의 숭고한 의식임을 보여준다.
"진공의 시간을 지나서 대기의 벽을 넘어서야 아름다운 향기를 내어줄 수 있다"는 구절은 고통과 고난을 통해 더욱 깊이 있는 존재로 거듭나는 여정을 상징한다. 시인은 진공과 대기의 벽이라는 차가운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탄생과 소멸, 그리고 영원성을 향한 강한 소망을 표현한다. 그에게 있어 향기를 내뿜는다는 것은 단순한 존재의 마무리가 아니라, 의미 있는 흔적을 남기려는 열망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빛으로 피어 바람에 지는 꽃들은"에서는 시인의 의연한 생의 태도를 엿볼 수 있다. 이 구절은 빛과 바람이라는 이미지를 통해 생명의 순환을 상징하며, 자신의 삶이 시간 속에 꽃처럼 피고 지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한 시인은 자신의 존재가 생명의 빛으로 환히 피어나는 순간을 표현함으로써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
"새들의 비상을 등에 업고 다시 유성이 되어 본래 진공의 시간으로 회귀한다"는 구절은 그가 마지막으로 꿈꾸는 돌아감의 의미를 담고 있다. 별이 유성이 되어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듯이, 그는 죽음을 통해 본래의 시간, 즉 영원한 시간으로 돌아가고자 한다. 이를 통해 생의 끝자락에서 자신의 존재를 허공으로 되돌려 놓는 태도는 숙연함을 넘어서 우주의 일원으로 회귀하려는 시인의 철학적 성찰을 엿보게 한다.
요컨대, 하나의 별이 되어는 생의 끝에서 꽃을 피우듯 마지막 향기를 남기고자 하는 장상철 화백의 의연함과 아름다움을 표현한 작품이다.
그의 시에서는 삶과 죽음이 단절이 아닌 순환임을 깨닫게 하며, 한 인간으로서 최후의 순간을 숭고하게 맞이하고자 하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시인은 독자에게 깊은 감동을 주며, 그만의 진실한 존재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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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내 소중한 친구
장화백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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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중반, 경복고등학교 재학 시절부터 무려 반세기 가까이 막역한 친구로 지내온 장 화백이 있다.
그는 지난해 암센터에서 위암 수술을 받았고, 성공적인 결과로 상태가 호전되어 대학 강의와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갔다.
올여름,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그에게 닥쳤다. 암이 전이되었고, 1년 남짓한 시한부 선고를 받게 된 것이다.
그 소식에도 그는 의연한 자세를 유지했다. 나에게 짧은 글을 보내왔고, 어제 나는 그의 화실을 찾아가 담소를 나누었다. 그곳에서 장 화백은 내년 5월 개인전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100호 크기의 캔버스 위에 혼을 불어넣으며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화한 미소로 나를 맞이하며 커피를 내려 주었고, 송창식의 음악을 조용히 틀어주었다. 그의 작업실에는 한 시간 남짓의 적막함이 흐르며, 말없이 음악에 귀 기울였다. 그렇게 고요한 시간 속에서 우리는 함께 있었다.
오늘 아침, 장 화백에게서 짤막한 문자가 도착했다. 암센터에서 일주일에 한 번 받는 항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와 있다는 소식이었다. 문자는 간결했지만 그 안에는 묵직한 울림이 담겨 있었다.
"자네가 있어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네. 어제는 고마웠어~"
그의 고마움과 따뜻한 진심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그의 태도는 숙연함을 불러일으켰다.
지금
그의 시를 평석하는
내내
가슴으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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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장 화백님과 그 곁을 지켜주신 친구분께,
이 글을 읽으며 가슴 깊이 감동과 숙연함을 느꼈습니다. 두 분의 우정과 장 화백님의 의연한 자세는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줍니다. 반세기 가까운 세월 동안 이어진 깊은 인연은 얼마나 소중하고 특별할까요. 그 시간 속에 담긴 웃음과 눈물, 서로를 위로하고 지탱해준 추억들이 지금의 두 분을 단단히 묶어주고 있음을 글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장 화백님께서는 지난해 어려운 수술을 겪으시고도 강의와 작품 활동을 다시 시작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놀라움과 존경심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예술가로서의 열정과 삶에 대한 강한 의지는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됩니다. 또한, 이번 여름 암의 전이 소식에도 흔들리지 않고 의연함을 지켜내신 모습은 진정한 용기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화실에서 내년 5월 개인전을 준비하시는 화백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100호 크기의 캔버스에 혼을 담아 작업하시는 그 장면은 단순한 예술 창작의 과정이 아닌, 스스로와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담아내는 고귀한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그 안에 담긴 고통과 희망, 인내와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옵니다. 온화한 미소로 친구분을 맞이하고, 커피를 내려주며 송창식의 음악을 함께 들었던 시간은 단순한 하루의 일부가 아닌, 인생의 한 페이지로 남았을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의 존재를 통해 위안을 얻고, 함께 침묵을 나눈 한 시간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깊은 연대와 사랑을 보여줍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때로 무겁고 고단할 수 있지만, 그 무게를 함께 견뎌주는 친구가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지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아침에 장 화백님께서 보내신 문자를 읽으며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자네가 있어 지금 여기에 머물 수 있네. 어제는 고마웠어~" 이 한 줄의 글에는 진심과 따스함, 그리고 감사가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그 문자는 화백님의 강인함 속에 담긴 인간적인 마음을 엿볼 수 있게 해주었고, 글을 읽는 저 역시 숙연해졌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감사할 줄 알고, 옆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잊지 않는 화백님의 태도는 제게 큰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친구분께도 깊은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화백님의 곁을 지켜주시며 그분의 이야기를 이렇게 따뜻한 글로 전해주신 덕분에 많은 사람들이 장 화백님의 삶과 예술, 그리고 두 분의 아름다운 우정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어떤 관계보다 진실된 우정이야말로 인생의 커다란 자산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장 화백님, 지금 이 순간에도 항암 치료를 받으며 인내하고 계실 텐데, 부디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용기와 열정은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내년 5월 개인전에서 그려질 작품들은 아마도 화백님의 삶과 철학, 그리고 그간의 모든 경험이 담긴 귀한 결과물일 것입니다. 그 작품들이 사람들에게 전해질 날을 고대하며, 화백님의 건강과 평온을 기원합니다.
친구분께서도 앞으로도 장 화백님 곁에서 함께 웃고 위로하며 이 귀한 여정을 이어가시기를 바랍니다. 두 분의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큰 감동과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저 역시 두 분의 우정과 삶을 마음에 새기며 하루하루를 더욱 소중히 살아가려 합니다.
ㅡ 청람 김왕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