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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가에 지렁이가 사람에게 밝혀 터져 죽어 가고 있다
이를 개미 한 마리가 끌고 간다.
큰 양식이다.
헌데
그 개미마저 사람에게 밟혀
허리가 부러져
발버둥 친다.
지렁이와 개미, 그리고 인간
청람 김왕식
길가에서 발견한 지렁이와 개미의 이야기는, 작은 생명체들이 겪는 비참한 운명을 통해 인간 존재의 무심함과 삶의 무상함을 되새기게 한다. 지렁이는 빗물에 쓸려 나온 채 길가에 놓여 있다가 지나가는 행인에 의해 무참히 터져 버린다. 그 지렁이는 더 이상 살아 숨 쉴 수 없지만, 죽음조차 끝이 아니다. 그 조각을 눈치챈 개미 한 마리가, 자신보다 훨씬 큰 양식을 힘겹게 끌고 가기 시작한다. 이 장면은 자연의 질서를 보여주며, 약한 자가 생존하기 위해 부지런히 애쓰는 모습을 통해 생명의 본질을 묘사한다.
그러나 개미의 분투도 오래가지 못한다. 또 다른 행인의 발걸음이 무심코 내려앉아, 개미는 허리가 부러져 바닥에서 발버둥 친다. 비극은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작고 보잘것없는 생명들이 인간의 무심한 행동 하나로 고통과 죽음을 맞이하는 현실이 그려진다.
이 광경을 바라보는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인간의 발걸음 하나하나는, 너무도 사소하게 여겨지지만 그 발끝에서 수많은 작은 생명체들의 삶과 죽음이 결정된다.
생명의 소중함이 이토록 쉽게 무시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과연 어떤 의미를 찾아야 할까?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의 생존과 편의만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 무심한 선택이 누군가에게는 생과 사를 결정짓는 경계가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인지하지 못하고 지나친다. 작은 개미의 죽음 앞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단순한 동정심을 넘어, 우리 삶의 무게와 의미를 재고하게 만든다. 매 순간 내딛는 발걸음 하나하나가 의미 없지 않음을 깨닫게 되는 순간, 나는 이 지구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관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지렁이와 개미의 모습은 단순한 먹이사슬과 생태계의 일부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놓치고 지나가는 소중한 순간들이며, 인간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호흡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다. 그저 흙 속에 묻혀 보이지 않는 생명체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고통과 투쟁이 덜 가치 있는 것은 아니다. 개미가 마지막 힘을 다해 움직이던 순간, 그것은 단순한 생존의 몸부림이 아니라 하나의 작은 우주가 무너지던 찰나였다.
이 장면은 인간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미시적 생명체들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그 존재들이 아무리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그들 나름의 생명력과 이야기가 있다. 이 지구 위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서로 엮여 있으며, 우리의 무심한 행동 하나가 그들의 삶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순간 다짐한다.
무심코 지나치는 모든 것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그 속에 담긴 작은 생명들을 존중하며 살아가자고. 비록 내 발걸음 하나가 사소해 보일지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는 온 세상을 뒤흔드는 거대한 사건일 수 있다는 생각을 마음에 새기며.
ㅡ 청람